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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깊은 곳의 너

R.I.P. 마왕

by 매버지 Aug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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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냥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해. 지금 아빠가 하는 말들이 이해가 되지 않아도 그냥 들어줄래?


  아침이면 일찍 침대에서 일어나 출근한 엄마를 뒤로 한 채 새근새근 잠이 든 너를 보면 이상하게 안쓰러워. 엄마 역시 그런 마음으로 출근했을 거야. 그래도 집에 아빠가 있으니 다행이다 생각하면서. 잠 잘 자고 있는 너한테 '왜 이러세요?'라고 물을 수도 있겠네. 그냥 세상에 태어난 아이를 보는 부모의 마음 정도로 이해해 주련. 물론 잠에서 깨어 가끔 '아빠, 싫어~ 엄마~~~'하고 우는 널 볼 때면 그 맘이 싹 가시기도 한다만.


  너 잠잘 때면 항상 엄마, 아빠 팔꿈치를 만지잖아? 누워서 양팔 팔꿈치를 다 달라고 할 때 정말 어처구니가 없기도 한데 그래도 참 귀여워. 아빠보다 잠이 많은 엄마가 매몰차게 팔꿈치를 거둬드리더라도 걱정 마. 아빠가 힘닿는 데로 팔꿈치를 제공해 볼게. 언제까지 그래야 할지 조금 걱정은 된다만 아빠, 엄마 팔꿈치 없이도 혼자 씩씩하게 잘 자는 날이 오면 조금 서운할지도 몰라.


  요즘 부쩍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자기주장이 해지는 너를 보면서 '성장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라고 속으로 말하며 화를 삭일 때가 많아(물론 화가 많은 아빠의 영향도 조금은 있겠지...?). 화내다가아빠가 갑자기 비행기 태워준다고 긴급 제안을 하면 찡그린 얼굴이 갑자기 하회탈이 되는 너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단다. 어쩜 그러니? 점점 무거워지는 너를 50을 향해 가는 아빠가 언제까지 비행기 태워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너 때문에 운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아빠 방에 산 턱걸이 운동기구, 엄마는 '하루에 몇 번이나 해?, 옷걸이?'라고 비난하지만 원래는 너 때문에 산 거야. 요샌 운동기구에 네가 자꾸 올라 노는 걸 보면 돈 아깝진 않더라.


  더워도 너무 더워서 놀이터에서 노는 걸 제일 좋아하는 너를 하원 후 집으로 데려오는 아빠 심정은 편치가 않다. 그래서 새 장난감, 키즈카페, 문방구점, 아이스크림 가게 등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잖아. 근데 그것도 한계가 오고 있어. 집에서 어떻게 하면 너랑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고민이 되네. 아빠도 진짜 첨 해보는 일이라 좀 시간이 필요해. 유튜브나 인스타에서 보고 다 따라 해 봤는데 너는 동영상 속의 잘 따라와 주는 아이는 아니더라고. 그래도 더 노력할 거야. 아빠랑 보내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도록.


  아빠가 나름 요리부심이 있잖아. 그런데 요즘 점점 편식이 심해지는 너 때문에 좀 고민이 많다. 3,4살 땐 아빠가 해 주는 건 뭐든 잘 먹어주던 너였는데 요샌 너 많이 변했어. 잘 먹던 김치도 안 먹으려고 하고 야채도 점점 거부하는데 진짜 이러면 아빠가 요리연구가가 돼버리는 수가 있다. 어떻게든 먹인다는 일념 하에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는 거지. 기대해라, 아빠 요리책 나오면 베셀 될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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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유튜브 채널 뽀로로 우당탕탕 아기돌보기 중에서

  예전에는 놀이터에서 언니, 오빠들 보고 졸졸 따라만 다니던 너였는데 요즘엔 동생들한테도 다가가 우쭈쭈 하는 너를 보면 신기해. 누나미, 언니미를 보여주다니 말이야. 예상치도 못한 모습이라 엄마도 아빠도 놀랐거든. 우는 아기를 웃게 해 준다고 을 찌그러뜨리며 두 손으로 양 볼을 꼬집는 너를 보 어디서 배운 거지 하고 생각해 보니 아빠는 알 것 같아. '뽀로로 아기돌보기 편'. 너 그거 한 200번은 본 거 같아. 거기서 뽀로로랑 크롱이 아기가 우니까 하는 우스운 행동이 자나. 맞지? 귀여운 놈.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아빠 학창 시절에 유명했던 가수가 있어. '마왕' 신해철 님이라고. 한 시대를 풍미한 락커이셨지만 발라드 명곡이 참 많은데 그중 아빠가 좋아했던 [내 마음 깊은 곳의 너]라는 명곡이 있. 그 곡의 후렴구에 이런 부분이 있는데 아빠랑 너 사이에 딱 맞는 건 아니지만 이 가사가 요즘 아빠 마음과 비슷해. 내 마음 깊은 곳의 너와 함께 할 내일을 생각하며 기다림도 기쁘다. 사랑해, 딸.


만남의 기쁨도 헤어짐의 슬픔도
긴 시간을 스쳐 가는 순간인 것을
영원히 함께할 내일을 생각하며
안타까운 기다림도 기쁨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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