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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꿈을 응원해

진로와 독립

by 매버지 Aug 1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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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동창의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 야구부 선수이다. 얼마 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아이 진로 문제로 빠지게 되었다. 이제 곧 중학교에 진학할 텐데 야구를 계속 시켜야 하는 건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아이는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예체능 진로를 선택하는 것이 큰 모험이라고 생각되는 것 같았다.


[친구] "야구선수로 진로를 결정했는데 고등학생이 되어서 진짜 재능 있는 아이를 보고 좌절하거나 부상 때문에 더 이상 야구를 못하게 되면 어쩌냐? 그땐 정말 삶이 어려워지는 거야"


[ 나 ] "그래도 아이가 하고 싶다는데 네가 좀 밀어줘야 하는 거 아냐? 난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리고 아이도 스스로 진로를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거야."


[친구] "아직 어리고 세상 물정을 잘 모르니까 부모가 진로에 개입해서 냉정하게 판단을 해줘야 해.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예체능으로 진로를 정했다가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되어서 진로를 변경하려고 할 때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없어. 그리고 돈이 한두 푼 들어가는 줄 아니? 야구 장비가격이며 전지훈련비, 방과 후 추가 훈련해 줄 코치 월급은 부모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내줘야 해. 그리고 우리나라는 운동하면 공부는 거의 안 시키기 때문에 나중에 갑자기 공부하려면 기존에 공부해 온 애들이랑 경쟁이 안된다."


[ 나 ] "아..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긴 하다만 그래도 현준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야구 좋아하고 상도 받고, 꽤 잘한다고 들었던 것 같아서 잘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드네. 여하튼 너희 부부도 고민이 많겠다."


  친구와의 대화가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고 앞으로 내 아이의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내린 내 결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보도록 응원해 주는 게 좋지 않겠냐'이다. 그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부모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지만 나는 내 아이에게 최대한 그렇게 해주고 싶다.


  '부모의 역할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생각을 가끔 해본다. 결국 아이는 언젠가 내 품을 떠나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 나아가야만 한다. 그 인생의 길에는 수많은 선택이 존재할 것이고 그로 인한 희로애락 역시 본인의 몫이다.

  

  나의 경우 초등학생 시절엔 그다지 하고 싶은 일이 없었다. 물론 장래희망을 적는 칸엔 줄기차게 과학자라고 적긴 했지만 과학자를 그냥 철인 28호를 만드는 사람 수준으로 생각할 뿐이었다. 당시에 나는 스트리트파이터의 '베가' 캐릭터를 그리기 좋아하고,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제발 발표를 안 시켰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은 내향적인 아이였다.

허영만 화백 '세일즈맨' 중에서허영만 화백 '세일즈맨' 중에서

  중학생이 되어 친구 덕분에 영화에 빠지게 되고, 잠시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어렴풋이 꾸었다. 하지만 한 번도 그 꿈에 대해 입 밖으로 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부모님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그 꿈도 오래가지 않았고 만화책을 좋아하였던 나는 허영만 화백의 '세일즈맨'이라는 책에 푹 빠지게 되었다. 주인공 차세일은 이름처럼 자동차를 판매하는 딜러이다. 대학을 포기하고 자동차 판매에 도전하는 그 모습이 매우 멋져 보였다. 난생처음으로 용기를 내 나의 꿈은 세일즈맨이라고 부모님께 말했다. 그 결과는? 별 다른 물음도 반응도 없이 그냥 웃어넘기고 마셨다. 무안해진 나는 다시 만족스러운 꿈을 다시 찾아야만 했다.


  고등학생이 된 후 공부가 시원찮았던 나는 돌연 고1 말 무렵 미술을 전공해보고 싶다는 파격적인 선택을 한다. 아마 '베가' 그리기에서부터 시작된 미술의 자부심(?)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부모님은 이제 와서 무슨 미술이냐는 반응이셨고 그만한 열정도 자신감도 부족했던 나는 금세 또 도망치듯 다른 꿈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난 문과생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결말, 경영학도가 되었다. 만약 부모님 마음에 썩 들지 않았더라도 나의 꿈과 진로를 밝힌 첫 순간 무조건적 응원을 받아 봤다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부터는 더 이상 내 선택에 있어 의문을 품지않고 스스로를 응원하며 주체적으로 살았다. 그 덕에 많은 취업, 이직, 그리고 창업이라는 다양한 경험을 하였고, 지금까지 큰 무리 없이 내 삶을 단단하게 잘 살아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어쩌면 어린 시절 내 꿈을 스스로 정하고 그 길을 가기 위해 몰두하지 못한 것은 내 잘못이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런 훈련이 되지 않은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는 선택의 기로에서 나처럼 도망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의 진로탐색에 대한 지원과 선택에 있어 응원과 신뢰는 그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져 나가도록 하는 큰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선택이 좋은 결과를 맺거나 성장의 계기가 되면 더욱 자신감을 얻게 되고 믿어준 부모에 대한 신뢰도 깊어진다고 생각한다. 만약 좋지 않은 결과를 맺는다고 해도 부모는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끝까지 응원하는 조력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양육의 궁극적인 최종 목표는 '독립'이라고 이야기한다.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부모의 역할은 조력자이지 해결사나 대행자가 될 수 없다. 부모로부터 당당히 독립을 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선택에 대한 존중과 응원 그리고 믿음이 필요하다. 그리고 조력자로서 아이가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치우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고 최대한 설명해 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부모를 비난하고자 함은 아니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선택과 행동을 존중하고 싶다.


  유아기를 지난 청소년기 아이들은 부모와 분리되려 한다. 사춘기가 오고 자신의 진로와 친구관계 등에 대해 끝없는 고민을 할 시기이다. 만약 그 고민의 일부를 나눌 수 있는 아빠가 된다면 나의 육아는 절반은 성공이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가 내 소유물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책임질 수 있는 존재임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비록 내 꿈의 변천사 과정에서 격한 응원을 받지는 못했지만, 여태껏 부족한 아들을 위해 온 마음으로 헌신해 주신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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