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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리메 Dec 04. 2016

붉은 조명 아래,  그 강렬한 기억

그 겨울, 네덜란드#3 암스테르담 홍등가에서의 3시간

일시: 27 Nov. 2016

@Amsterdam, Netherlands


*사진을 클릭하시거나 터치하시면 확대됩니다:)


암스테르담 중앙역. 서울역이 이 곳을 본따 만들어졌다는 얘기를 얼핏 들은 적이 있다.

스헤베닝언의 북해에 갔다 왔던 아침과 밤 사이, 나는 오후 단 4시간 동안이었지만 암스테르담에 와있었다. 오후 4시에 도착한 암스테르담은, 이제 막 해가 기울어지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타이밍을 잘 맞춰서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원했던 건 밝은 하늘 아래 예쁜 모습을 뽐내는 도시가 아닌, 밤의 암스테르담이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라 하면 다들 이쁘고 아기자기하고 전원적인 이미지들을 많이 떠올리곤 한다. 물론 집이 가늘고 길게  옹기종기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나, 그 앞에 흐르는 운하나, 봄이면 만개했을 튤립이나 다 네덜란드 고유의 매력인 건 인정한다. 나도 길 가다가 몇 번이고 그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으니.

하지만, 다들 알고 있으면서도 섣불리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 암스테르담의 또 다른 얼굴. 지하 세계 오락이 법 아래 허락된 도시. 나의 주목적은 그 얼굴을 내 눈에 담아내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 당장 매춘과 마약의 거리로 향하기에는 해가 너무 밝게 떠있었기에, 난 먼저 배고픈 배를 달래며 먹을 것을 찾아 나섰다. 아니, 찾아 나섰다기보다는, 이미 인터넷으로 찾아놨던 가게로 향했다고 하는 게 더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암스테르담 여행 후기 추천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감자튀김 가게, <마네킨 피스>. 네덜란드에서 무려 1위의 영광을 누린 감자튀김 집이라고 한다. 누가 1위 아니랄까 봐, 가게 앞에는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그래도 시기 자체가 비수기인 데다가 대기줄이 생각보다 금방 금방 짧아지기에, 나도 망설임 없이 줄을 섰다. 메뉴도 다른 가게들에 비해 간단하여 주문하기도 편하고, 직원들도 다 영어를 할 줄 알아 언어로도 주문이 곤란할 일도 없었다. 오후 4시라는 애매한 시간이었지만, 이 날 먹은 게 아침으로 호텔에서 먹은 뷔페가 다였기에, 이왕 이렇게 된 거 점심 저녁 겸해서 오늘 이거 하나로 끼니가 다 해결되도록 미디엄 사이즈를 주문했다. 마요네즈 소스와 함께.

 

결론부터 말하자면, 맛있었지만 미디엄 사이즈는 내게는 너무 많은 양이었다.


결국 다 먹지를 못하고 반 정도 남기고 호텔에서 예비로 가져왔었던 봉지로 덮어서 가방에 넣어뒀다. 밤에 하이네켄과 함께 안주거리로 먹을 수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난 다시 번화가를 향해 유유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별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고 그냥 앞을 향해 걸어가는 사이, 점점 해가 지기 시작했다. 오후 5시쯤 넘어서니까 마치 전 날의 헤이그처럼 '밤'이 되기 시작했다. 여기 와서도 느끼는 거지만, 네덜란드는 해가 지는 게 참 빠르다. 이틀째가 되도록 5시의 밤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그래도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예쁘게 꾸며진 거리거리들은 그런 밤이 잘 어울리기도 했다. 아직 손님도 많은 시간 대니 더 쇼핑할 맛, 장사할 맛이 날 그런 시간이었다. 네덜란드에서의 5시는.


나도 길 가다가 중간중간에 이런저런 가게에 들르며 시간을 때웠다. 아무리 어둑어둑해졌다지만 오후 5시라는 시간은 아직 내게는 홍등가로 향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6시는 돼야지 그쪽 거리도 서서히 활발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지나가는 카페에서 산 카푸치노를 훌쩍이며 이곳저곳을 누볐다.




이곳저곳을 찍다 보니, 어느새 6시가 넘어 6시 10분이 다 돼가고 있었다. 이제 슬슬 향해볼까, 생각하며 구글맵을 켜서 위치를 찾아봤다. 세상에, 완전히 정반대 방향으로 걸어왔던 것이다. 마네킨 피스 이후로는 특별히 향하는 곳 없이 길이 보이는 대로 걷다 보니 후에 이렇게 오던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하는 수고를 할 줄이야. 덕분에 많이 걸어야 했지만, 어제도 오늘 아침에도 호텔에서 헤이그 중앙역까지를 이 발로 다 해결했으니, 2km쯤은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졌다. 그렇게 난 부풀대로 부푼 기대감과 아주 조금 뒤섞인 두려움, 무서움을 떠안고 홍등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들어선 홍등가.


 아직 저녁 6시 30분이었지만, 가게들은 밤을 맞이해서 이미 조명을 밝게 키며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붉은색, 분홍색, 가끔 보이는 보라색 조명이 은밀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빛나고 있었다. 가다가다 보이는 성인용품 샵들도 자극적인 쇼윈도로 지나가는 행인들의 이목을 사로잡곤 했다. 가운데에 흐르는 운하에 비치는 길거리의 모습이 진짜 밤의 서막을 알리는 것만 같았다.




몇 발짝 걷다 보니, 라이브 극장이 즐비하게 서 있었다. 그중에서도 유독 남녀 구분할 것 없이 많은 출입객으로 붐비는 가게가 하나 보여,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운하를 가운데에 끼고 건너편서 바라보며  들어갈까 말까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망설임은 이내 가보자, 라는 결심을 내렸고, 난 극장으로 향하는 다리로 향했다.

 

아마 이때 느낀 망설임은, 극장에 관람료를 냄으로써 나도 이 사업 고객 대상자가 된다는 것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에서 나온 거겠지. 아무리 여기서 합법이라 할지라도 한국에선 불법인 데다가 이런 거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으니. 그건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홍등가만을 위해 암스테르담에 온만큼, 오늘만은 합법의 힘을 빌리자, 오늘 하루만큼은 시선 따위 신경 쓰지 말자, 다리 위를 건너면서 나 자신에게 말을 하니, 지금 향하면서도 지워내질 못하고 있던 죄책감도 마저 덜어낼 수가 있었다.



입장을 해보니, 왜 유독 여기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지 단번에 이해가 됐다. 2분 관람에 2유로. 너무 깊이는 말고 맛보기로 이 곳 홍등가를 경험해보고 싶은 관광객에게 안성맞춤의 가격과 패키지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 곳에 와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의 다른 나라 언어를 쓰고 있었고, 적어도 현지인의 느낌이 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남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긴 했지만 여자도 생각보다 꽤 있었다. 다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문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동양인 여자는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나밖에 없었다. 게다가 혼자 온 아시안 여자라니. 아마 다들 방금 전의 나와 같은 알 수 없는 찝찝함과 죄책감에 섣불리 들어오질 않거나, 아예 이 거리에 발을 들이지 않아서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지갑에서 2유로를 꺼냈다.


2유로는 카드도 안되고 지폐도 안되고 오로지 코인 2유로 만을 쓸 수가 있었다.





오늘의 상영 라인. 총 6편이 있었는데, 사진에는 없지만 내가 본 건 마지막 편, 가장 수위가 센 편이었다.


그 이유는 2유로를 사람에게 지불하는 게 아니라 기계에 넣어야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곳 라이브 극장은 12개의 문이 달린 정 12 각형의 박스 모양으로 되어 있었다. 각 문 위에 번호가 붙어 있었고, 그 위의 램프가 초록색이면 빈 방이라는 뜻이다. 그 빈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아 잠그고 2유로 코인을 벽에 뚫린 코인 전용 구멍에 쏙 넣으면 바로 2분간 눈 앞에 라이브가 시작된다. 라이브라는 게 어떤 거냐 하면, 박스 한가운데에 12개의 블라인드 창문에 둘러싸인 공간에서 그 날 상영 라인에 뜬 배우들이 라이브로 차례대로 나와 각자의 쇼를 보여 주는 것이었다. 어떤 쇼를 보게 될지는 타이밍 따라 다르다. 그 공간 속 배우들은 그저 자기 연기를 마치면 다음 배우에게 바통터치를 하고 무한대로 라이브 쇼를 이어가고 있었고, 우리는 그중의 일부인 2분 만을 훔쳐보듯이 감상할  뿐이었으니까.


내가 들어가 코인을 넣었을 때는 제일 수위가 높은 편, 그것도 그들의 쇼의 가장 절정에 달하고 있을 때 나의 2분이 시작되었었다. 그들이 하는 행위 자체는 영화에서도 많이 봐온 듯한, 오히려 영었다면 진부하기 그지없는 그런 장면 중 하나였지만, '라이브로' 이렇게나 가까이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자니 영상으로 볼 때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감정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공간 속 여배우와 남자 배우는 이미 이 일이 익숙하다는 듯이 웃으며 대화를 나누면서 거사를 치르고 있었다. 물론 그들의 목소리는 하나도 안 들리고, 들리는 거라곤 최신 인기 팝송만이 들려왔지만, 눈 앞의 광경은 그런 노래들은 하나도 안 들려 올 정도로 꽤나 신선한 충격을 내게 안겨줬다.


그 충격이라는 건, 그들이 하는 행위를 봐서 받은 건 아니었다.

다만 배우들의 너무나도 일상적인 표정, 그 표정을 짓기엔 너무나도 적나라하고 대담한 행위들, 그리고 그걸 하얀 블라인드 너머로 지켜보고 있는 12개 창문 속 우리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상황, 이 공기, 이 공간 이 모든 것의 이질적인 조화로움이 내게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그렇게 넋 놓고 보다 보니 그들의 거사는 무사히(?) 마무리되었고, 그들은 여전히 꾸밈없이 우리들이 짓는 것과 다를 것 없는 너무나도 평범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무언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둘은 그렇게 그 방을 나가서 다음 여배우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다음 쇼는 바통 터치받은 여배우의 솔로 라이브인 것 같았지만, 나의 2분은 그녀가 속옷을 벗어가는 과정에서 끝나버렸다. 눈 앞의 창문에 하얀 블라인드가 쳐지고, 내가 있던 방의 불이 켜졌다. 난 바닥에 놓고 있던 가방을 챙기고 문을 나왔다. 홍등가에서의 첫 경험은, 그렇게 내게 이질적인 충격을 주고 날 내보냈다.



아직 내 눈 앞에 펼쳐졌던 광경의 여운이 쉬이 가시지 않은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빨간 조명으로 물든 창문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창문 너머로 무언가가 보이는 거 같아 건너편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니, 그 붉은 불빛 아래 속옷만 입은 여자들(여기서는 워킹 걸이라 칭하겠다)이 앉아 지나가는 행인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도 지나가다가 무표정으로 자기들을 바라보는 그 여자들을 올려다보며 일행들끼리 속닥이거나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떤 워킹걸은 자기를 어느 정도 계속 바라보는 행인에게 윙크를 날리며 오라는 손짓을 하고는 했다. 나도 그 대상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그녀들에게 고객은 남자든 여자든, 그냥 관광객이든 진짜 그런 목적으로 온 사람이든 상관없는 듯 보였다. 오히려 관광객을 더 반기는 것도 같은 느낌.


 암스테르담 한가운데를 붉은빛으로 물들였던 홍등가는, 한국에서 언젠가 길을 헤매다 저만치 멀리서 보였던 음슴 하고 위태로운 공기를 머금은 금단의 구역과도, 일본의 너무나도 적나라한 여성 상품화에 절로 고개를 푹 숙이게 되는 신주쿠 카부키초의 거리와도 그 느낌이 달랐다. 이 곳의 공기는, 붉은빛 아래 그녀들은 당당했고, 이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같은 퇴폐적인 분위기여도 그 밝기가 전혀 달랐다.


이게 바로 암스테르담의 홍등가인 건가. 비로소 내가 지금 이 곳에 있다는 걸 실감했다.


그래도, 법에 보호된 워킹걸들도 '업계 특성상'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이 분명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늘 하던 나는, 이번 홍등가에서 제일가고 싶었던 곳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녀들의 이면을 알 수 있는 곳으로.

 지나가며 풍기는, 내가 평소 맡아왔던 담배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이질적인 냄새를 맡으며, 난 앞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홍등가의 비밀, 매춘 박물관>이었다. 사전에 여행 계획을 세우며 암스테르담에서 어디를 갈까 찾아보다가, 안네 프랑크의 집보다도, 반 고흐 미술관보다도 더 내 눈길을 끌었던 곳이다. 얼마나 흥미가 있었으면 미리 인터넷으로 티켓 예매까지 했을까.(참고로 인터넷으로 먼저 사놓는 게 조금 더 싸다)

추위에 감각이 다 사라진 두 손으로 아이폰 화면에 전자티켓을 띄우고 티켓 창구에 향했다. 바코드를 찍고 난 후, 난 안내책자와 함께 유유히 입구에 들어섰다.

따뜻한 난방과 함께, 화면 속 워킹 걸이 날 맞이했다.



워킹걸처럼 이 의자에 앉아 바깥 행인들과 눈 마주치다 보는건 생각보다 힘들다.

그렇게 들어선 박물관은 그녀들의 이야기로 가득했다. 이 박물관의 손님은 대부분이 네덜란드의 매춘사업 합법화에 관심을 가진 해외 관광객들인지, 설명들도 다 영어로 되어 있었다. 덕분에 이해하기 쉽고 그래서 더 적나라하게 내게 다가왔던 홍등가의 실상이었다.


여기서 내가 그곳에서 얻은 것들을 다 쓰기에는 앞으로 이 곳을 찾아올 사람들의 흥을 깰 것 같기도 하고, 박물관에게도 민폐이니 다 쓰지는 않겠지만, 몇 가지 흥미로웠던 점을 얘기하자면 관계를 가지는 것만이 매춘사업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녀들도 엄연히 돈을 벌어 세금을 내는 합법적인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고, 고용주 아래에서 일하는 워킹걸도 있는가 하면, 자급자족으로 자기가 150유로나 드는 창문 자릿세를 내고 자기가 호객을 해서 고객을 모아 돈을 버는 '1인 기업' 타입의 워킹걸도 있다는 것이었다.

업무 내용은 우리나라 정서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기는 하지만, 이 곳에서는 법의 보호 아래 정당히 '사업'의 틀이 갖춰져 있었다. 그녀들이 그토록 당당한 것도, 이 거리 분위기가 전혀 음산하지 않고 오히려 활기를 띄우는 것도 아마 그런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들이겠지.


물론, 워킹걸들 중에는 사기를 당해서 이 자리에 발이 묶인 여자들의 사연도 있었고, '부서'나 '상사'와 맞지 않아 업계 내 '이직'을 함으로써 비로소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도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을 얘기하자면, 여자들 천지인 이 업계에도 도전장을 내미는 남자들(트랜스젠더)도 꽤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붉은 불빛이 아닌 보라색 불빛 아래에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뽐낸다는 것.




1시간 가까이 천천히 박물관을 둘러보며 메모를 하며 보다 보니, 지금 이 실상들을 이렇게 솔직하게 알려주는 곳이 암스테르담 아니면 또 어디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성에 대한 관심은 높은 거에 비해 그 관심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수치'스러운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이렇게 솔직하게 알려주는 사람도 장소도 없었다. 기본적인 '성'에 대한 인식이 그러다 보니 이런 성매매 사업에 대한 실상은 또 얼마나 타부시 되고 있는가. 게다가 이 업계 종사자는 인간으로도 취급 안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녀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인데. 그녀들도 그저 평범한 한 '여성'일뿐인데.

왜 다들 그녀들의 외침을 무시하는 걸까. 왜 그녀들의 '직업'만 보고 그녀들을 인간으로서 존중하기를 포기하는 걸까.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다.



여러 가지를 배우고, 보고, 느낄 수 있었던 박물관이었다. 9유로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다시 거리에 나와 이곳저곳 두리번거렸다. 박물관에 들어갔을 때보다 붉은 조명이 더 많아진 거 같았다.

그만큼 이질적인 향의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하나 둘 늘어났다.


시계를 보았다. 저녁 7시 43분.

이 곳 홍등가는 이제부터가 진짜 밤의 시작이야.

하나 둘 늘어나는 붉은 조명과 창문들, 그리고 네덜란드에서만 허락된 담배를 문 남자들이 그렇게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난 홍등가를 한 바퀴 더 돌아보고, 거리의 이질적인 활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당당한 모습의 그녀들을 한 번씩 더 바라보고, 그러고 나서야 홍등가에서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그녀들이 내게 보낸 눈빛, 거리거리에서 뿜어 나오던 활기찬 퇴폐미가 꽤나 깊게 내 머릿속에 남던 홍등가에서의 밤은, 내가 떠나고 나서 더욱 깊게 붉은빛으로 물들어 갔다.





매거진 <나와 함께 떠나는 여행>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네덜란드 이야기는 다시 헤이그 사진들과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Sung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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