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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제 Mar 06. 2022

소리의 구름

카페에서

1 어제는 드라마 아카데미에 가지 않고 혼자 공모전 플롯을 짰는데 친한 편집자분이 글 쓰는 건 아직 처음이니 조급해하지 말라고 일러주셔서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 잘 쓰는 사람이 너무 많고...

2 카페에 앉아 케이크를 먹고 가만히 있다 보니 앞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단어가 들리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단어의 구름처럼 발을 구르는 기분이 들었다. 소리가 주변을 떠 다니다가 내 의식에 묻혔다가 다시 떠오르고 소리가 들리고 그 소리는 내 안에 있는 잡음이 가지는 스트레스를 이끌어 내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대화할 사람 없이 소리에 기대다가 퍼져나가던 의식을 한데 모았다.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친구가 어느 사람은 사람이 많은 곳에서 기운을 받는다던지 색을 입는다고 이야기했고 내가 그런 체질이라고 이야기했지만 기본적으로 관심은 다른 이야기라서 모르는 사람의 관심은 힘들어하고 세 사람만 모여도 쭈구리가 되고 만다. 관심이란 것이 미치는 영향이 지대해서 에너지를 쓰기도 하고 에너지가 아예 생기지 않기도 하는 게 신기한 것 같다. 나는 그냥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걸 지켜보는 게 좋을 뿐

3집에 있는 달의 아이와 밝은 밤 우미인초 검은 사슴 중에 무언가를 읽기로 하고 결국 우미인초를 꺼냈다. 밝은 밤도 참 좋았다. 책을 읽다 보면 소설가의 체취가 일반적인 글을 적거나 말보다도 광범위한 심연이 있어서 무겁고 가볍고를 떠나서 톤이 좋은 소설가의 글이나 매력 있는 문장을 만나면 매료되어 버린다. 하루키가 말했듯 보이스로 소설가의 모든 작품을 시작하게 한다고 이야기한 것도 떠오른다. 작가 자신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 영화와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소설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4 그녀의 생각은 다각도와 달랐다. 관념에서 출발한 자리에서 주변을 직시했다. 어떤 말을 하든 자유로운 관점의 전환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떠올리기도 했고, 나에게는 없는 통찰이었다. 실제로 그녀의 능력이 사람과 사람을 떠올리는 감수성의 영역에서 한 발짝 나아가 인간이 좀 더 진화한 것은 아닐까 떠올려보곤 했다. 그것은 매우 단단한 멘털의 존재감을 가진 자이기도 하지만 여러 곳에서 단단하게 뿌리내린 존재들의 자리가 되어 보는 능력이기 때문에 나는 그것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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