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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과나 Nov 21. 2022

'10만 명' BTS 무료 콘서트, 이래서 걱정됩니다


"딩동"

"누구세요?"

"네, 티켓 왔습니다."


내적 환호와 함께 버선발로 달려나가 티켓을 받아들었다. 그렇다. 바로 당분간 단체활동을 멈추고 개인활동에 집중하겠다던 BTS의 부산 공연 티켓이다.


오는 10월 15일 부산 엑스포 홍보대사로 위촉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부산에서 10만 명 규모의 무료 콘서트를 한다는 사실은 위촉식 이전부터 공언된 사실이다. 5년차 아미인 나는 그 콘서트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왔다.


기쁘지만은 않은 '이상한' 콘서트

   


▲ BTS(방탄소년단) ⓒ 빅히트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공연은 '10만 명 규모'와 '무료'라는 점에서 논란을 빚을 수밖에 없다.


'10만 명' 수용 공연장으로 처음 낙점된 장소는 '일광로 188 부지'였다. 주변에 2차선 도로밖에 없는 허허벌판인데 더 큰 문제는 공연장까지 들어가고 나가는 출입구가 하나밖에 없다는 데 있었다. 


아미들은 부산시와 엑스포유치위원회에 전화 민원을 넣기 시작했고, 언론사에 제보해 문제를 공론화시켰다. 결과적으로 공연장소는 아시아드 주경기장으로 변경됐다.


그런데 이번엔 '무료'가 문제가 됐다. 공연을 위해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하이브가 써야 하는 비용이 70억 원이 넘는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무대를 꾸미고 콘서트를 전 세계에 송출하기 위해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콘서트를 무료로 연다니,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의문이 앞섰다.  


하이브는 그동안 콘서트를 개최해 돈을 벌었다. 하이브 측은 콘서트를 주최하고 팬들은 티켓을 구매했다. 주고받음이 명확했다. 그런데 이번 공연은 좀 다르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무료 공연이어서 초대권이 나온다는 것이다.


문제는 공연할 사람과 그걸 보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는데, 중간에서 부당이익을 취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해외에 뿌려진 초대권이 중고거래 시장에 나오고, 경매하듯 올라간 표값이 400만 원에 이른다는 아미들의 하소연을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이유다.  


더군다나 소속사는 공연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기업에 후원을 요청하고 후원하는 기업은 이 공연 티켓을 걸고 이벤트를 벌이기 바쁘다. 숙박앱을 이용해 결제하고 응모를 하거나, 햄버거 세트를 사먹고 응모하고, 껌을 사고 응모한다. 결국 이 돈을 내는 사람은 방탄소년단의 찐팬들이다.


암표상이 활개를 치고, 아미는 실낱 같은 희망을 기대하며 이벤트 기업에 돈을 쓴다. '10만 명'과 '무료'에 집착한 결과 벌어진 일들이다.

   


▲ BTS 콘서트 티켓을 이벤트 상품으로 내건 기업들, 홈페이지 갈무리 ⓒ 각 홈페이지

 

원점으로 돌아가보자. 이 콘서트는 2030부산엑스포유치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개최하는 행사다. 무료 콘서트로 호객하지 않아도 행사 그 자체로 전세계 팬들의 시선을 끌 수 있다. 

  

평소에 하듯 3회 정도의 유료 공연을 하고 기획사는 티켓값으로 비용을 충당하면 팬들도 더 많은 좌석을 제공받았을 것이고 늘어난 좌석수만큼 넉넉하게 해외 VIP들을 초대할 수도 있었을 테다. 방탄소년단 공연에 만족한 전세계 팬들은 산도 바다도 즐길 수 있는 부산만의 매력에 빠졌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부산 공연은 반대로 가고 있다. '10만 명 무료 공연'이라는 무리수 때문에 불거진 부작용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무좌석 스탠딩, 걱정이 앞선다

   


▲ 우철문 부산경찰청장(왼쪽 두 번째)이 15일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기원 그룹 방탄소년단(BTS) 콘서트장인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 등 행사장 일대를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 부산경찰청

 

한편 운 좋게 당첨되어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마냥 기쁘진 않다. 무좌석 스탠딩으로 안전하게 공연을 즐기고 나올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평소 방탄소년단의 콘서트에는 스탠딩에도 좌석이 있어서 안전상의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2·3층 좌석 중 상당부분을 초대권으로 만들었다. 입장을 위한 번호는 있지만 막상 내 티켓의 블록에 들어간 후에는 정해진 자리가 없는 것이다.  


뒤에서 밀면 어쩌나, 쓰러지지 않고 공연을 다 볼 수 있을까 걱정이다. 주 2회 하던 운동을 주 3회로 늘리고, 평소보다 더 많이 걸으며 체력을 기르고 있다. 주말에는, 함께 부산에 가기로 했지만 티켓이 없는 아미 친구가 (기업) 이벤트에 당첨될 수 있도록 햄버거를 먹고, 차를 마시고, 도넛을 먹었다. 우려스러운 점이 많지만 '난 안 갈래'라고 차마 말하지 못하는 게 팬의 입장이다.


'10만 명'과 '무료'라는 헛된 구호에 지쳤다. 시의 주먹구구식 행정이 기막히고, 기업의 이윤만 좇는 이벤트가 얄밉지만 어쩌겠나.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팬이 약자라는 사실을 오늘도 재확인할 뿐이다.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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