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리란 말이냐

일러스트그램에 의기소침해지는 기분.

by 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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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댓글로 존잘 그림을 그리시는 분이...

요즘 인스타 그림들.. 너무 잘 그린다며 짧게 힘듦을 고하시고 가셨다.


그런데 나도 너무 격하게 공감이 된다.


인스타그램들 속 일러스트레이션을 보고 있으면 너무 잘 그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넋을 잃고 본다.

보다 보면 나의 취향인 것을 넘어서 내가 한 번쯤 생각해봤음직한 것들도 나오기 마련이다....

다른 이의 손으로 그림이 그려져 버린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내가 뒤늦게 그리게 돼서 표절 이야기가 나오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들고..

생각이 복닥 복닥 해 진다.

그럴 때의 느낌은 뭔가 속수무책하게 '우연히 ' 넘기며 보았을 뿐인데 당해버린?!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영화 스포일러중에 반전을 알아버린 충격이랑 비슷할지도...)

그럴 때는 마음속으로 그리기가 반쯤 포기는 되지만 놓아져 버리지는 않게 되고

뭔가가 잉여처럼 잔금이 남는다.(그러면서 손은 이미 드래그를 하고 있...)


때로는 너무나도 좋은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기운 같은 것에 눌려서

"내 것도 찬찬히 보면 매력 같은 게 있는데.. 그림이 확 잡아끄는 매력이 없나?"

를 넘어 "내가 너무 무난한 사람이라서 그런 거야."라는 생각까지 들게 된다.


넘기기가 좋아서 이미지들을 후루룩 보다 보면 배울 점도 눈에 들어오지만

방대한 양에다가 내가 시도해보아도 소용없는 그 사람 특유의 붓질 같은 것에 의기소침해진다.


많은 양의 그림을 올려도 소용없을 때가 있는데... 많이 그려도 소용없소요.


그럴 때면 진짜 낙담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인기가 없다고 누구에게 손 붙잡고 물어보면

"더 열심히 홍보 하센"이라는 답변이 온다.


최후에는 일러스트 이웃들의 그림들이 소용돌이치면서

내가 본 것들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뭔가 색종이들처럼 겹치고 겹쳐 보이게 된다.

그려도 소용없을 것 같고 나의 포스 따위는 허공에 날리는 종이처럼 가벼운 느낌이 든다.


지피지기면 백전 백승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상황을 알아도 나아갈 방향은 알 수 없는 기분이 든다.


시류 같은 것은 보이지만 어쩐지 선뜻 다가가거나 감각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더 힘을 뺀다거나 더 힘을 강하게 하는 것과 다른 문제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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