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수락산 화재 현장은 완전히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같은 길에서 놀라운 변화를 보았습니다. 그 자리에 누군가 어린 과실수들을 심어 놓았고, 비 온 뒤 버섯들이 여기저기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특히 눈길을 끈 건 버섯 한 무리였습니다. 큰 버섯 하나가 자리를 지키고, 작은 버섯들이 옹기종기 둘러선 모습은 마치 한 가족 같았습니다. 모양은 달랐지만, 같은 땅에서 함께 성장하고 있었죠.
그 장면은 조직의 ‘다양성’과 닮아 있었습니다. 경험 많은 시니어, 참신한 주니어, 각자 다른 강점을 가진 이들이 모일 때 비로소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집니다.
화재로 모든 것이 사라진 자리에서도 자연은 완벽한 다양성으로 다시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버섯종이 비슷한 위치에 이렇게 많이 모여 있는 건 흔치 않아서 Gemini 2.5 Pro Deep Research를 시켜서 원인을 분석해 봤는데 예전보다 보고서의 Quality가 많이 좋아졌네요. 제 prompting실력이 좋아진건지.
구름에 둘러 쌓인 도봉산이 신비롭습니다. 어느 아주머니가 찍혔네요...
열하일기의 박지원이 왜 도봉산을 빛의 산이라고 했는지 수락산에서 보니 약간 알 것도 같습니다.
불암산이 보이네요. 누워서 명상을 하고 하산했습니다.
저 멀리 저희 집이 보이네요. 집에서 아침마다 보는 수락산인데 수락산에서 집을 보는 건 처음인 듯합니다.
오늘 가장 마음이 갔던 건 이 녀석입니다. 색도 이상하고, 모양도 뒤틀려 기형아처럼 생긴 버섯인데 이쁜 버섯보다 왠지 더 마음이 가는 건 왜인지..
피곤했지만 일주일에 한번 산에 올라 명상을 하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른 수락산에서 예상치 못한 선물들을 받은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수락산 하이킹 릴라이브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