feat. 고릴라브루잉컴퍼니
한국 수제 맥주 시장에 반등의 기회가 찾아왔다.
오랫동안 잘못 엮여 버린 우리 술의 문제, 바로 주류세에 대한 법제도의 개정이 업계를 넘어 정치권에서 적극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영국인으로 태어나 부산 광안리에서 부산 로컬의 이름을 건 수제 맥주를 빚는 고릴라브루잉컴퍼니의 앤디 그린 대표는 "아직은 '샴페인'을 터트리기 이르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논지는 분명했다.
한국의 수제 크래프트 비어 시장은 '아직 성장하는 중'이란 뜻이다.
수제 맥주 시장의 모든 요소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사람들의 인식에서부터 기호, 취향, 시장, 그리고 기업까지 모두.
따라서 교육을 통해 자신의 취향을 점점 더 디테일하게 배양하는 게 중요하다.
주류세 이슈는 분명 우리 컴퍼니에도 또 하나의 기회다.
단번에 법령이 정비되지는 않겠지만,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이다 보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분명 좋은 결론이 나올 것이다.
분명 섣불리 말하기엔 이르다. 바뀌어야 할 모든 요소가 아직 완벽히 제 자리를 찾은 것도 아니다. 단순히 주세법의 세율을 조정하는 것 외에도, 다시금 디테일하게 우리의 주세법을 손볼 필요는 분명히 있다. 전통의 보존과 개량이라는 측면에서 이미 한국의 주세법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일선 양조장과 브루어리에서 양질의 재료로 술을 빚으며 맛에 대한 연구를 거듭할 수 없게 만드는 세율의 모순 역시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에서 또 하나의 주류로 급부상할 '로컬맥주'의 시대를 조금씩 개척하고 있는 한국 수제 크래프트 맥주 산업을 들여다보는 일은 내게도 매우 의미가 있는 작업이었다. 다시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지난 번 서울의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에 이어, 이번에는 대한민국 제2의 대도시 부산으로 왔다. 광안리에서 부산 로컬 맥주의 명맥을 굳건히 세우고 있는 기업, 고릴라브루잉컴퍼니 앤디 그린 대표와의 대담이다.
아직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정립된 사안이 아니기에 단정지어 말하긴 힘들다. 그렇지만 예상하는 바로는 분명히 시장에 긍정적인 효용이 있을 것이라 본다.
사람들이 기기나 키트를 통해 자신도 직접 맥주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 새로운 취미에 도전하며 맛을 보고 취향을 넓혀가는 일은 단순히 시장의 확장을 넘어, 소비자들이 스스로 취향을 디테일하게 정립할 수 있는 좋은 교육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취향이 확장된 소비자들은 단지 자신이 만든 맥주만 마시는 게 아니다. 그들은 점점 더 다른 수제 맥주 회사의 맥주를 맛보고 소비하며 자신의 취향을 하나하나 확장해 나갈 것이다. 요컨대, 라이트 소비자가 점점 하드코어 소비자로 변모할 수 있는 계기다.
한편, 고릴라 브루잉 컴퍼니에서도 소비자의 취향을 배양하기 위한 클래스 형태의 교육 커리큘럼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운영하고 있었다. 토요일마다 운영하는 '비어스쿨'이 바로 그것인데, 아울러 올 3월에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맥주를 양조하는 여성 브루어를 양성하는 교육 과정까지 발표했다.
고릴라브루잉컴퍼니 앤디 그린 대표는 이와 관련,
물론 이런 원데이클래스를 한다고 해서 참가자들이 그 카트로 직접 맥주를 만들어 보는 일도 드물고 회사를 차릴 일도 당연히 드물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개인의 취향을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기 위한 교육의 일환이다. 그렇게 해서 이 산업, 시장에 대해 '똑똑한 소비자'의 적극적인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목적도 있다.
정확하다. 그거야말로 우리의 궁극적이고도 이상적인 목적이다. 교육을 통해 맥주에 대한 취향을 소비자와 시장에 이식하고, 그에 대한 문화와 이야기를 만드는 것, 그 중심에 고릴라브루잉컴퍼니의 부산 광안리 비어스쿨이 있다. 물론 전국적으로는 아직 멀었지만, 그런 시도를 함으로써, 이곳 부산과 광안리의 로컬 피플들과 함께 고릴라 브루잉 컴퍼니가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이는 단순히 수제 맥주 시장뿐 아니라, 지역 문화 자체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그런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할 수도 있다고 본다.
고릴라브루잉컴퍼니의 ‘고릴라’는, 그 뜻이 사전적 의미보다는, 우리의 브랜드 철학으로서 고릴라에 가깝다. 우리는 이 광안리 바다가 지닌 평온한 분위기(atmosphere), 그리고 우리의 철학으로서 고릴라가 표상하는 ‘여유’라는 맥락을 연결한 또 하나의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싶었다.
광안리는 내게 매우 친숙한 플레이스 가운데 한 곳이다. 광안리 근처에 살다 보니, 이 장소와 고릴라 브루잉 컴퍼니의 분위기가 서로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Atmosphere, 이 때문에 펍 위치를 찾을 때 바다에 인접한 곳을 찾고 있었는데, 광안리는 마침 그 조건에 딱 부합하는 곳이었다..
우리의 최종적인 목표를 말하자면, 사실, 한국 맥주를 세계화하는 것이다.
우리 고릴라브루잉컴퍼니는 한국 맥주 기업이라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낀다. 나를 포함한 두 공동대표가 모두 외국인이지만, 스태프는 90퍼센트 이상 한국인이다. 함께 한국 맥주를 만들며 컴퍼니의 모두는 이 맥주가 세계로 나아갈 꿈을 꾼다. K-POP처럼, K-BEER 열풍을, 그 문화를 만들고 함께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냐고? 집에서 맥주를 만드는 홈 브루잉을 하던 것이 큰 계기였다. 그러다 한국 수제 맥주 시장의 잠재성에 매료되었고 도전하게 되었다. 공동 대표인 폴 에드워즈 대표 역시 20여년 가까이 홈 브루잉 취미를 함께 공유하고 있는 내 좋은 친구다. 우린 서로 다른 맥주 컴퍼니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부산에 새로운 맥주 컴퍼니를 일으켜보자는 의기로 함께 투합했다.
한편, 흔히 한국에서 맥주의 이미지는 ‘카스’로 대표되는 물 탄 맥주, 맛 없는 술이라는 이미지다. 혹자는 뜨물, 누룽지 아니냐는 말도 한다. 클라우드, 테라 등 한국 맥주도 '맛있다'라는 가치를 보여주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맥주들도 종종 있었지만, 이들조차 '섞어 먹는 술'로 전락하면서 인기는 점점 시들해져만 간다. 어쨌든 상당수의 대중에게 한국 맥주는 밍밍하다고 인식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이번 인터뷰도 내겐 꽤 흥미로웠다. 그 난제를 역으로 수제 맥주라는, 이제 막 생겨난 새로운 카테고리가 주류 맥주를 대체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친 듯해서.
그런 의미에서 필자 또한 응원하고 싶다. K-BEER라고 했을 때, 흔히 아는 카스나 하이트 같은 라거 종류뿐이 아닌, 고릴라 브루잉 컴퍼니가 이끌고 있는 수제 맥주의 카테고리 안에서 한국 맥주가 대표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