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셀리맥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우 Jan 29. 2020

화장품 정착템? 업계 종사자도 유목민이다!




1. A의 정착템

  화장품 리뷰를 보다 보면 "저는 여기에 정착했어요, 제 정착템이에요"와 같은 글을 종종 본다. 자사 제품이라면 너무 감사한 경우이고 타사 제품이라면 우리 것도 좋다고 말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런 A에게 "당신의 정착템은 다니는 회사의 제품인가요?"라고 물어본다면 대답은 "No"이다. A는 말한다. "넘치는 애사심으로 회사 제품만 사용하기엔 피부가 너무 까탈스럽다고!"


  이건 A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피부는 우리 생각보다 예민하고 내외부적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 사용하던 화장품이 갑자기 안 맞을 때도 있고, 남들이 모두 좋다고 하는 화장품을 쓰고 피부가 뒤집히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화장품의 잘못도 당신의 잘못도 아니다. 서로 잘못된 만남을 가졌을 뿐이다.(유통기한 만료, 식약처 금지 성분 등등의 직접 사유는 논외)




2. 우리 서로 간을 보도록 해요

  A는 악지성이다. 세수하고 30분 뒤면 얼굴에 기름이 번들 번들거린다. 원래 가진 기름이 많다 보니 기름을 더 더하면 모공이 막히고 트러블이 올라온다. 

  오일프리 제품을 애용하던 A는 20대 후반의 겨울을 맞이하며 딜레마에 빠졌다. 건조한 계절에 오일프리 제품을 바르니 피부가 땅겼다. 피부가 건조하니 피지선에서 피지를 더더욱 많이 만들어냈고 얼굴이 더 빨리 기름졌다. 유분이 있는 화장품을 사용하니 트러블이 올라왔고 무엇도 선택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A는 화장품을 공부했다. 엄청나게 많은 화장품을 사용해 보고 나에게 맞는 성분, 맞지 않는 성분을 10개씩 뽑아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화장품과의 밀당은 쉽지 않았다. 인생템이었던 화장품들이 계절이 바뀌면서, 호르몬 때문에, 식습관과 생활환경 등과 맞물리며 쓰레기통에 들어가기 일쑤였다. 

  이제 A는 피부가 뒤집힐 때마다 생각한다. 피부가 화장품을 간 보기 시작했구나, 나도 새로운 화장품을 간 봐야겠다!


  잘 맞는 화장품을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간을 잘 보면 된다. 간을 잘 못 봤다면 그 경험으로 다음번에 더 잘 보면 된다.




3. 간은 어떻게 보나요

  회사에 신제품 개발이 시작되면 A는 지성피부의 입장에서 여러 의견을 내놓는다. 세상에는 여러 피부 타입과 고민이 있기 때문에 A의 의견은 그럴듯할 때도 있고, 쓸모없는 의견일 때도 있다. 오일 성분이 함유된 크림 개발에 A가 깊은 고민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화장품에는 늘 어떠한 고민이 들어있다. 이 화장품은 어떤 사람을 위한 것인가? 여기에서부터 간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 제품은 미백도 되고 안티에이징에도 효과가 있고 수분감도 충분하며 좋은 성분만 썼어요"라는 화장품 회사의 말은 식상하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진짜 그렇게 해줄 것만 같아서 아직까지 살아남아있는 말이다. 화장품은 의약품이 아니고 피부를 드라마틱하게 좋아지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A는 피부가 더 나빠지지 않고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화장품을 고른다. "피부가 뒤집어졌네? 갑자기 날씨가 더워져서 그런가? 모공을 막지 않고 수분을 공급해줄 수 있는 제품을 찾아야지"


  피부가 원하는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주요 타겟으로 삼은 제품을 찾아야 한다. A는 이것저것 다 들어있는 제품을 선호하지 않는다. 주요 타겟과 어울리는 몇 가지 요소를 살펴본다. 겨울철 속건조에 맞는 제품을 찾을 때 몇가지 키워드를 정해놓는다. 속건조, 밸런스, 수분, 민감성, 라이트한 제형과 같은 키워드 안에 맞는 제품이라면 기꺼이 도전해본다. 안티에이징, 미백, 고보습과 같은 키워드가 함께 있다면 아무리 좋아 보이는 제품이라도 빠르게 패스한다. A의 피부가 원하는 것은 속건조를 해결하는 것이지 그 외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4. 정착템을 찾아서

  나는 회사 제품을 사랑한다.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험난한 과정을 겪으며 만들어왔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제품임에도 사용하지 못하는 제품들이 있다. 겨울을 보내는 나에게는 너무나 좋지만 여름의 나에게는 맞지 않는 제품이라던가, 누군가에게는 정말 좋은 효과를 나타내는 성분이지만 나에게는 트러블을 유발하는 성분이 있는 제품이라던가. 


  A는 오늘도 회사의 제품 목록이 더욱더 많아지기를 바라고 있다. 수많은 상황과 피부 고민에 맞는 여러 제품들이 출시되어서 회사 제품만으로 화장품을 고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직원 할인 때문만은 아님)






















매거진의 이전글 화장품은 의약품이 아닙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