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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우 Dec 16. 2022

내 인생의 첫 정리해고

말로만 듣던 구조조정으로 인한 정리해고,

내가 경험할 줄은 몰랐다.





올해 들어 경제 위기로 인해 미국 실리콘밸리를 포함하여 다양한 IT 기업들의 인원감축을 뉴스로 접했고 업계 사람들이랑 우스개 소리로 '나도 짤리는 거 아니야?'라는 농담을 하곤 했다.


정리해고 통보받기 전날 새로운 서비스 배포를 앞두고 있어 스쿼드원들과 기존 데이터와 지표를 추적하며 다음 액션 플랜 관련 회의를 진행했었고 디자이너인 나는 새로운 서비스 배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마케팅 전략과 그에 따른 콘텐츠 디자인을 고민했다.


이러한 고민들이 한순간에 휴지조각이 되어 버린 것은 바로 다음날이었다.

CPO라고 부르던 프로덕트 책임자 분께서 정리해고 대상자 한분씩 미팅을 통해 사실을 전달하였다.


회사가 많이 어려워져 인원감축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중 대상자라서 이 사실을 전달드리려고 해요.
절대 역량 부족으로 인한 결정이 아니니 너무 낙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말로만 듣던 정리해고라니.. 사실을 접하고 나서 솔직하게 별 생각이 들지 않았고 덤덤했다. 아니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프로이직러인 나에게 새로운 터를 구하는 것은 그렇게 두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이 기회가 나의 인생에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다.


함께 일했던 모든 멤버가 어디에 가서도 인정받을 만한 인재들이었고 자율과 책임 아래에서 일할 수 있는 회사 문화가 나에겐 너무나도 잘 맞았었다.

이렇게 대단한 곳에서 대단한 사람들과 일했던 경험을 갖고 새로운 도약을 하고자 다짐했다.

짧지만 많은 것을 가르쳐준 디자인 리드께서 나에게 안타까운 사실을 전달하며 죄송하다는 표현을 사용하였는데 전혀 죄송할 필요가 없다는 말과, 조만간 업계에서 주목받는 인재로 거듭날 테니 기다리라는 패기 넘치는 말과 함께 회사를 떠났다.




자 이제 어떤 것부터

하면 되지?




혹시나 나와 비슷하거나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디자이너도 존재할 수 있으니 내가 정리해고 사실을 듣자마자 빠르게 실행했던 일들을 시간 순대로 나열해보겠다.


1. 링크드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구직 의사 밝히기(#OPENTOWORK)

정리해고 사실이 부끄러워 숨기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링크드인을 통해 구직의사를 밝혔다.

한국의 커리어 커뮤니티도 페이스북에서 링크드인으로 이미 많이 넘어왔기 때문에 꼭 이직 의사가 없더라도 링크드인을 통한 네트워킹을 해보기를 추천한다. 관심 있는 회사가 있다면 현직자들과 가볍게 커피챗을 해볼 수 있고 새로운 회사들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아볼 수 있으니 정리해고 사실을 숨기지 말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길 바란다.


2. 실업급여 신청

실업급여 신청 정보는 회사에서 먼저 알려주었기 때문에 퇴사와 동시에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권고사직을 당했다면 재취업 활동 지원금인 실업급여를 별다른 확인 과정 없이 쉽게 신청할 수 있고 중도에 이직하더라도 조기 재취업 수당금을 받을 수 있으니 귀찮아도 꼭 신청하길 바란다.(기존 월급의 50%가 제공되어 추운 겨울을 지내기 충분하진 않지만 따뜻한 핫팩 공급정도는 될 테니 감사하게 생각한다.)

자세한 내용은 고용보험 사이트에서 확인하면 되고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들을 미리 해놓는다면 훨씬 수월할 것이다.


3. 이력서/포트폴리오 업데이트

이 부분이 가장 귀찮고 스트레스받을 텐데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나 같은 경우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전부 노션을 활용하여 제작했고 포트폴리오의 경우 회사마다 PDF가 필수인 곳이 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만 따로 PDF 버전으로 제작하였다.

기존에 갖고 있는 역량과 경험을 최대한 극대화할 수 있고 본인의 가치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이력과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면 되는데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피드백 요청을 해도 좋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이력과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해두었기 때문에 다행히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4. 입사 지원

사람마다 입사 지원 철학과 방식이 다르긴 하겠지만 나 같은 경우 마치 대학교 정시 원서 접수처럼 내가 생각하는 가/나/다군 회사들을 나열하고 가군의 회사들부터 차례대로 타겟하여 지원하였다. 다들 가군의 회사들 모두 합격하여 원하는 환경에서 일하길 바란다.


+ 지속적인 네트워크 활동

IT 스타트업신의 경우 굉장히 좁아 다리 하나 걸치면 알 수 있는 사이일 것이다. 나는 정리해고 사실을 빠르게 주변에 알려 이전에 같이 일했던 동료들을 만나 고민상담 혹은 커리어 코칭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

높은 확률로 사내 추천으로 입사하는 케이스도 존재하니 바쁜척하는 동료가 있더라도 집 앞까지 찾아가 커피 한 잔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 이제 어디서

무슨 일해야 하지?


발 빠르게 이력서/포트폴리오 업데이트를 진행했고 앞으로 이직할 회사의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건강한 재무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개인과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인지

만들고 있는 제품이 시장에서 고객이 정말 원하는 제품임을 검증했는지(=PMF를 찾았는지)


다음 회사에서 똑같은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았기에 건강한 재무상태인지 확인하려 했고 아직 너무나 부족한 역량을 성장시켜줄 뛰어난 동료와 이를 서포트해줄 수 있는 회사 문화가 중요했다. 부가적이지만 모든 커리어가 신규 구축 및 신사업을 통한 Market-Fit을 찾는 제품만 디자인해온 탓에 기존 유저에 대해 딥 다이브 하여 성장시켜본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이미 만들어진 제품이 있고, Market-Fit이 어느 정도 검증된 기업을 선호했다.


방대한 투자금을 통해 샤이닝 보너스 및 스톡옵션 등 다양한 옵션으로 치열한 인재 싸움을 벌여 이적시장이 활발했던 1년 전과 달리 지금은 이동이 적기도 하고 대부분의 기업이 보수적으로 채용을 하는 시기다.

이러한 악조건과 걱정되는 마음에 정말 많은 회사에 지원을 했고, 운 좋게 서류 합격된 회사들은 과제-면접 등의 채용 프로세스를 밟아 나갔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많은 이직 과정 경험 중 이번이 가장 긍정적이었다.

이유는 광탈(?)했었던 규모가 크고,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스타트업들에 서류 합격을 했고 면접 과정까지 경험했기 때문이다.

물론 최종 합격까지는 못했지만 나를 표현하는 데에 역량이 부족함을 느낄 수 있었고 회사와 나의 가치관 차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계기로 자신감이 더 생겨 다음 기회엔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기업에서 나를 원하게끔 성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약 4-5주 정도 되는 기간 동안 다양한 기업들의 과제, 면접들을 수행했고 운 좋게 5개 회사로부터 최종 오퍼를 따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신중했고 사실 이번 이직한 회사는 힘들거나 핏이 안 맞더라도 오래 다니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원하기 전 고려했던 이직할 회사의 기준과 처우를 고려하여 이직할 회사를 결정했다.

새로운 조직에서 새로운 일을 하기까지 대략 일주일 정도 남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기대된다.

조만간 새로운 곳에서 얻은 영감들로 브런치를 가득 메울 테니 조금 기다려주길 바란다!




이 글은 내가 겪은 경험과 감정들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하는 것이지만 혹여나 나와 비슷한 환경에 놓여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의 위로 혹은 도움을 주고 싶어서도 있다.

'좋은 일만 가득할 거야~', '힘내~ 할 수 있을 거야'등과 같은 위로의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누구에게나 위기는 오기 마련이지만 그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 또한 끝없이 이어지는 자기 증명을 포기하지 않고 달려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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