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들 손 들어올리고 찍은 인증샷 논란... BTS, 파트너로 존중해야
지난 19일, 2030세계박람회의 부산 유치를 위한 홍보대사 위촉식이 있었다.
이날 오후 서울 용산 ㈜하이브에서 열린 위촉식에는 BTS와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그리고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지원 ㈜하이브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위촉식은 아미들에게도 뜻깊은 행사였다. 한 달여 전, 그룹활동을 잠시 멈추고 개인활동을 하겠다고 밝힌 후 처음 열린 그룹 차원의 공개 행사였기 때문이다. 나 또한 실시간으로 위촉식을 지켜봤다.
처음 방탄소년단이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홍보대사로 활동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겨우 본전이고 그렇지 않으면 방탄소년단의 '탓'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앞섰다.
70년 대생으로 90년 대에 대학을 다닌 나에게 엑스포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도시는 대전이고 그다음이 여수다. '우리 이미 엑스포 두 번이나 하지 않았어? 사활을 걸고 경쟁까지 해야 하는 건가'라는 의문도 생겼다.
그리고 그 의문은 박형준 부산시장의 발언을 듣고 다소 해소됐다. 박형준 부산시장에 따르면, 이번에 부산에서 유치하려고 하는 2030세계박람회는 등록엑스포로, 인정엑스포(기자주- 공인 엑스포의 하나로 등록 엑스포 사이 기간에 열리는 중규모 전문박람회)였던 대전이나 여수의 그것보다 규모가 더 큰 행사라고 한다. 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올림픽이나 월드컵보다 파급효과가 더 큰 행사라고도 했다.
홍보대사로 위촉된 방탄소년단
여기까지가 방탄소년단이 홍보대사로서 할 일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다수의 국민이 방탄소년단이 홍보대사로 위촉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2030엑스포가 뭐길래 방탄소년단을 홍보대사로 위촉해서 유치전을 펼치는 거지?'라는 궁금증을 갖는 것. '과거 여수와 대전에서 열린 건 인정엑스포이고 이번에 부산에서 개최하는 건 등록엑스포'라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것. 그리고 나아가 '부산이 엑스포를 유치하면 좋겠다'라며 응원하게 만드는 것까지 말이다.
방탄소년단을 대표해 마이크 앞에 선 리더 RM은 "오는 10월 부산 글로벌 콘서트를 시작으로 다양한 활동으로 박람회 유치를 위해 애쓰겠다"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이 할 수 있고 해야 할 역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다.
2025년 오사카/간사이엑스포(일본에서 열리는 등록엑스포)가 계획된 상황에서, 2030년 부산이 엑스포를 유치하게 된다면 연달아 같은 대륙에서 엑스포가 개최되는 것이다. 이런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쟁쟁한 후보 도시들 가운데 세계인의 눈을 부산으로 돌리는 게 방탄소년단의 역할이다.
유치결정권을 가진 분들을 설득하는 건 민·관이 힘을 합해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위촉식 행사의 모두 발언을 듣고 있자면, 마치 2030엑스포 유치를 위한 부산시의 유일한 전략이 방탄소년단인 것처럼 들린다.
"BTS의 온라인 콘서트를 본 아미들의 출신국이 197개로 BIE 회원국 170개보다 더 많다, 이미 게임 끝"(최태원 회장)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권력자들의 자녀들이 다 BTS 팬이다. 그들의 힘을 바탕으로 반드시 유치하겠다"(박형준 부산시장)
유치를 결정할 수 있는 소위 '권력자' 분들이 '그렇게 중요한 결정을 자녀가 좋아하는 가수의 출신지라는 이유로 해야 한다고 보는 건가'라며 불쾌해 할 수 있다. 또한, 2030세계박람회의 부산 유치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실무진들의 노력은 무시하는 발언처럼 들리기도 한다.
발언만 문제 된 건 아니다. 위촉패를 건네고 악수를 하려 맞잡은 방탄소년단 멤버의 손을 무리하게 들어 올리고 인증사진을 찍은 한덕수 국무총리. 사진촬영이 끝나고 단상에서 내려가기 전, 갑자기 뷔의 손을 덥석 잡고 정면을 향해 만세 하듯 팔을 들어 올린 장성민 대통령실 정책조정기획관의 행동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를 지켜본 팬들은 "무례하다"라고 분노했고, 이 장면은 밈으로 퍼져나가며 논란이 됐다.
상대의 손을 갑자기 들어 올리는 건 예의가 아니다. 상대의 동의하에 해야 할 일이다. 한덕수 총리에게 위촉패를 받았던 멤버들은 손목이 꺾인 상태로 인증사진을 찍어야 했다. 뒤에 손하트를 하거나 한 팔을 들어 각각 반쪽 하트를 만들었던 멤버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장성민 정책조정기획관의 행동도 일방적이긴 마찬가지였다.
나는 부산 출신이다. 자라는 내내 부산이 한국 제2의 도시라고 알고 컸으나 서울로 대학을 갔을 때 친구들은 방학을 맞아 집에 가는 나에게 '시골 잘 다녀오라'라는 인사를 건넸다. 그런 내 고향에서 2030부산세계박람회를 유치하면 정말 좋겠다. 대도시의 인프라를 누리면서도 산도 바다도 다 갖춘 부산만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기를 바란다.
가끔 서울에 와 일하는 고향 친구들을 만나면 "일자리만 있으면 부산 내려가서 살고 싶다"라는 말을 나지막이 내뱉곤 한다. 그만큼 부산에는 이러다 할 산업이 없다. 엑스포를 유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취업 유발효과와 경제적 파급효과를 부산과 그 주변 지역들이 누렸으면 좋겠다. 박형준 부산시장의 말처럼, 부산이 남부권 글로벌 허브로 거듭나길 바란다.
그리고 딱 그만큼, 방탄소년단을 2030부산세계엑스포 유치의 진정한 파트너로 존중해주면 좋겠다.
*오마이스타에 송고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