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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기자 Dec 18. 2017

시간을 달리는 유학생

'뽀모도로 시계' 활용법

지난 11월 20일에는 룬드대학교에서 'Write Night' 행사가 열렸다.

룬드대 부속 Academic Support Center에서 2~3달에 한 번씩 주최하는 '라이트 나이트'는 학생들끼리 모여 에세이나 논문을 함께 작성하는 행사다. 원하는 사람에 한해 학교 과제나 에세이를 들고 가면 센터 직원이 대면 면담과 조언도 해준다. 1학기 개론 수업 동안 2번의 에세이와 1번의 프레젠테이션 조 발표, 그 외 자잘한 과제로 평가가 이뤄졌다.



나는 에세이에서 고전하는 바람에 조언을 얻고자 이번 라이팅 나이트에 참석하게 됐다. (과제에 치이다 보니 업데이트가 늦어져 죄송합니다)






'라이트 나이트'는 저녁 5시~8시까지 진행된다. 특별한 형식이 있는 아니고 공고가 나면 센터에 이메일을 보내서 참석 의향을 전하면 된다. 선착순으로 마감되고 고작 12~15명 정도 정원을 받기 때문에 대기번호를 받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도 대기줄을 타고 있었는데 운 좋게 다른 사람이 예약을 취소해서 당일 참석하게 됐다.


룬드대 캠퍼스 언덕배기에 있는 ASC 건물 내 강의실.

'라나이트' 행사는 정말 별것 없었다. 그냥 5시부터 앉아서 각자 글을 쓰고 틈틈이 휴식시간에 개인이 알아서 복도에 나가 커피나 홍차, 페퍼카커(스웨덴식 진저 쿠키)나 초콜릿을 먹으며 피카 시간을 가지는 게 전부다. 그날은 글뢰기 Glögg (와인에 계피, 시나몬, 설탕 등을 넣어 끓여 먹는 달다구리 한 음료, 겨울철에 주로 먹는다)가 나왔는데 추운 날씨에 벌벌 떨다가 따뜻한 강의실에서 글뢰기를 홀짝이며 낯선 친구들과 과제를 하는 게 너무 행복했다. 날씨가 구려서 그런지 작은 것에도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라이나이트' 룸에는 규칙이 있는데, 1) 금언 규칙과 2)다른 일은 일체 못하고 글쓰기만 하는 것이다.

바로 이 규칙과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내는 테크닉이 '뽀모도로 시계' 활용법이다. '뽀모도로 Pomodoro(이태리어로 토마토를 의미) 시계'는 토마토 요리를 할 때 사용하는 타이머에서 착안한 시간 활용법이다. 1980년 말에 (역시 비슷하게 과제에 치이는 대학생 신분이었던) 프란체스코 시릴로에 의해 고안된 기법이라고 한다. 시간에 쫓긴 나머지 늘 얼굴이 누렇게 뜨거나 하얗게 질리기 십상인 학생이 만든 테크닉이라니 더 신뢰가 간다.



뽀모도로 시계 활용법은 간단하다.


1) 25분간 한 가지 Task(리딩, 라이팅, 혹은 다른 업무)만 한다. 그 외 다른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2) 5분간 휴식

3) 다시 25분간 Task에 몰두

4) 5분간 휴식,


5)저 루프를 4번 반복한 뒤에는 긴 휴식(30분)을 취한다.



사실 입학했을 때 센터 측에서 마련한 강좌에서 처음 이 테크닉을 소개받았을 땐 한쪽 귀로 그냥 흘렸다. 방법이 워낙 단순해선지 과연 효과가 있을까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확실히 집중력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었다.


1) 2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집약적으로 집중을 할 수 있고

2) 5분간 (최대한 딴짓을 적게 하면서) 효과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석사생이라면 누구 '아무리 시간을 몰빵해도 부족하다'라고 느다. 이 경우, 1) 절대적인 시간을 확보하거나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2) 기존의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답이. 뽀모도로 시계는 이 2번째 방법에서 집중력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을 준다. 이전에는 도서관에 있어도 글을 읽다가 졸리면 음악 듣고, 스마트폰 확인하고.. 하는 식으로 시간을 방만하게 사용하는 느낌이었는데 뽀모도르를 사용한 뒤로는 리딩 속도가 2배 정도 빨라졌다. (정해진 시간 동안 몇 장을 읽었는지 적어놓고 비교를 하면 어느 정도 효율성이 측정 가능하다.)



https://pomodoro-tracker.com


요즘은 구글 앱을 찾아보면 자동으로 시간을 측정해주고 알람을 들려주는 뽀모도로 앱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별도로 깔기 귀찮다면 (위 링크에서 보듯이) 구글에서 '뽀모도로 타이머'를 검색해서 즐겨찾기 해두고 라이팅을 할 때 별도 탭에서 타이머를 작동시켜도 좋다. 오히려 스마트폰에 앱을 깔았을 경우, 재차 스크린에 뜬 시간을 확인하느라 산만해졌는데 노트북에 타이머를 켜놓고 글을 쓰면 그럴 필요가 없어 더 좋았다.



탭을 열면 위 사진와 같이 25분으로 자동 시간이 설정된 창이 열린다. 설정 기능에 들어가서 알람 유무 등 상세한 기능을 맞춤형으로 조절할 수 있다. 참고로 스마트폰은 리딩에 만고 도움이 안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뽀모도로 타이머를 작동하기 전 스마트폰을 '비행모드'로 설정하길 권한다. 요새 가급적 스마트폰을 멀리 하려고 한다. 친구들 SNS도 저녁에 몰아서 확인하고 카톡, 페북을 제외한 사교용(?) 앱은 없애려고 생각 중이다. 그나마 이 나라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곳이라 메신저 확인을 6시간 뒤에 해도 욕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다행이다.






12월 15일 종강일 수업 후 조촐하게 가진 파티. 학교에 불닭 볶음면을 가져온 무서운 아이들.. 에스푸 출신 중국인 친구가 가져온 핀란드식 블루베리 파이가 최고였다


8월 말 개강한 이후 넉 달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오늘 (12월 15일) 1학기를 마무리하고 책거리 비슷한 종강파티를 한 뒤 다시 도서관에 와서 앉아 브런치 글을 쓰고 있자니 어쩐지 생소하다. 어느 날인가 문득 이런 속도로 졸업을 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다른 직업인들에게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유학생에게 시간은 금이다.. 마사요시 손처럼 절대적인 시간을 확보 가능하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피치 못할 경우엔 있는 시간이라도 아껴 써야 한다. 몇 달 전 손정의 선생의 버클리대 유학시절 시간 활용법을 읽은 적 있는데 반성을 많이 하게 만드는 글이었다. 그런 걸 보면 시간은 많이 있다고 잘 쓰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시간이 없다'라고 노래를 하지만 그건 핑계고, 어쩌면 절대적인 시간 확보가 가능한 것도 유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지도 모르겠다.


Procrastination을 코믹하게 표현한 카툰. Lund Academic Support Center 강의 ppt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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