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im기자 Oct 06. 2017

석사생을 위한  바람직한 폭풍 리딩법

Seminar: "Effective Reading Strategies"


*당일 세미나 프레젠테이션 자료와 발표 내용을 상당 부분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보다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영어 표현을 그대로 사용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지난 9월 20일 룬드대에서 학생들을 위해 리딩 스킬과 관련한 강의가 열렸다. 어떤 리딩이 좋은 리딩이고 나쁜 리딩인가, 일단 학생들 스스로가 문답을 던지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Passive reader 인가, Active reader 인가?


Passive Reader의 경우 - 그냥 읽는다. 질문하거나 사례를 연결하며 읽지 않는다. 글자를 서론부터 결론까지 하나하나 읽는다. 이해 안 가도 무작정 읽는 습관이 있다. 반면에,


Active Reader의 경우 - 리딩을 생각한 뒤 쓰기 단계를 위한 process로 인식한다. 예를 들면 empirical research 부분의 경우 모두 다 읽을 필요가 없다. 소주제를 읽고 난 뒤 구조부터 파악하고 관심 있는 부분을 골라 본문의 그 부분으로 다시 찾아가 발췌독을 한다. 그다음 문장에 뭐가 나올지 예측하면서 읽는다. ask questions, think about the language used.


.



읽기 전에는 무엇을 하나?


 큰 그림을 그려라. 구글, 유튜브, 위키피디아로 리딩에 나오는 개념을 검색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1. title, author, publication info, abstract/ back cover, table of contents 등의 단서로부터 중요 키워드와 구조를 도출하고 큰 그림을 추론할 수 있다.


2. 마인드맵 그리기

가지치기를 하며 글을 읽다보면 어느덧 나만의 논지 전개 구조가 생겨난다.


3. Preface 읽기 - 스캐닝하기. 정독하면 안 된다. the aim of book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둔다.



그렇다면 이것을 리딩 과제에 적용하면?

Reading list를 대략적으로 보고 Text type, 내용을 살피고 흐름에 따라 발췌독을 한다. 강의 중에 나온 이야기는 아니지만 중국인 친구의 조언을 빌자면 그 친구는 구글에 아티클을 검색해서 인용지수(citation Index)가 높은 것 위주로 본다고 한다. 예를 들면 3498번 인용된 글을 보고 24번 인용된 글은 버리고 하는 식이다. 그런데 각자 에세이를 쓸 때 인용 지수와는 관계없이 내 논지에 관련된 글이 있기 때문에 저 방법이 능사는 아니다. 다만 시간이 정히 없거나 세미나 참석 전 급하게 읽어야 할  땐 저런 방법도 좋을 듯하다.


학교 측 담당자는 또 한 가지 좋은 팁으로, 읽는 과정에서 관심 가는 소주제(논점)가 있으면 아래 사진과 같이 도표로 정리할 것을 권장했다. 예를 들면,


소주제 A - a학자 견해:oooo

                b학자 견해: yyyy

                c학자 견해: ㅋㅋㅋ



위 사진에서 보듯이 이런 식으로 비교분석 도표를 만들어 작성하라고 했는데 처음에는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니, 발췌독 통독을 하라매? 헤헹 안 해야지" 이랬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저렇게 학자들끼리 싸움이 붙는 대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인용을 위해 페이지도 반드시 같이 적어 둔다)하면 Discussion & Summary 부분을 쓸 때 요긴하다. 저런 과정 없이 쓸려면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고 어디에 그 내용이 있었는지 찾고, 왓츠앱 채팅창으로 친구들한테 물어보느라 생쇼를 해야 한다. 초반에 담당자나 교수님도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 "읽으면서 동시에, 써라"는 것이 이 뜻이었다. 다 읽고 쓰는 것이 아니라. 저런 도표 만들기 작업을 할 경우 얼핏 보기엔 지엽적인 부분에 괜한 공력을 들이는 노가다인 것처럼 보여도 저 과정 자체가 이미 막판 Conclusion 초고를 작성하는 단계이기도 하니, 이 경우는 리딩과 라이팅이 하나가 되는 셈이다.


또 한 가지 강조한 것은 '흐름을 쫓아가면서 읽기'였는데 예를 들어 Introduction을 읽을 때 뒤의 내용이 뭐가 올지 예상하고, context와 reference는 그냥 그대로 카피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내 생각도 같이 노트 테이킹을 하는 게 좋다. 막판에 갔을 때는 Introduction에서 언급한 내용이 Results, Solution 부분과 어떻게 연결되는가(Critical thinking) 확인하는 것도 괜찮다.



List에 있는 글을 다 못 읽으면 어떡하나?

그러고 보니 대학 측 관계자도 중국인 친구와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 시간이 부족해 리딩 리스트에 읽는 글들을 다 읽는 것이 도저히 넘사벽일 경우, 일단 리스트에 있는 글 제목을 스캔한 뒤 가장 중요한 것을 골라 읽는다. Topic별로 분류된 글들 중 해당 주제마다 보다 중요해 보이는 아티클을 한 개씩 골라 읽는다. 리스트 전체를 A부터 Z까지 다 읽진 말라는 것이다. 전체 그림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었다. 담당자 말로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자가 잘 모르는 단어에 집착하면 요지(큰 그림)를 잊기 쉽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주옥같은 말씀을 덧붙이길, "Resist the urge to look up every word you are unsured of."

차라리 일단 읽은 뒤 관심 분야 리스트를 만들어서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선별해 읽기를 강조했다. 그렇다고 모두 다 발췌독을 하는 게 아니라 글 장르나 특성에 따라 읽는 법을 달리해 읽는 게 좋다. 중요한 부분이라면 아예 앗쌀하게 intensive 하게 읽어야 하는 것이 맞다.


지금 생각하니 50개나 되는 긴 리스트를 준 것도 그래서 였다. 이걸 다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골라 읽을 것이라고 가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걸지도. 대부분 학생들 말을 들으면 특히 아시안 학생들은 1주에 1개 이상 못 읽겠다고 토로했는데 내가 그 케이스였다. 그런데 유럽인 학생들이 어떻게 리스트를 소화하는지 가만히 봤더니.. 물론 독해 실력이 우세한 덕도 있겠지만, 다 읽질 않았다. 리스트를 다 읽는 것도 아니었고 한 개의 글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을 하지 않고 발췌독을 했다.  언론 계통 특히 방송사에서 쓰는 속어 중에 "쪼가 들었다"는 표현이 있는데 한 번 들인 말투나 행동, 습관이 고쳐지기 힘들어서 자기도 모르게 계속 그 버릇을 반복하는 걸 말한다. 나는 모든 글을 정독하는 나쁜 "쪼"가 있어서 리딩을 할 때마다 너무 힘들었는데 어쩌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내가 자꾸 습관처럼 정독을 고집하는 배경에는 부족한 어학 실력을 그렇게라도 만회하려는 보상심리 같은 게 무의식적으로 깔려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런 고집을 포기하면 그때부터는 편하다.


속독은 어떻게 하는가


각 단락의 첫째, 마지막 문장(요지)을 읽고 빠르게 다음 단락으로 넘어간다.


이 부분은 참 재미있었던 것이, 속독 팁이 아이엘츠 리딩 파트를 공부할 때와 똑같았다. 담당자가 직접 텍스트를 위의 사진처럼 프레젠테이션에 띄워서 어떻게 눈이 글을 뽑아 읽는지 시범을 보였는데 1) 단락의 첫, 마지막 문장부터 읽고 2) paragraph의 sign post를 뽑아 읽는다. first, second, third...로 시작하는 것이 sign post다. 문장이 너무 길면 반복되는 단어에 주목하라고 했는데 그 키워드가 바로 요지라는 설명이었다. 담당자는 이 방법들을 강추했는데 중간 세부내용을 빼먹고 읽더라도 큰 그림을 그리기엔 좋다는 이유에서였다.


각 단락 (주로)앞머리의 sign post들을 눈으로 쫓아간다.




노트필기는 어떻게 하나


학교 측이 소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손글씨 필기가 더 학습에 유리하다고 한다. 손글씨는 한 번 쓴 뒤에도 revise에도 탁월하고(?) 글을 쓰면서 뇌가 작동해 이해도를 높인다고 한다. 반면에 노트북으로 하는 필기의 경우 타이핑과 인쇄 과정은 엄밀히 말하면 brain에서 일어나는 learning process가 아니라는 것인데, 여기까지 설명하니 갑자기 교실 곳곳에서 들리던 타이핑 소리가 주춤해졌다. 그런데 아무려면 어떤가. 본인에게 맞는 편한 방법을 쓰는 게 답인 것 같다.


잘 알려진 필기법. 노트 한 쪽은 강의 내용, 다른 쪽엔 질문과 자기 생각을 적는다.




고독한 리딩 작업, 채찍과 당근을


마지막으로 강의 내용과 리뷰를 24시간 내 복습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이 경우 내용의 30~40%를 기억할 수 있다고 했다)했는데, 정히 리딩 속도가 안 나갈 경우 방과 후 노트 정리도 하고 리딩을 하는 스터디 그룹 미팅을 정기적으로 갖는 방법을 권했다. 학기 초반의 강의에서도 말한 적 있지만,


1. Recite out loud, Write down

2. Correction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에세이를 작성하고 친구들끼리 서로 가르쳐주는 혹은 가르쳐주는 척이라도 하는(실제로 이런 표현을 강의 중 사용했다) 것이 80~90%의 내용을 기억에 남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기 때문에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학습 후의 시간에 따른 망각 곡선과 복습 효과를 설명하는 그래프







과제와 수업에 쫓기다 보니 3주가 지나서야 강의 내용을 옮겨 적으면서 기억을 더듬었는데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때는 정독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하루 종일 겨우 몇 페이지 붙잡고 자괴감을 느끼거나 저 강의를 들어도 '발췌독을 하면 된다는 요지 자체는 좋은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는데 지금은 저게 아주 당연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사실 난 한국어 책을 볼 때도 읽는 속도가 정말 늦고 좋게 말하면 한 자 한 자를 음미하며 읽는다. 그래야 기억에 오래 남고 문자를 말 그대로 씹어서 맥락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는데 문제는 저게 습관으로 붙다 보니 심지어 24시간이 지나면 정보 가치가 떨어져 뉴스에서 쓰레기로 전락하고 마는 신문 기사를 볼 때도 정독을 해 버리는 등 시간 소모와 정력 낭비가 너무 많았다. 그런데.. 가급적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피나는 노력한 결과, 가 아니라 사실은 시간은 없고 읽을 건 산더미고 해서 눈이 저절로 발췌독을 하게 되더라. 유학을 가기 전 주변 지인들, 직장 상사와 선배들, 친구, 가족들에게 제일 많이 조언을 구한 것이 에세이와 논문 쓰기, 즉 라이팅이었는데 유경험자들의 살이 되고 피가 되는 말씀 중 한 가지 공통되는 게 있었으니 "다 닥치면 하게 돼 있다"였다. 이제서야 그걸 몸소 겪고 있는 내 모습에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학사 졸업하고 프린트기 사용법도 모른 채 필드에 나가도 사회생활하며 깨지면서(?) 배우듯이 석사 유학도 부딪히면 다 되는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영어 공부만 꾸준히 하시고 오십시오



매거진의 이전글 스웨덴식 공부법 세미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