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cuphile
루마니아 하면 뭐가 떠 오를까?
대표적으로 드라큘라? 아니면 과거 공산주의국가? 어쩌면 특별히 떠 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살아가면서 루마니아가 궁금하거나 일부러 알아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짧지만 아름다운 이 다큐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다큐멘터리 <젊은 위궈의 기쁨과 슬픔>은 루마니아의 문학을 너무나도 사랑한 중국인 청년 인위궈에 대한 이야기이다. 처음엔 섬네일의 사진상으로만 보기엔 정확한 나이를 알 수 없어 그래도 성인이 된 청년이겠거니 했지만, 그는 10대 후반의 앳된 고등학생이었다. 그는 시를 사랑하고, 특히 루마니아 문학 중에서 19세기 낭만주의 시인 미하이 에미네스쿠를 흠모했다. 그는 '시를 쓰지 않는 부조리보다 시를 쓰는 부조리가 낫다'는 문구에 감명을 받았고, 루마니아 정부와 바커우 대학교에 자신을 받아달라고 이메일을 보낸다. 이런 거침없고 격렬한 열정이라니.
결국 바커우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그는 어두운 동굴에서 날개를 움츠리고 있던 용이 비로소 날개를 펼친 느낌이라고 표현하며 루마니아로 기쁘게 홀로 떠난다. 중국 쿤밍의 한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던 그의 부모님 역시 걱정스럽지만 그를 지지하며, 그가 훨훨 날개를 펼쳐 날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인구 20만 루마니아의 작은 소도시 바커우에 도착한 그는 부족한 루마니아어로 학교와 문학행사, 박물관 등을 방문하여 소통하며 자국민 보다 더한 루마니아 사랑을 보여준다. 루마니아 사람들은 먼 나라 중국에서 온 청년을 통해 자신들이 가진 문학적 자산과 역사적 유산에 자부심을 느끼게 되고 감동받는다. 그가 루마니아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루마니아는 통일 100주년을 맞이한다. 위궈는 퍼레이드에 참가하며 이방인이 아니라 루마니아를 사랑하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순수한 사랑과 열정을 전한다.
다큐멘터리의 결말은 예상과 다르게 비극적이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순수한 사랑과 열정 그리고 도전과 진중함은 보는 이에게 충분한 감동을 남기고 있다. 바커우의 문학행사에서 진중한 얼굴로 루마니아어와 중국어로 에미네스쿠의 시를 낭송하는 그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고 숭고해 보인다.
다큐는 단순히 루마니아를 사랑한 한 청년의 기록이 아니다. 순수한 열정과 믿음을 따라 행동으로 옮긴 인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짧지만 강렬했던 그의 날갯짓은 우리에게 묻는다.
열정이란 무엇이며, 그것이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지금의 나는 무엇을 향해 맹렬하게, 그리고 순수하게 달려가고 있는 것인가?
세상의 조건과 계산 앞에서 어느새 식어버린 열정은 없는가?
다큐멘터리를 보고서 긴 여운이 남았다. 우리에게도 각자의 루마니아가 있지 않을까? 혹은 있지 않았을까? 남들이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설명할 수 없는 강렬한 끌림 때문에 기꺼이 떠나고 싶은 그곳, 그 길 말이다. 그 길을 가는 자에게는 축복을, 잃고 헤매는 자에게는 용기를.
인위궈는 짧은 삶으로 내게 묵직한 질문을 남겼다.
당신의 순수한 열정은 어디에 있는가?
메인이미지 출처 : https://youtu.be/wkPP_Xkcky0?si=L9aZAcxetdQTGGv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