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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기자 Apr 17. 2018

Problematization: 논문을 향한 첫 발짝

# Research Problematization outline

*아래 글은 지난해(2017년 가을) 1학기 첫 코스의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쓰였습니다. 평소 라이팅이 가장 자신 없었고 개념이 확실히 잡히지 않았던 탓에 발행을 미루다 최근에야 갈무리해서 글을 올리게 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9월 26일 첫 번째 Literature Review를 제출한 지 이틀째인 지난달 28일, 익월(마감일: 10월 27일)까지 제출할 두 번째 Essay에 대해 설명하는 강의가 열렸다. R 교수의  < Research Problematization outline > 강의 내용을 적고자 한다. 왜냐하면 이 과정이 향후 논문 작성을 위해 이어질 지난한 고생담(?)의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앞서 첫 번째 과제가 교수가 지정해준 주제에 맞춰 listing 된 논문과 아티클들을 읽고 자기 의견을 개진하는 Literature Review였다면, 두 번째 숙제는 스스로 Research topic을 정하고 400p 이상의 관련 책 혹은 아티클을 엄선해 읽고 글을 쓴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이번 과제의 Framework나 작업 과정이 곧 논문 작성의 축소판이기도 했다.


텅 빈 학교 강의실에서 리딩과 함께 보낸 2018년 부활절 휴일.


관심 분야 정하기


1) 흥미로운 현상 위주로 전공과 관련된 아무런 주제나 고르면 된다. R교수가 "전공과 연결이 된다면 어떤 주제라도 무방하다. 개구리의 Love life 관찰기나 Tinder 사용법만 아니었으면 좋겠다"라는 극지방 기후가 무색해지는 어마 무시한 조크를 날려서 학생들이 예의상 웃어 드렸는데 그만큼 주제 선정이 자유롭다는 취지였다. 이를테면 친구들이 선택한 topic을 살펴보면... 카우치서핑이나 할랄 투어리즘, 의료관광, 일본 서비스 업종의 감정노동, 이런 식으로 학과 전공과 연결되는 재미있는 Phenomenon 위주로 고른다.


2) 관심 분야를 정했으면 resource를 찾을 차례다. 신빙성 있는 Established Journal을 찾기 위해 학교 도서관이나 SAGE 같은 공신력 있는 Research website engine에서 고퀄의 자료를 찾기를 권장했다.


3) 찾기 힘들면 원하는 아티클의 Reference를 참조해 저자가 어떤 자료를 읽었는지 역추적해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대략 Reference는 최소 13~25개를 리스팅 하길 요구했다. 작년도 Pass 한 학생(현재 2학년)의 경우 25~30개의 Reference를 작성했다고 전했다. 사실 쓰다 보면 저절로 깨닫게 되지만 5000자를 넘기려면 (내 의견 외에) 다른 소스를 여기저기서 최대한 많이 가져올 수밖에 없다.




목차 구성


1.    Introduction

2.    Problematization

3.    Theoretical outline (2000~3000 words)

4.    Discussion and summary

5.    Reference

6.    Appendix



위와 같은 순서로 적되, (5와 6을 제외하고) 1~4번까지 최소 5000~7000 words 분량으로 작성한다. 2번은 Literature을 읽은 뒤 (읽으면서 동시에) Mindmap을 그린 뒤 논지 전개 흐름과 순서를 정리해보고 쓰는 것이 좋다. 6번 Apeendix는 에세이 토픽을 어떻게 찾았고 어떤 research website engines을 활용했는지, 'explain how you set procedure, how you limited and validated quality' 위주의 내용을 반장~1p 분량으로 짧게 적을 것을 요구했다.


(원래 논문을 쓸 때 3번 이후에 Qualitative interview 등 empirical research, Methodology 항목이 들어가야 하지만 이 부분은 2학기에 배우기 때문에 여기선 생략됐습니다)



Problematization이란?  


지금은 익숙하지만 첫 학기 때 이런 생소한 용어를 이해조차 못해서 정말 애를 많이 먹었다. 10년 전 학사 졸업을 한 뒤 한국에서도 석사를 한 적이 없어 배경지식이 전무한 데다 기본적인 아카데믹 라이팅, 논문 작성법에 무지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심각한 수준이었느냐 하면.. 'Theoretical Framework'란 말 자체를 못 알아들어서 엉뚱한 내용을 주절주절 쓰고 시원하게 F학점을 받았더랬다. 사전적 정의야 '문제화', '이론적 토대' 이런 식으로 어색한 해석을 통해 이해할 수 있지만 '눈'으로 이해가 갈 뿐, '머리'나 '가슴'으로 이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논문이 뭘 요구하고 어떤 구성으로 이뤄져 있고 저런 요소가 어떻게 쓰이는지 전혀 몰랐던 게 문제였다.


.. 각설하고 Problematization은  '특정 현상을 이해하고 논쟁하기 위해 자신만의 새로운 논점과 논거를 찾아내고 연구를 하는 과정' 쯤으로 해석된다. Phenonmenon in the real world를 이해하기 위해 research area와 topic을 정하는 과정이다.


교수님은 자료를 다 읽고 쓰려고 하지 말고 읽으면서 동시에 에세이를 써나 갈 것을 강조했는데 일단 상당한 분량의 리딩을 소화하길 권유하면서 "칵테일파티에서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하려면 말문을 트기에 앞서 처음엔 참석해서 일단 남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한다"는 다소 기이한 예를 드셨는데 좌우지간 많이 읽으란 조언이었다. 이를테면, "이 주제는 gender 측면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으니 그쪽으로 파겠다" "이 모델은 gender equality 분야 담론은 아예 생략된 gender-blind model이다" 이런 식으로 기존 연구의 shortcoming을 분석하고 지적해 들어가는 방법으로 접근하면 된다. 이 과정에 Creativity와 Imagination의 가치가 중요하게 언급되는데 얼핏 보기엔 재밌어 보였지만 막상 해보니 만만치가 않았다. 일단 '뭘 알아야' 어설픈 비판이라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지식의 밑천이 부족하면 글이 상당히 빈궁하고 비굴해 보이고, 한 마디로 '없어 보인다'.


어떤 학생들은 학사 때 쓴 논문 주제를 재선택하기도 했는데 이 경우, 내가 쓴 thesis에서 재인용해도 되지만 새로운 접근에서 작성할 것을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일단 2년 뒤 쓸 논문 주제와 연결되는 topic을 선택하면 그만큼 준비할 시간이 절약되는 건 사실이다.



 Add new aspects to discuss more in-depth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나


1. Abstract: big picture, 포괄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분야 주제를 언급해 준다.


2. Introduction:  위에 언급한 topic에 대해 어떤 세분화된 관점으로 쓰였는가, 어떤 literature 위주로 쓰였는가(ex. gender 측면 접근) 등을 언급한다. (신문 기사 등 free source를 자료를 Introduction에 언급해도 된다) 예를 들면  'In this research..., x, y, z.. 콘셉트나 theory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는데'~를 연구하기에 앞서 oo 부분을 좀 더 깊이 있게 연구하고자 한다' 'The aim of this study is..' 이런 식으로 정말, general 하게 쓰면서 뒤에 나오는 파트랑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준다.


3. Theoretical outline: 여러 이론적 논거들을 여기저기서 끌어다 쓰게 되는데 예를 들면 '카우치 서핑(특정한 현상)에 관한 자료를 읽은 뒤 servicescape 등 수업시간에 배운 기본 개념 a, b, c... 등을 따와서 접목시켜 본다.. 그런 뒤 이 이론들을 combine to support 하는데 예컨대 카우치 서핑을 서비스케이프 관점에서 분석한다. 가정집을 servicescape(Service가 구현되는 시공간적 요소)로 접근, 분석하는 식이다.


4. Discussion: 그럼 위에서 언급한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다른 literature나 case study들과 연계시켜 contextualizing 한다. 좀 더 specific research concept에 집중시키는 식으로. Contextualize, coherently connected.. 이런 개념은 석사 기간 내내 귀가 뚫리도록 듣는다. 거의 대부분의 시험에서도 주요 Criteria로 언급될 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그만큼 자료를 외우는데 그치지 않고 theory들을 내 것으로 소화해서 자유자재로 '갖고 노는'-_- 수준을 요구한다.







일단 저 위에 다뤄진 방법은 theoretical 한 접근방식이다. R교수는 empirical 한 접근, theoretical 한 접근 두 가지가 있지만 경험론적 접근으로 논문을 쓰면 실패하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아무래도 경험적 측면은 상황이나 배경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일반화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에세이의 평가기준 역시 (analysis를 배우는 과정이니만큼) 창의성보단 기존 theory를 활용한 Logic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늘 아래 새로운 창조물이 없다고, 내가 관심 있는 연구분야는 대다수가 이미 기존 연구로 다뤄진 경우가 흔하다. 때문에 학생들이 접근하려는 topic이 이미 남들이 연구한 것일 수도 있으나 Originality는 지금 단계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저 위 4단계의 절차를 밟는 것도 Logic 화하는 훈련의 일종이다. 실제로 대부분이 이미 다뤄진 주제로 논문을 쓴다고 한다. 하지만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기존과는 다른 이론을 끌어오는 식으로 색다른 접근법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을 두면 된다고 덧붙였다.



애정하는 네이버 웹툰 '공대생 너무만화' 캡처 사진. 공부 의욕을 자극하는 좋은 말들이 종종 나온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읽어보니 너무 당연한 나머지 싱겁게 느껴지는 내용이지만 당시엔 고생이 많았다. 룬드 본 캠퍼스에 매달 열리는 Academic support Center의 'Writing Night' 행사에 참여해서 개별 상담을 받기도 하고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Thanks, Hanna Grad!) 담당 교수 2명에서 상담도 받았는데 (이 부분은 차후에 쓸 날이 있겠지만) 정말, 도움이 안 됐다.


가장 도움을 많이 받았던 건 A를 받은 친구의 에세이를 양해를 구하고 빌려 읽어본 방법이었다. 꼭 A가 아니라도 합격한 학생들에게 여기저기 물어보면서 조언을 했고 공통되는 답변들을 찾아내려고 애썼다. 예를 들면 Supply chain 전공 친구는 관련 토픽을 지리학적 요인과 연결해 이론적 모델에 대입해 설명하는 식이었다.

겨울방학엔 A를 받은 친구의 에세이를 필사하고 흐름을 한국어로(그때만 해도 영어가 익숙지 않아 읽으면 그 즉시 까먹어서 흐름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옮겨 적어봤는데 그제야 조금 감이 왔다.


이 방법이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석사 경험이 전무한 나 같은 케이스에 특히 좋은 것 같다. 이런 이론적 내용은 특히 한국어로도 아무리 설명해도 안 와닿고 뜬구름 잡듯 이해가 안 갈 때가 많은데 실제 학생이 쓴 케이스를 분석하면 자전거 타기를 배울 때처럼 어느 순간 몸으로 스스로 깨치는 순간이 오는 것 같다. 아마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먼저 습득한 지식이라 머리 속으로 스며드는 속도가 더뎠던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리딩을 할 때면 처음엔 이 말도 맞는 것 같고 저 말도 그럴듯해서 죄다 밑줄을 치거나, 다 읽은 걸 다 까먹고 다시 읽는 헛고생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비판적으로 보기 시작하고 저자의 논지나 허점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사람들은 속독을 하라지만, 이건 영어 실력에 따라, 내용의 중요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영어가 익숙지 않으면 차라리 늦어도 (요지 부분만) 천천히 정독하고 한국어로 비판도 해보고 그걸 영어로 옮기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영어로 표현된 기본 용어가 그새 익숙해지고 내 머리도 적응하게 돼 영어로 즉각적으로 이해하고 표현하는 게 익숙해지는 단계가 온다. 내 경우 초반엔 눈으로 읽어도 머리 속으로 의미 전달이 되지 않아 다 읽어도 남는 게 없었다. 그러다 리딩의 목적은 영어공부가 아닌 요지 파악이란 걸 깨닫고 토씨 하나하나에 집착하는 습관을 버리게 됐고, Hanna의 조언대로 문장과 문장 간의 인과관계를 생각하면서 읽게 됐다. 한국어와 영어로 개념들을 마인드맵으로 그려 한 장으로 요약한 뒤 책상 앞에 붙여두고 눈에 익히는 것도 좋다. 이건 Problematization을 위해서도 좋지만 다음 학기에서 필기시험이나 에세이, 심지어 오랄시험을 준비할 때도 도움이 된다. 머리 속에 사진의 잔상이 남는 것처럼, 개념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마인드맵을 사용하면 기억이 오래 지속되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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