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한창일 2021년 11월 말, 나는 팬데믹 이후 2년 여만에 열린 방탄소년단 오프라인 콘서트를 보기 위해 LA로 날아갔다. 입출국을 위해 필요한 수차례의 PCR 검사에도 불구, LA의 호텔에는 아미들이 많았다.
돌아갈 때까지 코로나에 걸리면 안 되었기 때문에 호텔의 조식도 방으로 가져와서 먹을 정도로 조심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앞에서 BTS의 신곡을 얘기하면서 계속 스트리밍을 해야 한다고 대화를 나누고 있는 미국 아미를 보고 말을 걸지 않을 수 없었다.
"방탄소년단을 지지해줘서 고마워. 한국 아미들은 미국 아미들이 방탄을 위해서 해준 일들에 대해서 고마워하고 있어."
"이렇게 멋진 가수를 미국으로 보내줘서 고마워."
엘리베이터를 타고 식당으로 향하는 짧은 대화 중에 트위터 아이디를 물어본 미국 아미는 콘서트 날 사운드 체크(무대가 시작되기 전 음향 조정을 위해 멤버들이 몇 곡을 부르는 리허설)에 들어가는 사진을 보내왔고, 내가 한국에 돌아온 후에는 BTS와 같은 시간대에 사는 게 너무 부럽다는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그 후에도 라스베이거스 콘서트가 열릴 때, 새 앨범이 발매될 때, 잠실에서 무함성 콘서트가 열릴 때 등 방탄소년단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미국 아미 친구는 연락을 해 왔고, 우리는 친구가 됐다.
그녀는 기회만 있으면 한국에서 열리는 콘서트에 오고 싶어 했다. 외국 아미들은 방탄소년단이 모국어로 공연할 때만 보여주는 자연스러움과 편안한 모습을 보기 위해 한국 공연에 오고 싶다고 했다.
▲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가 26일 글로벌 팬 커뮤니티 '위버스'를 통해 다음 달 'BTS <옛 투 컴> 더 시티 인 부산'(BTS THE CITY in BUSAN)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더 시티' 프로젝트는 콘서트 개최를 전후해 공연이 열리는 도시에서 아티스트와 관련된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행사다. 사진은 'BTS <옛 투 컴> 더 시티 인 부산' 홍보 이미지. ⓒ 하이브
지난 3월 무함성 콘서트 때(해외입국자의 자가격리 의무가 풀리기 전) 오지 못한 게 내심 아쉬웠던 친구는 10월 중순 2030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콘서트가 있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날짜도 확정되기 전에 약 3주간의 휴가를 내고 한국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그 후 친구의 콘서트 예약을 돕기 위해 도움을 주곤 했는데, 그때마다 K-pop'과 'K-Culture'가 해외에서 잘 팔린다고 좋아하면서 정작 해외 팬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친구는 영어 안내 페이지 없이 온통 한글로 된 페이지를 캡처해서 무슨 뜻인지 물어보는가 하면, 어렵게 다음 단계를 밟아 가다 결국 한국 전화번호로 본인인증을 하지 못해 예약을 못하곤 했다.
BTS의 소속사 하이브는 지난해 연말 라스베이거스에서 'Permission to Dance' 공연을 하면서 '더 시티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했다. 공연과 숙박, 사진 전시, 팝업스토어, 애프터파티, 멤버들이 좋아하는 분식메뉴들로 이루어진 식사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팬들의 경험을 확장하는 프로젝트였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미국 친구는 공연이 열린 2주간 주말마다 비행기를 타고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가 4회의 공연에 모두 참여했다. 전시회, 애프터파티, 보랏빛으로 물든 라스베이거스 거리 관광 등을 즐겨본 경험이 있었기에 부산 콘서트에서도 할 수 있는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어했다.
하이브 측은 이번 콘서트를 전후해 부산에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런데 기장군의 롯데월드에서 열리는 애프터파티의 경우도 예약에 어려움을 겪었다. 친구는 국내 포털을 통해 예약을 해야한다며 나에게 예약을 부탁해왔다. 내가 예약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럴 경우, 내가 같이 가든, 그녀가 내 포털 아이디로 로그인을 해야 했다. 또 한번의 좌절. 다행히 영어로 예약을 받는 페이지가 따로 있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콘서트가 끝난 후 애프터파티 장소인 기장군 소재 롯데월드 부산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를 예약해야 했는데 한국 전화번호가 필요했다. 또 실패. 이쯤 되자 참고있던 외국 아미들은 "한국 전화번호가 없으면 뭐 하나 예약할 수가 없다", "외국인들은 오지 말라는 말과 뭐가 다른가", "매번 실패할 때마다 거부당하는 느낌이 든다"라며 원성을 쏟았다.
▲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8월 30일 부산시청에서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기원 방탄소년단(BTS) 콘서트 대비 관계기관 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부산시 제공
공연 날짜가 공개되면 팬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숙소 예약이다. 공연이 가까워질수록 숙소의 가격이 평소보다 오르기 마련이라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거의 3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 완전체 콘서트인만큼 외국에서 오겠다는 팬들이 많다.
하지만 이때다 싶어 숙소들은 폭리를 취한다. 더 큰 문제는 이미 결제까지 끝난 예약을 취소시키고 폭등한 가격으로 방을 내놓는 경우다. 15만 원 하던 방 가격을 58만 원으로 올리는가 하면 공연 당일의 호텔 방값은 100만 원에서 300만 원대에 육박한다. 미국의 콘서트에 가려고 숙소를 예약하는데 이런 상황을 겪게 되면, 그 도시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어땠을까.
부산시는 BTS 콘서트를 유치하기만 하면 되는 것 같다. 관광도시로서의 명성을 찾고 싶다면 이렇게 해선 안 된다. 부산을 찾은 아미들에게 어떤 점이 불편하고 아쉬웠는지를 묻고 어떤 점을 바꿔나가야 할지 물어야 한다. 쓴소리도 달게 들어야 한다.
한국번호로 본인인증을 하지 않고는 예약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글로벌은 요원하다. 정부 또한 이 기회를 맞아 한국을 찾는 외국 아미들의 불편사항을 수집하고 대안을 마련해주면 좋겠다. 'K-pop'과 'K-Culture'가 해외로 뻗어나갈수록 본진인 한국에 와서 그 문화를 즐기려는 팬들도 많아질 텐데 그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BTS의 전세계 팬덤이 천군만마의 지원군이 아니라 한국의 미비함을 알리는 전령사가 될 수도 있다.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글.
뒤늦은 아카이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