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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기자 Mar 29. 2018

Oral test에서 A를 받아 보자

Methodology 구술시험 후기

 1월 중순~3월 23일에 걸친 2학기의 1번째 course가 눈 깜짝할 새 끝났다. 스웨덴 대학원의 학제는 한 학기가 2개의 course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한 course가 2달에 걸쳐 진행된다. 지난 코스는 Methodology (방법론)을 배웠는데 10주간 4개의 시험(양적 연구 리포트 제출-필기시험-질적 연구 리포트 제출 및 그룹 프레젠테이션-구술시험)을 치러야 했다. 여기다 세미나와 리딩은 별도로 준비해야 했던 탓에 학생들 2/3이 체력 저하로 한 번씩은 독감이 걸리거나 시름시름 앓았다. 두 달 동안 길을 걸으면서도 리포트를 쓰고 아티클을 읽을 만큼 늘 시간에 쫓기고 고된 일정이었지만 배운 것도 많았던 course였다. 그중에서도 학생들 사이에서 평이 엇갈렸던 구술시험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지난 course의 오랄 시험은 채점관 2명 참관 하에 조원 4명이 25분간 discussion을 진행하는 형식으로 치러졌다. (반면 지난주부터 시작한 2번째 course의 오랄 시험은 학생 한 명이 7분간 Pecha Kucha 형식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평가는 조원들이 동일한 Grade를 받는 것은 아니고 상대 팀원의 퍼포먼스에 영향을 받지 않고 개별적으로 점수가 주어진다고 했다.


... 하지만, 경험상 이런 류의 시험은 채점관도 사람이다 보니 주관성이 개입되기 쉽고 조원들 간에 (절대평가라는 채점관의 당초 설명과는 달리) 상대평가가 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1) Student Handbook의 criteria를 잘 읽고 의도를 파악한 상태에서, 2) 작년도 학생들의 시험 후기를 참고하고 3) 조원들끼리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예상대로 이번 시험은 학생들 사이에서 유독 호오가 갈렸고, 입학 후 줄곧 A학점만 받았던 학생이 C를 받아서 채점관에게 항의하거나 적잖은 학생들이 Fail을 받는 이변(?)이 속출했다. 하지만 오랄 시험의 취지와 특성을 이해한다면 어렵지만은 않은 시험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조의 경우 조원 4명이 모두 시험에 Pass 했고 점수도 다들 잘 나와서 내 경우 A를, 조원들 3명도 B를 받았다. 운도 따라 줬지만 이례적으로 채점관이 우리 조에게 "impressive 하다"라고 촌평했던 만큼 모범사례라는 생각에 나름의 준비과정과 장단점을 적어 보려고 한다.



미리 책을 읽고 요점을 정리해 두는 게 좋다.

Reading은 끝내는 즉시 까먹는 게 정상이다. 그래서 구술시험 때 '써먹을 만한' 중요 키워드와 문장을 읽으면서 그때그때 적어두는 게 좋다. 구글 드라이브를 주로 쓰는 편인데 편리하다. 길 가다가도 바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오프라인이라도 수정 업데이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업 중에 교수가 은근한 힌트를 날리면 바로 문서를 열어 업데이트할 수 있다. 워드로 적거나 수기 필기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시험 전까지 허술하게나마 '하나의 대본'이 완성된다. 실제로 너무 바쁘면 최근엔 길을 걸으면서 계속 구글 드라이브를 열어 문서를 읽고 수정하는데 이만한 게 없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시력이 나빠지는 건 덤이다.


'가능한' 실라부스에 있는 책을 다 읽는다

위 방법이 Literature의 양적 측면에 초점 맞춰졌다면 이번 방법은 질적 차별화를 위한 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이 있듯이 개인적으로 고득점 중에서도 A와 B를 가르는 것은 저런 사소한 차이인 것 같다. 1학기 때 나는 부끄럽게도 Reading List에 있는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게을렀던 탓도 있고  2000~3000 pp에 달하는 분량을 소화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다른 학과(Strategic Communication)의 공부 잘하고 착한 베트남인 친구가 List의 글들을 다 소화하는 걸 보고 본받고 싶어서 이번 course에는 List에 있는 아티클을 1~2개 빼고 다 읽었다.



그냥 다 읽는 걸로는 소용이 없다. 정독을 해서도 안 된다. 시간낭비이기 때문이다. 통독을 하고 가능한 엑기스를 뽑아서 오랄 테스트 때 '아는 티를 팍팍 낼만한' 구절 위주로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평가 시간 총 25분 중 Intro 5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조원 한 명당 4~5분꼴로 발언해야 한다. 요는 아무리 많이 읽어봤자 이걸 증명 가능한 시간은 5분 내외에 불과하다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각론에 집착해선 안 된다. 실제로 평소 수업 중 예리한 발언을 많이 한 친구들이 이번 시험에서 실력보다 못한 점수를 받은 까닭도 구체적 사례를 언급하거나 지엽적인 정보를 건드렸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A4용지에 문장을 써놓고 타이머를 5분으로 설정해 평소 속도로 읽으면 고작 8~10마디가 고작이다. 이 10마디 안에 핵심 정보를 욱여넣는다고 치면 각론에 해당되는 내용이나 예시 같은 정보는 과감하게 삭제해야 한다.


이렇게 많이 읽으면 좋은 게 첫째, 전혀 예상 못한 데서 질문이 나와도 답변할 수 있다. 둘째 예상 문제가 나온다 해도 중요한 부분은 이미 다른 조원들이 먼저 답변을 해버리기 때문에 다른 출처에서 희소 정보를 언급함으로써 채점관에게 "나 이 책도 읽었수" 라고 무언의 어필을 할 수 있다.



핵심 내용이 추려지면 대본을 얼추 수정한다


개인적으로 중요한 과정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이나 오랄 시험을 칠 때 한국어 발표라도 대본을 꼭 만드는 편인데 늘 효과가 있었다. 아무리 네이티브라도 대본이 없는 상태에서 말하면 자기 생각을 세련된 방식으로 정돈할 시간 없이 그냥 내뱉게 되고 그만큼 실수를 동반할 가능성이 커진다. 평소 성적이 좋았던 일부 유럽인, 미국인 학생들이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니었나 짐작해 본다. 오랄 테스트는 영어 능력 평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어 실력과 관계없이 시험의 취지를 제대로 짚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준비를 등한시할 우려가 크다.


한 강의에 lecturers 2명이 참여해 각자 전공분야를 설명하기도 한다. 이 course에는 사진 속 Ph.D 2명이 각각 양적ㆍ질적연구를 맡아 열정적으로 강의했다.


짧고, 간단하게. 두괄식으로


모든 인터뷰나 면접이 그렇지만 채점관은 늘 지쳐 있다. 그래서 대본 문장은 짧게 치고 두괄식으로 2~3 문장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아래처럼 공식화해서 말하는 게 기억하기도 편하고, 듣는 입장도 이해하기 쉽다.


1) 기본 Concept, theory에 대한 Definition

ex) "Validity는 internal, external로 나뉜다. internal은 어쩌고, external은 어쩌고.."

2) 출처 인용

ex) "이 내용은 Howell의 책에서 확인 가능하다"

시간이 없으면 1단계에서 "According to Howell, Validity는 ~~"라고 합쳐서 말한다.

3) 나 자신의 Reflection 혹은 Critical view

시간이 있으면 가산점을 위해 말하고 근거 부연. 시간이 없으면 3번은 생략해도 된다.


대본 내용은 암기가 아닌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고, 본인 의식의 흐름이나 사고 프로세스에 따라 문장과 흐름을 수정한다. 이렇게 하면 좋은 것이 첫째, 실전에서 빨리 기억을 상기시킬 수 있고 둘째, 시험이 끝나도 오래 기억에 남기 때문에 훗날 리포트 쓰거나 발표할 때 인용하는데 두고두고 도움이 된다.


조원들과 시뮬레이션 연습 & 시청각 자료(유튜브) 참조


시험 1주 전부터 조모임 할 때도 일부러 말을 많이 하고 상대 말을 집중적으로 들으면서 시뮬레이션을 하는 게 좋다. 다들 의식적으로 그렇게들 한다. 교수도 그걸 알기 때문에 시험 전에 일부러 세미나를 만들어서 예행연습을 할 시간을 준다. 마지막은 자신감. 자신감이 없던 실력도 있게 하고 있던 실력도 없게 하는 걸 주변 사례들을 통해 봤기 때문에 얼마나 중요한 건지 깨닫게 됐다. 여유가 생기면 오랄 테스트 때 농담도 날리게 된다. 채점관도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사소한 정성적 요소가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건 두 말할 나위 없겠다.


필요하다면 유튜브 관련 영상을 보면서 연습해 보는 것도 좋겠다. 이 경우 리스닝, 스피킹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조원이나 교수 중 캐치하기 힘든 특유의 악센트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국적을 검색어로 입력해서 비슷한 화자를 찾아 듣기 연습을 하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같은 조원은 아니었지만 수업 중 나이지리아 친구 발음이 정말 이해하기 힘들어서 "Nigeria, English, Accent"라고 쳐서 영상에 나오는 영어를 알아들으려고 한 적이 있다. 솔직히 이건 상대의 악센트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인 것 같다. 다른 친구들 중에는 그 친구 말을 알아듣는 친구도 있었으니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 교수들(스웨디쉬 포함) 중에도 잘 알아듣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가끔 못 알아듣고 동문서답을 하는 경우도 종종 봤다. 그런 걸 보면 Ph.D 과정을 밟으면서 논문 쓰고 연구하는 것도 힘들지만 저 다양한 출신 국가의 학생들 말을 다 알아듣고 답변을 해줘야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힘들 것 같다.



반대로 나 자신도 한국인 특유의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억양의 영어를 구사하기 때문에 시험 때는 상대가 알아듣기 쉽게 할 요량으로 일부러 평소 안 쓰던(?) 강한 악센트와 억양을 쓰려고 노력했다. 아무리 내용이 훌륭해도 발음이 구리면 전달 자체가 불가능한 게 사실이고, 적어도 상대가 알아는 들어야 할 테니 말이다. 굴리는 미국식 발음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지만 정말 바쁜데 특정 단어의 발음이 어떻게 나오는 건지 음가가 생각이 안 날 땐 그냥 굴렸더니 상대가 알아 들었다. 이건 갈 길이 여전히 멀다. 단기간 연습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개인적으로 리스닝에 취약한 스타일이라 말하는 것 이상으로 사람들 말을 알아듣는데 애를 먹었다. 평소 한국어로도 길게 말하는 걸 귀찮아하는 편이고 그간 영어를 글로 배운 탓에 말하기와 듣기가 지금도 제일 약하다. 그 대가를 지금 치르는 느낌이다. 예를 들면 average를 "애버리지"로 발음해야 하는데 난 "어벨러지"로 (악센트도 심지어 틀린 채) 말해 친구가 웃어서 창피했던 기억이 있다. 그 뒤로 계속 애버리지로 변환해 말하려고 하는데 한 번 머리에 인이 박혀버린 탓에 렉 걸린 컴퓨터처럼 버벅 거린다. "어벨.. 애버리지"라고 말하는 식이다.


단어만 외우지 말고 문장을 외우고, 적으며 외우지 말고 듣고 말하며 외우라는 영어 고수들의 조언들이 불변의 진리였다. 그래서 지금 입학을 앞둔 시점의 학생 분이라면 전공 서적을 미리 보며 용어를 익히는 것도 좋지만 그 용어가 어떻게 쓰이고 발음되는지 알기 위해 차라리 유튜브 관련 강의를 찾아 듣는 것을 추천해 드리고 싶다.






양보단 질이다. 발표 매너도 중요하다. 팀 중에 간혹 1명 정도는 Dominant 한 사람 있는데 그럴 경우 채점관이 제재를 하고 발언 기회를 공평히 주려고 한다. 평소 말을 자꾸 끊고 들어오는 학생들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평가 때 반영이 된다고 한다. 수업 시간에도 불필요한 발언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학생이 있고, 필요한 말을 하더라도 장황하게 말해 다른 사람들이 피곤해하는 학생도 있다. 이런 걸 타산지석 삼아 오랄 시험 때 반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팀워크가 돈독한 것도 도움이 된다. 이번 학기 때 우리 조를 만난 게 정말 행운이었다. 스트레스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모두가 한마음으로 열심히 대비했고 결과적으로 다들 성적이 다 같이 잘 나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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