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안의 노화시계

The docuphile

by 매버지

얼마 전 마트에서 고추장의 성분표를 가까이 두고 보는데 잘 보이지 않았다. 어랏, 노안인가. 이후에도 유사한 경험을 한 뒤 노안이 왔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40대 중반 신체적으로 확실히 노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느낀다. 물론 내 나이에도 미친 듯이 운동하는 분들은 그런 게 전혀 안 느껴진다는 분도 계시지만 난 확실히 느껴진다. '노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구나.'


사람들의 노화에 대한 관심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대학내일의 20대 조사결과에 따르면 노화 관련 검색량이 2020년 대비 2024년 약 1.6배가 늘었다. 또한, 2022년에는 노화와 관련된 키워드가 피부관리와 관련 부분이 많았다면 2024년에는 건강관리, 예방, 습관, 식단과 같은 키워드들이 늘어간 것을 보면 확실히 노화에 대한 개념들이 달라지고 있다.

달라진 노화에 대한 인식(출처 : KBS)


KBS 다큐인사이트 [노화의 속도] 1부 내 몸 안의 노화 시계에서는 사람마다 다른 노화속도 그리고 신체나이와 노화시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요즘 핫 한 노화 인플루언서인 '정희원' 노년 내과의도 출연을 하여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노화의 결과가 노쇠로 이어지는 것을 주의하라고 한다. 실제로 사람들의 스트레스 지수는 날로 증가하고 있고, 배달음식과 패스트푸드 등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들도 많다. 나 역시 '스트레스는 술로 푸는 거지'라는 생각으로 30대를 보내왔기에 이미 내 몸속에는 노화세포들이 우글우글할 것이다.

노화의 원인(출처 : KBS)


다큐에서는 단순히 노화를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늘어나는 리스크가 아닌, 세포나 유전자 수준에서 측정 가능한 생물학적 나이의 개념을 강조한다. 실제로 최근 과학계는 DNA 메틸화 같은 후성유전학적 지표를 이용해 '지금 이 몸이 실제로 몇 살 쯤의 생체 나이를 가지는지'를 꽤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즉, 같은 나이라 하더라도 사람마다 노화의 속도는 다르고, {유전적 요소 + 생활 습관 +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특히, 다큐에서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노화 세포들(aging cells)이 단지 자신만 늙는 게 아니라, 신호를 보내 주변 세포도 노화시키는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점이다. 즉, 노화는 전염병처럼 퍼질 수 있다는 것인데 만약 지금 상태에서 생활습관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노화의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다 같이 죽자는 노화세포..ㄷㄷ(출처 : KBS)


그렇다면 우리가 소위 '저속 노화(Slow Aging)'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실천해야 할까? 이미 다 알고 있듯이 식단관리와 운동(고강도 운동 중요),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와 같은 생활습관 개선이다. 늘 그러하듯이 말로 하기 쉽지만 어려운 것들이다. 하지만, 인생 후반부 장애수명이 길어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고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여 누적되면 복리처럼 내 건강수명을 늘려줄 것이다. 착하게도 우리 몸은 스트레스 환경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을 살아갈 때 다시 생체나이를 줄여주는 마법을 부린다.

인체의 신비(출처 : KBS)


다큐는 노화도 데이터이고, 관리 가능한 지표가 되어간다고 말한다. 이는 건강수명과 삶의 질을 '측정 가능한 변수'로 다룰 수 있다는 말이고, 고령화 시대에 비즈니스 맥락에서도 매우 의미가 크다. 오랜 시간 과학자들이 노화를 정복(?) 하기 위한 연구를 해왔고, 이제 어느 정도 빛이 보이기 시작한 느낌이랄까? 물론 모든 정보를 다 섭렵해 볼 수 없는 나로선 이게 바이오 기업들의 거대한 판일지도 모르겠으나 말이다(난 참 음모론을 좋아한다..). 조만간 노화 치료제가 개발되면 세상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궁금하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노화에 대한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적 인식 전환부터 중요한 것 같다.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변수로 받아들인다면 이는 국가적인 정책과 의료 시스템, 사회 구조 전체가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노화와 관련된 10년 장기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으며, 국민 전체의 노화를 관리하는 역할을 정부가 개입하고 있다.

일본정부가 운영하는 고령자 전용 운동 센터(출처 : KBS)


결국 노화는 단순히 ‘나이를 먹는 과정’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느냐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는 결과물이다. 누군가는 몸속 시계를 천천히 돌리고, 또 누군가는 무심코 그 속도를 앞당기기도 한다. 이 다큐를 보며 가장 크게 느낀 건, 노화란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방치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 사실을 하루라도 빨리 깨닫는 것이 바로 노화 방지의 지름길일 것이다.


노화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모든 것은 선택과 습관의 결과다. 우리가 지금 무엇을 먹고, 어떻게 움직이며, 어떤 감정으로 하루를 쌓아가는지가 결국 미래의 나를 만든다. 신체의 노화는 종종 정신의 노화와 맞닿아 있기도 하다. 몸이 건강하지만 정신이 늙은 사람도 이상하고, 몸은 아픈데 정신만 젊은 사람도 좀 이상하다. 이 밸런스를 지키기 위해, 조금 더 나 자신을 돌아보고 실천 가능한 작은 습관부터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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