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겹지만 낯선

일상의 몽타주

by 무제

독서하는 사람


보통 친구네서 좋았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친구의 자취방 여름 냄새, 적응하기 힘든 목욕탕 바닥 타일의 젖음, 전선줄이 보이는 바깥 풍경, 내가 낯설게 느껴지게 하는 거울 등등


낯선 생활공간에서 이방인이 된 기분은 사람을 야릇하게 만든다


와중에 기억나는 건 뒤로 묶은 머리의 목덜미랄지

순간의 것들인데 나는 그런 느낌들을 좋아한다


한 발짝 물러나서 이방인이 돼서 가끔은 그냥 친구가 아닌 사람으로 지켜보는 기분이 느낌을 좋게 한다

이상한 기분이지만 그런 느낌이 들 때면 영화 같은 아름다운 다큐를 보는 기분이 든다



그냥이라는 단어는 무책임하고

니힐한 느낌도 나고 하지만 그냥 좋다는 감정은 무난하지만 특별해진다


가만히라는 단어는 신기해서

시간과 시간 사이를 가만히 느끼도록 긴 다리를 놓아준다


그냥 가만히는 내가 좋아하는 것 둘인데

매우 느리고 더운 기분이 든다



ㅡ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는 기분을 아는 것은 미하엘 엔데가 아닐까 싶은데


아무튼


거기에 여름 날씨와 독서가 더해지면 굉장히 묘하게 된다


중학생 때 , 수련회에 가서 더운 숲에서 아이들이 모여있었고 나는 숲 속 나뭇가지와 철사를 엮어 개 모양을 만들었는데 땀을 흘리며 만드는 나를 보고 불량한 남자애가 뭐라고 했다 너는 지금 그걸 하고 싶냐고 , 하지만 나는 더위 속에서 몰입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그때 알았다


아무튼


그냥 가만히 있고 그냥 가만히 바라볼 대상이 그냥 가만히 있어 주는 것도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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