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비

일기

by 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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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온 동안 어제 비가 많이 왔다


유리창에 맺히고 흐르고 부딪히는 소리가 제법 여름 비 느낌이 났다 차바퀴가 구르면서 붙었다 떨어지는 습한 소리


얼음 위로 떨어지고 가늘어지는 캡슐 커피 줄기와 소리


유리창에서 빛들을 머금은 빗줄기들


흐르는 지루한 온도 체온에게 따라붙는 것 같다



2


자전거를 서로 밀어주겠다고 장난치는 아이들도 자라고 지나가고 있었다 얼마 되지 않은 여름의 체험이다


아이들이 얼마 겪지 않은 여름


그것을 함께 바라보면서 나의 나이도 반이 줄어드는 기분이 든다 별로 체험하지 못해 본 새로운 여름이 온다



3


서재에는 한쪽 벽에 원서가 가득이다


한번 쌓고 두 겹으로 세워 놓았다


셰익스피어 소네트의 이해라는 책을 펴보았다


그리고 동유럽의 예술 어쩌고 책에는 체코의 민족 극장 이 일반인들을 위해 만들어졌는데 모금으로 공들여서 맨 위 지붕에 금박으로 두르고 뭐 그런 이야기가 처음에 나왔다


체코의 정취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



4


자는 방에서 하늘을 보니 저너머 사선으로 어느 사람의 형체가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누워서 폰을 보는 나를 보는 거 같았다 그럴 리 없겠지 커튼은 답답해서 치지 않았다 방배는 옛날 동네이고 할로겐스러운 조명이 많다 나에겐 신기했다


처음 할로겐 조명은 어딘가 뉴욕의 야경을 많이 떠올리게 했다 비행기를 타고 내리면서 본 미국의 야경은 잊을 수 없다 ㅡ여기 방배동은 노랗고 하얗다 아파트가 트리 같다


그렇지만 배열이 조악하지 않다 뭐라고 설명하긴 힘들지만 사람이 사는 게 다 그렇다는 느낌



5


어제는 아이유 발라드만 모아 놓은 곡을 들었는데 요새 너무 힘들어서 울고 말았다


목소리를 계속 듣다 보니 보호받는 느낌이 들었다. 같이 있어주고 어딘가 처연하지만 우울하거나 센티하지 않고 사람을 보호해주는 감동이 느껴졌다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 느껴지고, 노래를 위해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지키는 게 아니고 사람 곁에서 있기 위해 있는 것 같고 30대 중반 돼서 아이유가 부르는 마음이나 목소리가 가지는 의미가 그냥 좋다가 아니고 이해되는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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