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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기자 Sep 04. 2017

스웨덴식 공부법 세미나

Session: "Swedish Academic Study Skills"


지난 8월 24일에는 헬싱보리 캠퍼스에서 룬드대학교 석사 입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스웨덴식 학습법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다. 스웨덴식 학제와 교육의 특성에 대해 소개하고 아카데믹한 글쓰기 방식에 대해 교육하는 시간을 가졌다.

(해당 글의 상당 부분은 당일 공개된 룬드대학 측의 프레젠테이션 내용에서 발췌, 요약했습니다.)





룬드대 Academic Support Centre 담당자가 8월 24일 헬싱보리캠퍼스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스웨덴식 학습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략 일주일에 수업은 2~3번, 워크숍이 1회 정도가 평균적이고, 수업시간은 예를 들면 오전 9시~12시까지 이렇게 3시간 연속으로 진행(시간당 15분 휴식시간 포함)된다고 한다. 수업 자체에 실질적으로 할당된 시간은 적은 편이지만 일반적으로 주 40시간 정도는 학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점수 체계는 VG, G, U

                    5, 4, 3, Fail

                    A~F

                    Distinction, Merit, Pass, Fail


이런 식의 다양한 범주로 나뉘는데 한 수업에도 여러 개의 점수 체계가 병용되기도 한다고 한다.


평소 수업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루틴한 업무 계획을 짜는 것이 중요한데 주 단위로 큰 그림을 그려보고, 다시 그 계획을 일 단위로 나누는 것이 좋다. 주 단위 혹은 1 course 단위 학습계획은 Live@Lund라는 교수진과 학생들이 공유하는 웹사이트에서 공개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Week 3은 첫 수업

week 4는 스터디그룹 미팅

week 7은 reflection paper

week 8은 paper topic

week 9는 presentation

week 11은 Final paper


이런 식으로 미리 중장기 계획을 체크한 뒤 다시 세분화해 일별 계획을 짜는 게 좋다.

아카데믹 지원센터는 에세이 제출 전 시험삼아 이용해볼 생각이었는데 방문 전 예약필수라고 한다. 인력도 많지 않아 스터디그룹을 이용하는 게 나을 것 같다.


한편 작업을 미루는 습관(procrastination)이 많은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문제점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집중력 향상, 시간관리 팁도 소개했는데 1) 먼저 single task에 25분간 집중한 뒤, 그동안 떠오르는 집중력 분산 요인들을 틈틈이 따로 적은 뒤 25분이 지나면 그때까지 성취한 결과를 적고, 5분간 휴식을 취한다. 이것을 다시 25분 간 반복한 뒤 그 뒤로는 길게 휴식을 취하는 습관을 들이면서 집중력을 훈련하는 식이다. 되레 더 산만해 보이는데 나름 연구결과를 통해 도출된 집중력 향상 학습법이라고 한다.


2) 자꾸 미루는 악습을 고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스터디그룹 활용을 들었다. 수업시간 필기를 비교하고 모르는 부분을 서로 질문하고 가르쳐주고, 에세이를 돌려 읽고 피드백을 주고 리딩 과제를 읽고 토론하거나, 프레젠테이션을 연습하면서 서로 보완할 점을 지적해주는 방식이다. 사실 이런 모든 걸 혼자 하려면 힘들 수도 있는데 집단적으로 시간표에 맞춰 계획을 실행하다 보면 미루는 습관을 고칠 수가 있다고 했다. 이 부분은 상당히 효과가 있는 것 같다. 9월 초 첫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400p 짜리 책 한 권을 4일 안에 읽고 워크숍을 하기로 했는데 혼자서 책을 읽을 때는 정말 진도가 안 나갔다. 그런데 워크숍 하루 전날 친구 녀석 2명과 카페에서 브레인스토밍을 했는데 불과 2시간 만에 책 한 권을 챕터별로 개념 정리를 하고 서로 문답을 하면서 소화를 해냈다. 불과 2시간 만에! 첫 세미나라 다들 탐색전 수준이었긴 했지만 막상 참석해보니 같이 모여 공부를 한 우리 3명이 다른 학생들보다 이해도나 다양한 사례를 끄집어내는 데 약간 앞섰던 것 같다. 물론 스터디원이 누구냐에 따라 윈윈이 될 수도 있고 독박을 쓸 수도 있으니 복불복이긴 하다.


안구건강을 위해 리딩 전용으로 한국서 미리 구입한 아마존 킨들. 전자 잉크라 오래 써도 눈이 피로하지 않습니다.


그럼 리딩은 당최 어떻게 해야 좋은가?


일단 룬드대학 교직원들이 권장한 방법은 이렇다. 먼저 리딩을 읽고 5분간 요약을 한다. 스터디원끼리 요약한 내용을 서로 비교를 해도 된다. 넌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서로 생각을 공유하다 보면 좀 더 논제의 핵심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업시간 전 약 10분 간 속독으로 리딩을 하는 것도 예습 차원에서 상당 부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 뒤 24시간 안에 복습을 하는 것이 기억을 오래 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라고.


리딩 하는 동안에는 그냥 읽는 게 아니라 중요 단어, 주요 주장과 근거를 노트에 적는다. 이때 페이지 넘버와 reference info를 꼭 함께 기재하라고 강조했다. 다시 내용을 찾을 때 방대한 분량을 다시 뒤지려면 짜증이 나는데 그럴 필요가 없을뿐더러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히 시간이 없을 때는 리딩의 제목이나 도표, 요약본, bold/italicized words 부분을 주의 깊게 읽어 요약을 해도 된다.

리딩을 마친 뒤에는 마인드맵을 그려 책상 위나 잘 보이는 장소에 붙이고 틈틈이 보는 것도 좋다. 수업이나 세미나가 진행되는 추이에 따라 정리할 개념이 쌓이면 이 종이에다 두고두고 업데이트하는 게 좋다. 특히 이 방법은 여러 가지 복잡한 개념들이 한꺼번에 나올 때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데 효과적이다.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하는가 봤더니 그들은 주로 ppt나 워드를 사용해 책 내용(중요 개념, 용어 정리)을 요약해서 수업시간에 뽑아 왔다. 난 구식이라선지 에세이를 제출할 게 아니라면 아직까진 리딩을 요약할 때 수작업으로 노트에 써 갈기는 편이다. 이걸 수업이 끝나면 워드로 정리하는데 이 경우 시간이 2배나 들어가는 단점이 있는 것 같아서 최근에는 이 방법을 보완할 방도를 찾고 있다.

 


Critical Reading


이쪽 동네 교수진들이 늘 강조하는,

그러나 아시안 학생들이 주로 겪는 취약점이라는 비판적 독해.

자기 나름대로 리딩을 요약하는데 그냥 카피하는 수준에 머무는 게 아니라 reflection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생활에 적용을 해보거나, 자신만의 사례에 비춰 설명하거나 반박하는 식이다. 예컨대,


1. 이 글의 주장은?

2. 주장의 걍약점은, 반론은?

3. 기존 주장과의 차이는?

4. ...라고 다르게 가정해 본다면?

5. 다른 케이스와 연관 지어 생각해 본다면?

6. 기존의 것과 다른 해결책을 적용해 본다면?




Helsingborg City Library (aka my favorite place)


After the Reading (Review)


1. Recite out loud.

방금 읽은 페이지의 핵심 내용을 입으로 암송해보고 기억나는 모든 걸 종이에 써 본다.

2. 이후 적은 것을 리딩과 대조하며 틀린 부분을 수정하고 빠진 점을 보탠다. 즉 수정.


이 방법을 사용했을 때의 가장 큰 장점은 1) 자기도 모르게 표절을 하는 것을 막고 2) 본문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정말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징계 사례를 들추어보면 의도적인 커닝이나 표절보다 본인도 모르게 저지른 실수가 많다고 하니 이 방법을 적용할 경우, 아예 그런 무의식적인 표절 가능성을 뿌리째 차단할 수가 있겠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예전에 읽은 책을 계속 반복해 읽지만, 막상 시험을 앞두면 시간이 없다. 노트에 내용들을 빼곡히 적는 것보다 저런 식으로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을 무작정 써보는 게 좋다고 한다. '무작정'이라는 표현이 실제로 학교 측 담당자가 사용한 말이다. 마찬가지로 무엇을 쓸지 전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을 때도 '그저 써봐라'라고 조언했다. 라이팅을 마지막 단계로 미루는 것보다 리딩과 동시에 같이 가는 단계로 인식하는 것이 효율 측면에서 좋다고 했는데 일리가 있는 말 같다.


덧붙이길, 다른 사람(논문이나 저널 저자)의 주장을 보정/교정/카피하는 것이 아닌 자기의 주장을 디자인/설계하고 보완한 뒤 이것을 Paper로 써내라고 했는데 사실상 이것이 학교 측에서 요구하는 dissertation 내지는Essay의 정의에 가장 가까운 것 같다.





 사실 한국에서 유학오기 몇 달 전 리딩 리스트를 미리 뽑아서 조금 읽기도 했지만 방대한 양도 양이지만 도무지 여기서 어떤 내용이 중요하고, 그 부분이 중요한 것은 무슨 기준으로 판별하고, 이걸 어떤 식으로 요약할지 감이 서질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난 한국에서 수 년 전에(!) 학사 학위를 딴 것 외에 국내외에서 석사 공부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세션을 듣고 나니 대략 어떤 식으로 준비하고 진행해야 할지 윤곽이 잡히는 것 같아 여러 모로 요긴한 강의였다. 9월 초에 룬드 본캠에서 하는 취업 인터뷰 특강이 있다고 들었는데 시간이 된다면 그 후기도 작성해 봐야 겠다.



리딩이 밀린 날.. 날씨가 너무 좋으면 왠지 억울하다. swedish sommar가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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