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성우 Dec 21. 2022

디자이너가 로켓 성장할 수 있는 의사결정구조, DRI


글쓴이가 디자이너라서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일 수 도 있지만,

디자이너라는 직군은 어떠한 직군보다 본인의 일에 대한 결과가 즉각적이고 적나라하게 평가받는 직군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거나 앞 뒤 맥락을 몰라도 누구나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취향과 같은 주관적인 의견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게다가 상급자에게 컨펌과 같은 절차가 있다거나 내가 한 일에 대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다면 결국 담당 디자이너의 의도와 결과물이 다를 확률이 높습니다.

이러한 방식이 지속된다면 많은 디자이너들이 맡은 일에 대해 몰입을 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좋은 제품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낮습니다.




내가 맡은 일에 대해 책임과 권한을 가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제가 경험한 많은 스타트업들 중에서 디자이너로서 가장 만족스럽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의사결정구조 문화인 DRI를 소개하려 합니다.


DRI란?
최종 의사결정권자를 우리는 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을 줄여 DRI*라고 부릅니다.
최종 결정을 한다는 것은 독단적인 판단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정보와 의견 속에서 결정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경청하는 것이 모든 DRI의 가장 중요한 직무능력 중 하나입니다.

DRI가 충분한 경청 후 결정을 했다면, 만약 누군가 그 결정에 동의할 수 없더라도 따를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결정에 승복하고, 그 결정을 지지하며 그 결정이 옳은 결정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도와줍니다.

출처: 토스(Toss)


DRI 문화의 핵심은 '최대한 많은 정보와 의견 속에서 결정하는 것'에 있습니다. 단순히 의사결정권만 주어진다면 해당 담당자가 쉽고 편한 대로 처리할 우려가 생길 수 있습니다.

높은 자유도가 주어진 만큼 그에 따른 책임감이 동반되는데, 이 과정이 특히 디자이너에게 빠른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디자이너가 설계한 의도부터 실제 제품 구현까지 다양한 챌린지를 마주하게 되는데 이러한 이유로 디자인에 대한 다음과 같은 목적과 논리가 필요합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

왜 이 디자인이어야 하는지

고려해야 하는 타깃은 누구인지

얻고자 하는 결과는 무엇이고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 등..





장점만 생각한다면 정말 좋은 문화지만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설득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어쩌면 디자인 리소스보다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는 데에 더 많은 리소스를 할애할 수도 있습니다.

가끔 설득하는 데에 드는 비용 때문에 비효율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설득의 과정에서 설계한 의도가 더욱 날카로워지거나 새로운 문제점과 아이디어들이 발견될 수 있습니다.

모두가 DRI 의견에 공감이 안된다고 하더라도 DRI가 모두의 의견을 경청했다면 결정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DRI의 결정을 존중할 수 있는 이유는 DRI는 본인의 의사결정에 책임을 지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책임은 단순 성과 달성이나 실패가 아닌 '학습'에 있으며, 본인이 결정하여 얻어진 결과에 대해 어떠한 배움이 있었는지 팀원들에게 공유함으로써 DRI 문화는 이상적으로 작동합니다.

회사는 다양한 실험을 권장하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문화를 제공해줘야 합니다. 실제 프로덕트가 살아남을 확률이 10%가 안 된다고 하지만 팀원의 성장을 위해 믿어보는 건 어떨까요?




DRI 문화가 올바르게 작동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1. 모든 사람이 DRI로서 일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채용퀄리티를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DRI를 가진 사람은 수많은 이해관계자들로 부터 수많은 챌린지를 마주하게 되는데 직무 역량이 부족하다면 본인 의견을 통해 팀원을 설득하기도 어렵고, 날카로운 피드백들을 수용하기 어려워 팀원과 본인 모두가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2. DRI를 지지하지만 지속적으로 의심하고 날카롭게 바라봐야 합니다.

DRI 문화가 지속되다 보면 '어차피 내가 말해봤자 DRI가 결정할 텐데, 굳이 감정소모 하지 말자'라는 감정이 들 수 있습니다. 이는 잘못 해석된 것이며 서로의 성장을 위해 각자의 관점에서 투명하고 솔직한 피드백 문화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때 피드백의 방식도 중요한데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전략적인 비평을 통해 DRI의 의견을 교정 혹은 지지해야 건설적인 소통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3. 권한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획득하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최종 결정을 한다는 것은 독단적인 판단을 한다는 것이 아니며, 최대한 많은 정보와 의견 속에서 결정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의 일이 아닌 팀과 회사를 위한 일들을 함께 해결하여 임팩트를 내는 것이 중요하며 그렇게 해야만 모두가 함께 참여하여 수평적인 소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완벽하지 않고 틀릴 수 있음을 인지하고 학습과 성장에 초점을 맞춰 나의 의견이 부정당하더라도 방어적으로 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그밖에 회사에서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원칙들이 있다면 서로의 의견을 좁히기 수월할 것입니다.





DRI 문화를 직접 경험해보니 어느 직군보다 디자이너 직군에게 큰 성장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디자이너에게 가장 동기부여가 떨어질 때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디자인을 할 때라고 생각하는데, DRI 문화에선 그렇지 않다.

최종의사결정권을 부여받아 내가 생각하는 문제를 해결하여 결과를 확인하고 학습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DRI 문화는 정답이 아니며 다른 누군가에겐 이러한 문화가 압박감과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겐 디자이너로서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빠르게 시도하고 빠르게 학습하는 경험이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거나, 문화를 바꾸고자 하는 곳이 있다면 DRI 문화도입에 대한 고민을 추천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