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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과나 Sep 08. 2023

누구 입에서 나와야 아름다운 말인가,를 생각하는 말하기


팩트는 하나여도 그게 누구 입에서 나오는지에 따라 대화가 화기애애해질 수도 서로 얼굴을 붉힐 수도 있다.


슈취타 지민편에서 이런 대사가 나왔다.


보컬라인인 지민이가



어떻게 보면 냉정하게, 방탄소년단은 랩라인 형 3명 중심으로 이끌어져왔다고 해도 될 것 같은데.


라고 말하자,






슈가가 이렇게 말한다.


보컬 라인 4명은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보컬라인 중심으로 랩라인이 서포팅을 해주면서 (온 거지).





둘 다 맞는 말이다.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하면서 곡작업에 더 많이 참여하는 건 랩라인이 맞고,

퍼포먼스 측면에서 더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고, 혹은 눈길을 더 많이 끄는 멤버들은 보컬라인들이 맞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인정해주면서 지내왔기 때문에 BTS는 7멤버들이 서로 건강한 관계를 이루면서 잘 지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팩트는 같은데 이 말을 다른 사람이 했다고 하자.


지민이가 보컬라인이 중심이고 랩라는 서포트해주는 역할이라고 말하거나

슈가가 랩라인이 중심이고 보컬라인은 그냥 퍼포먼스나 한다는 식으로 말했다면 어땠을까?

지금의 소년단은 없었을 것이다.


지난 주말에 시어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런 말을 했다.


제가 어머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어머님이  항상 '네가 수고가 많다'고 말해주시고 

저는 '많이 못드려서 죄송한데 그 안에서 생활을 잘 꾸려나가 주셔서 존경한다'고 말씀드리는 관계이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제가 '어머님, 제가 이렇게 수고가 많은데 알기나 하세요?'라고 말하고

어머님이 '니네들 주는 코딱지만한 돈으로 사느라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아니?'라고 하셨으면 

우리 관계는 지금 같지 않았을 거예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수고하고 있는 건 맞다. 그런데 누구 입에서 이 말이 나오느냐에 따라 관계는 180도 아니 그 이상 달라진다.


아버님과 어머님의 갈등을 어떻게 풀지에 대해서 조금 힌트를 드리고 싶었다. 두 분이 함께 살아오면서 얽힌 실타래도 간단히 풀릴 것 같지는 않지만 한쪽에서 계속 인정하는 말을 하고 고맙다고 말하기 시작하면 상대도 변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한 번 시도는 해보셨으면 했다.


이걸 나는 왜 우리 엄마랑 이렇게 관계가 좋을까를 생각해보다가 깨달았다. 왜 K모녀 특유의 애증 관계가 엄마와 나 사이에는 없을까? 생각해봤더니 엄마가 항상 나를 인정해 주셨기 때문이었다. 나라고 맨날 뭘 잘했을 리는 없는데 엄마에게 비난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아빠는 말모말모.


그래서 내 주변 사람들과도 엄마와 나의 관계처럼 대화를 하려고 신경을 썼다. 팩트는 같을 지라도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나여야 아름다운 말, 그런 말을 하려고 신경을 썼다.


그걸 가장 잘 해야하는 게 가족인데 우리집 세 안씨들에게 잘 하고 있느냐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가장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나의 노동과 시간과 돈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이다보니 가끔보는 남들에게 하듯이 잘 되지 않을 때가 많다.


특히 남편과의 관계에서는 부족한 점, 잘못한 점이 많았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그분의 언행도 나의 부족과 잘못을 이끌어내는 측면이 있고.


아침에 일어나서 책도 읽고 뭐 좀 하려고 하는데 '커피 마시고 싶어.'라고 하면 그렇게 화가 났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안 궁금한데?' '님이 타 드셈.'


'커피 좀 타줘.'라고 하면 완벽한 MZ세대 코스프레가 발사된다. 


'제가요? 지금요? 왜요?'


그래서 요즘은 내가 먼저 물어본다.


'커피 내려 줄까?'


내가 해야 할 노동의 양은 같은데 내가 먼저 물었을 때는 기둥이가 '응'이라고 대답해도 짜증이 덜 난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내가 제공할 의사가 있는 노동량과 시간을 넘어서는 수준을 나에게 곧잘 요구할 때 못마땅한 마음을 들키곤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생각한다. 지금 내 입에서 나와야 더 아름다운 대사는 뭘까.


커피를 타서 갖다주면서 상대방에게도 그 대사를 요구한다. 지금 니 입에서 나와야 더 아름다운 대사, 그걸 지금 해.


'고마워. 커피 맛있네.'


소년단 덕질을 하면서 퍼포먼스 수준, 곡의 메시지, 앨범의 컨셉에 감탄하고 즐기는 것만큼이나 그들의 말하는 방법, 배려하는 방식에서 보고 배우는 것이 많다. 그래서 앞으로도 덕질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 더 좋은 사람이 되려면.


회사 컴퓨터 교체한다고 데이터 정리해두라는 소리에 사진 지우다가 캡처를 발견하고 주저리주저리 써보는 오늘의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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