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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탐색자 Nov 08. 2020

2016년, 뼛속까지 강남 아이

사무실의 대표적인 강남 오빠인 본부장님과 강남과 강북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난 이후, 그는 친구들 혹은 사무실 직원들과 부동산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기면 강남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았다. 자신이 가졌던 강남에 대한 선입견을 다른 사람들도 갖고 있는지 호기심이 발동했기 때문이었다.


강남 거주자와 비강남 거주자가 바라본 강남은 어떻게 다를까?


본부장님 못지않게 세련됨을 자랑하는 사무실의 대표적인 강남 언니 강 팀장은 철저하게 'pro-강남(강남 지지자)'이었다. 강 팀장은 어릴 적부터 유복한 집안에서 성장하여 한 번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었다.


그녀는 초등학교 1학년까지 성북동의 단독주택에 살면서 사립초등학교를 다녔지만, 교육열이 대단했던 어머니는 그녀와 남동생의 교육을 생각해서 강남으로 이주를 결심하셨다고 했다. 강남으로의 이주는 비단 교육 때문만은 아니었다. 워낙 부동산에도 관심이 많으셨던 터라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는 걸 아시고는 80년대 중반 성북동의 단독주택을 미련 없이 팔고 대치동 아파트로 이사를 하셨다. 그 이후 지금까지 강남구에만 거주를 하고 있다고 했다.


어머니의 영향 때문인지, 자신도 부동산에 관심이 많아서 강 팀장은 대학교 때 이미 자신의 명의로 된 주택을 마련하였고(물론 부모님의 도움이 컸지만), 토지와 주택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오고 있노라고 이야기했다. 자신의 주변 친구들도 자신과 경제적인 상황이나 관심사가 비슷해서 서로 부동산 투자나 관련 세금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그녀가 집을 단순히 투자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었다. 놀랍게도 그녀는 집을 "나에게 '부모님' 같은 존재예요"라고 표현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뜻인지 묻자 그녀는, "집은 쾌적하고 안정적인 존재죠. 부모님처럼 나를 보호해주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예요"라고 이야기했다.


강 팀장에게 주택을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로케이션', '로케이션', '로케이션'! 8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대치동을 고집하는 이유는 첫 번째는 학군이고, 두 번째는 교통 - 지하철뿐만 아니라 버스 서비스도 매우 편리하고 차를 이용할 때도 고속도로나 강북, 강남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에 매우 용이한 점, 세 번째는 다양한 쇼핑몰과 카페나 레스토랑, 그리고 병원 같은 편의시설이 많다는 점을 들었다.


그녀의 전 직장이 성북동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강북의 대표적인 부촌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강남에 비해서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했다. 어디든 차를 타고 움직여야 했고, 야근이 잦았는데 간단한 저녁을 먹기도 어려웠다고 했다. 무엇보다 왠지 자신이 주변부로 밀려나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녀는 성북동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강남이 얼마나 편리한 곳인지 더욱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고 했다.


"저는 사실 강남 이외의 지역에 거주해 본 적도 없고요. 앞으로도 그럴 계획은 없어요. 제 생각에 저는 뼛속까지 강남 아이인 거 같아요".


그녀는 강남에도 여러 계층이 있는데, 사람들은 강남을 마치 동일한 특성 혹은 문화를 공유하는 하나의 지역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녀는 강남에도 여러 계층이 있는데, 사람들은 강남에 마치 동일한 특성과 문화를 공유하는 한 계층만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간주한 것 같다고 했다. 그녀가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의 요청으로 같은 반 아이의 집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녀가 다니던 학교와 거주하고 있던 아파트 단지에서 제법 떨어진 곳이었는데, 반 아이가 살고 있던 집은 반지하에 위치하고 있었다. 반 아이의 어머니가 문을 열어주며 들어오라고 하셨는데, 그녀는 그때 처음으로 강남에도 가난한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그녀가 경험했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세상이었다. 그녀와 주변인들이 공유하는 문화는, 예를 들면 - 동일한 족집게 과외 선생님을 공유하고, 영어 과외는 미국 원어민에게 받고, 미군부대에서 주최하는 추수감사절 등과 같은 행사에는 당연히 여러 번 초대되어 가봐야 하고, 방학마다 가는 특정한 해외여행지가 있고... 특정 대학에 입학을 하고... 대학 입학 이후 부모님이 어느 정도의 차를 사주시는 것 등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는 강남에서도 특정계층만이 누리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녀는 강남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적인 시각이 몹시 못마땅하다고 했다. "강남 사람들을 마치 모두 투기꾼으로 몰고 좋지 않게 이야기할 때면 솔직히 화가 나죠. 그런데 사회분위기 상 조용히 참고 있는 거예요. 물론 조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재산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보다 불편 없이 사는 것은 인정해요. 하지만, 저희 부모님도, 제 자신이나 저희 남동생도 열심히 노력해서 물려받은 재산을 지키고 늘려나간 거예요. 절대로 법에 어긋난 행동을 한 것도 아닌데 강남에 산다는 것 자체를 범죄시 하는 지금 사회분위기가 어이가 없어요. 강남 사람들을 겨냥한 듯한 부동산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혈압이 오르죠.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는 건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산의 증식이 왜 죄악시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흥분하였다.


평상시에는 다소 새침했던 그녀가 웬일인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서 무척 의아했지만 - 그녀의 이야기는 그가 대학 때 경험했던, '내가 속하지 못한', 그 강남 문화를 이야기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대학 때 생겼던 공연한 자격지심이나 강남에 대한 반발이 더 이상 생기지는 않았다. 그런 문화가 무조건 싫지도 않았다. 그냥 나와는 다른 세상 - 그녀가 말한 대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의 불평등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부의 재분배는 필요한 일이지만, 부의 축적 자체를 비판하는 건 자본주의, 시장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모순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이제 철이 좀 들어서 세상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들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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