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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제 Aug 05. 2021

숲 속 미로

동화 같은소설

보르헤스




나의 마음은 미로다. 

미로 찾기를 해야 사랑을 가질 수 있었다. 다른 이들은 너무 무례하게 직관적으로 찾거나 아님 찾지 못했다. 그 애의 시선은 늘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애는 미로의 입구를 특유의 반질반질한 눈을 하고 장난스럽게 들어와 풀숲미로에서 헤매지 않고 사랑에 도달했다 단번에 내 사랑을 차지하지 않았다 그 애는 꼭 미로의 길을 두 눈으로 두발로 온몸으로 따라갔다. 


그 애는 심오한 미로를 좋아할까 ㅡ보르헤스의 미로처럼 아님 나의 한계를 좋아하는 걸까 생각했다. 은밀한 미로 숲길을 두려움 없이 아이 같은 호기심을 가지고 갔다. 마치 손에 잎사귀를 쥐고 주인공이지만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장악력 없이 길을 거닐었다. 다소 흥미가 떨어지는 고루한 오후의 숲길이지만 아이는 스스로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사랑을 찾겠다는 목표의식도 없이 길을 찾았다. 하지만 일을 위해 걷는 것도 빠져나오기 위해 걷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천진한 눈을 하고 사랑이 무엇인지 안다는 눈을 가지고 체감상 10분의 시간을 5분의 걸음도 안 되는 느낌으로 사랑을 잡았다. 미로가 된 나는 그 아이가 미로 숲에서 노닐듯 걷는 것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가끔 심오한 자갈 같은 심장을 그 애가 그저 안아보고 싶은 걸까 생각이 들었다. 한계가 느껴지는 자갈 같은 심장이 그 애의 손길로 온기가 스미면 그 애의 심오도 보이는 것 같았다. 그 애가 보여주는 심오는 온도가 따듯하고 해저 같았다. 하지만 물이 존재하지 않고 공기가 통했다. 해가 비추고 밑으로 내려갈수록 투명하고 밝아지는 , 나의 심오로는 그 시선을 모두 내려갈 수 없는 느낌을 하고 있었다. 현전 하는 미분자로 이루어진 그 애의 심오가 마음에 들었다.


어느 날은 길들여진 나의 마음이 나에게 고했다. 너는 그 애를 좋아한다고... 그게 맞다고 ㅡ내가 그 애를 생각 한때도 떠올리지 않을 때도 이야기해주었다. 그럴 때면 마음이 덜거덕 하는 소리를 내고 잠시 위로 올랐다가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그 애를 생각하는 내 마음은 무의식의 알람이었다. 그 애의 해저 같은 마음이 쓸려와 내 마음이 밀물이 되어 그런 현상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님 그 애를 받아들인 마음에 자국이 생겨서 그 자국이 계속 이야기를 하는 걸까..


어느새 마음은 도미노가 되었다. 불규칙하지만 루틴 같은 희망을 주는 내 마음의 외침은 섬처럼 구체화되어 도미노가 되었다. 시간은 위로 흐르고 있고 욕심은 탈주되었다. 나의 마지막 한계에 놓인 도미노, 내  마음이 유기적으로 쓰러지는 그 끝에 그 애의 발끝이 닿을 것이라고 마음의 눈을 하고 읊조리고 있었다.

그 애와 같은 공간이면 계단이 필요하지 않았다.  계단은 결핍과 욕심의 구조였다. 그 애가 들어온 나의 미로, 도미노에도 계단은 필요치 않았다. 우리는 분명 같은 공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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