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생활형 유적들 사이로

by 무제

친구네서 자고 일어나서 일본식 파스타를 먹고 990원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아메리카노향이 다른 동네서 자주 마시던 익숙한 맛이 나서 잠시 다른 곳에 정신을 팔았다

신림에서 신길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 중인데 서울대학교 근처를 지났다 이 동네는 오래된 동네라 건물 높이가 낮고 주름처럼 금이가고 검버섯처럼 페인트가 벗겨진 건물들이 많았다. 동네는 문래와도 닮아 있었다..


길마다 낯설고 오래된 건물을 보니 시멘트로 지어진 생활형 유적을 보는 기분이 들어서 여행지 초입에 들어선 기분이 들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서울길은 구석이 아닌 긴 통로이고 구비구비 길 따라 버스가 흘러갔다. 서울이 넓다는 생각이 들게 했고 잠시 루저의 기분도 들었다. 조금 더 가다 보니 유행에 따라간 서체로 꾸민 간판 나름 취향이 들어간 알록달록한 간판들이 질서 없이 있었고 건물 사이는 붙어 앉은 학생들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잠시 모르는 동네, 때가 탄 하얀 건물 벽을 보니 낡고 인기척이 안 느껴져 어딘가 신기하고 신비롭기까지 했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저 낡은 건물의 텍스처를 보면 어릴 때 보던 안산 세반쇼핑 상가를 보는 기분도 들고 감정이 축적된 기분도 들고 그렇다


어릴 때 쇼핑상가에 병아리인지 강아지를 본다고 학교에 늦은 기억이 있는데 그 낮고 오래된 안산에 있는 상가는 아직도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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