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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제 Aug 05. 2021

봄 노을

아침노을

 



아침노을을 보았다.

다섯 시쯤. 아침은 여명이라고 하던가 아침노을을 찾아보니 쓰이는 단어였다. 

아침노을은 더위를 머금은 색이지만 핑크빛 잉크의 색감처럼 구름에 번지고 있었다. 몽롱한 빛이지만 그 아래로 뻗어나가는 선명한 초원이 연상되었다. 문득 강아지들은 회색으로 세상을 본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다른 포유류들도 그럴까. 아침노을을 보며 고개를 숙인다던지 눈을 뜬다던지 풀을 뜯는다던지... 하는 동물과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구 반대편에도 같은 노을을 구경할 수 있다면? 낮과 밤이 바뀌지 않는다면, 어쩌면 모두의 머리색이 같아질지도 모른다는 다소 비현실적인 상상을 해본다.

아침에 보는 그 애는 봄노을이었다. 함께 책을 읽는 연인이 있다면, 그 애와 나일 것이라고 멋대로 상상했다. 같은 페이지를 함께 읽고, 혹은 서로의 책이 되어 서로를 읽어주는... 봄에 어울리는 노을빛을 머금은 그 애의 책 내용을 읽으면서

"그래, 사랑도 인생이지. 지금 우리에게 어울리는 페이지가 나와." 

"나이에 대한 이야기로 사랑이 지금 막 늙지 않고 어리지 않은 시간에 노을이 되었어"

청년기로 어린 티를 벗고, 조금 성숙해 보이는 것이 안에서 반숙되어 있는 노을

다홍빛 봄 노을 묘사 장면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생각을 해보았다. 

"해가 뜨고 질 때 고도가 낮아지면서 산란하는 하늘의 빛 중 붉은 광선이 눈에 가장 길게 닿아 하늘이 붉게 보인대"

"먼 곳의 인간에게 보내는 편지와도 같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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