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제 Sep 05. 2021

잡담

나의 모양에 대해


오늘 새벽엔 어딘가 공기 속에 겨울이 숨어있었다

남색 풀벌레 소리 


보르헤스의 글을 읽다 보니 체스판이 등장한다

문득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게임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다 무언가 룰을 정하면서부터 세계관이 형성되는 기분이 든다 연극무대에서 놀이를 하는 것처럼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는데 그림으로 표현이 될 것 같다

우리가 가진 환경 어디까지가 놀이의 범주일까

인생은 게임이다 그런 거 말고  내가 원하는 놀이는 어디까지 어느 투명도로 어떤 꼴을 가지고 있을까


책을 읽으면 책에 갇혀서 이상을 생각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가끔 이렇게 책이 평소에 한 번쯤 생각했던 주제들을 이끌어준다

그 이상이란 것은 그러면 무엇일까

나 같은 경우 반복에서 시작된다

사고에 패턴이나 한계가 보이면 이 작가 이걸 왜 이렇게 계속할까  라던지 이게 더 좋지 않을까 라던지 질서가 되려고 하는 지점이나 관습적 사고에 반문하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 아이디어가 나온다

책이 사람을 가두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다

이것은 미술작품처럼 이미지화되어 보는 이에게 다른 시각들을 선사하고 사고하게 만든다

이상이라는 것도 결국 어떤 토대가 있어야 디딜 수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아슬아슬한 핍진과 공상 그리고 루틴적 사고와 관습에서 줄타기하는 경계에 있다 


시간을 두고 생각이 돌아오는데

그럴 때면 그동안 경험들에 줄이 하나 더 늘어있어 제법 그럴듯한 생각으로 돌아오고 나는 그것을 양봉하듯 꿀 채집한다 


과거에 쓴 글을 보니 미술관에서 가장 작품을 예쁘고 아름답게 보는 거리에 대해 적은 적이 있다

건물이나 질서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인데 미술관에 거리 두는 선 같은 것도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이브하게 거리 두었을 때 가장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해버린 것이다

실제로 손이 닿지 않을 거리가 가장 설득력 있겠지만 나는 가끔 다른 이유를 더 크게 받아들이고 싶어 질 때가 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류의 평소 시민들이 궁금했던 궁금증을 모아서 과학적으로 풀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의 이전글 숲 속 미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