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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과나 Mar 25. 2024

재수 끝에 서울대 간 비결... 다들 그 돈을 어떻게?

노후를 위해 150은 저축하라는데... 반대로 '사교육비' 쓰는 현실

"다들 이 많은 학원비를 어떻게 감당하지?"


요즘 내 최대의 궁금증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의하면 초중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 4천 원이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로 모집단을 제한해서 계산하면 55만 3천 원이다.


50만원을 넘지 않았던 사교육비

             

▲  교육부 자료 갈무리 ⓒ 교육부 


1인당이니 아이가 둘이면 사교육비로 월 평균 100만 원은 쓰게 된다는 얘기다. 40대 후반에 접어든 나는 재테크 책을 읽으면 월 150만 원은 노후를 위해 떼놓아야 한다는 조언을 읽곤 한다. 그리고 그런 책에서는 아이들 사교육비로 지나친 돈을 쓰지 말라고 조언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책은 열심히 읽었지만 나는 지금 정확히 그 반대로 하고 있다. 월 평균 100만 원은 아이들 학원비로 쓰고 있고, 노후를 위해 떼놓는 돈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사교육에 그닥 돈을 쓰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는 피아노와 태권도를 두 살 터울 아이들에게 시켜준 게 다였다. 나 같은 워킹맘에게 학원은 보육의 연장인 기관들이었다. 그나마도 아이가 학원 하루 빠지면 안 되냐고 전화를 거는 일이 잦아지면 간간이 끊기도 했다. 그렇게 아이들 초등학생 때 사교육비는 1인당 20만 원 정도였다.


큰 아이는 초등 6학년이 되자 수학 학원에 가고 싶다고 했다. 거기에 20만 원 정도의 학원비가 들었지만 이때는 피아노와 태권도를 가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두 아이 사교육비 50만 원 안쪽이었다.


아이들이 초등 고학년, 중학생 때 영어학원에 보내지 않는 대신 한 달에 30만 원씩 3년을 모아 온 가족이 뉴욕 여행을 갔다(3년 사교육비 모아 뉴욕에 다녀왔습니다). 매일 학원에 다니면서 아이들의 머리 속에 단어와 문장과 문법을 채워주는데 돈을 쓰기보다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보여주고 싶었다.


거기서 영어를 잘 하고 싶은 마음 한 줄기가 아이의 마음속에 일어나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면 누가 말려도 하는 존재들이 아닌가 말이다.


아이들에게는 엄마와 아빠가 힘들게 번 돈을 학원비로 내어서 너희들에게만 쓰기보다는 우리가 같이 여행을 가는데 쓰고 싶으니 학교에서 영어를 잘 배우고 익히라고 당부했다.


고등학교 입학과 함께 달라졌다

            

▲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 연합뉴스


그렇게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보낸 아이가 올해 고등학교에 갔다. 고등학교 입학 전 중학교 마지막 겨울방학부터였다. '방학특강비' 다섯 글자가 그렇게 무서운 말인지 알게 된 것은.


선행학습을 하지 않고 자기 학기에 배워야 할 것을 열심히 배우고 익혀온 아이였지만 예비 고등학생으로 맞는 방학에도 혼자 공부하라고 하기는 어려울 듯했다. 나도 유튜브 틀어놓고 집에서 혼자하면 되는 필라테스를 굳이굳이 돈 내고 등록해서 다니고 있지 않은가.


일단 센터에 가면 경험 많은 선생님이 몸을 구석구석 풀어주니까 내가 혼자 집에서 하는 운동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걸 아는데, 학교 수업 없이 하루가 통째로 주어진 아이에게 '공부는 혼자 하는 거야'라고 하는 건 무리인 듯 싶었다.


학기 중에는 시간이 없어서 한 과목에서 두 과목 정도만 추려서 수강하되 방학에는 학기 중에 시간이 없어서 못 들었던 수업들을 욕심껏 듣다보니 그야말로 '헉' 소리가 났다. 사교육비로 허리가 휘는 상황은 처음이라 올케 언니에게 전화해서 하소연을 했다.


"고등학생 학원 두세 과목 방학특강을 들으니 돈이 장난 아니게 들어요. 사람들은 학원비를 어떻게들 내는 걸까요?"


아이 친구 엄마들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올케 언니는 이런저런 지인들의 이야기를 해줬다. 마이너스 통장을 뚫어서 평소에 학원비 쓰다가 1년에 한 번 인센티브를 받으면 메운다는 얘기가 기억에 남는다.


'아, 가계 소득에서 낼 수가 없는 금액을 사교육비에 쓰고 있구나. 반대로 말하면 사교육비 지출의 우선순위가 높구나. 그래서 그 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거구나 싶었다.'


그러면 나는 왜 이렇게 사교육비에 쓰는 돈이 아까울까 생각을 해봤다. 그러다 브룸의 기대 이론이라는 개념을 접하게 되었다. [동기부여의 강도=기대X수단성X보상의 가치]라는 공식이 그것이다.


그러니까 사교육에 강한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들일수록 '사교육을 시키면 공부를 잘 할 거야'라는 기대가 강하고, 공부를 잘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결과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공부 잘 해서 좋은 직장을 얻어서 돈 많이 버는 삶에 큰 가치를 둔 사람이어야 사교육을 시킬 동기가 강해질 것이다. 수단성은 사교육을 했을 때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수단이 된다고 느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각각은 곱셈으로 연결되어 있다. 다른 것들이 크더라도 하나라도 0이 되면 동기부여가 안 된다는 뜻이다.


나는 사교육을 시키면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할 거야, 라는 기대가 낮았다. 아이들 어렸을 때부터, 돈은 원래 없는 거고 내가 뭘 하면 아이들에게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육아서를 많이 읽었다. 그런 책들에는 대체로 어느 학년 이상이 지나 배우는 양이 많아지면 더 이상 사교육에만 의존해서는 아이의 성적을 올릴 수 없다거나, 설사 점수는 몇 점 올릴 수 있을지 몰라도 등급을 바꾸는 결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들 했다.


'사교육을 많이 시켜서 공부를 잘 하면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고 월급을 많이 받는 직업을 얻고 행복하게 살 거야'라는 보상의 가치에 대한 믿음도 없었다.


우리 부부 노후 준비는 어쩌지


나는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고 있고 6개월 단위로 인턴들이 들고 나는 것을 20년 동안 보아왔다. 대학교 3, 4학년인 인턴들은 언제 그렇게 영어를 하고 일어를 하고 국어마저 잘 할까 싶은 능력치를 갖추고 인턴 한두 자리를 위해 많이들 지원을 했다.


저런 능력을 키우려면 부모님들은 뒤에서 얼마나 많이 투자했을까, 그런데 지금 그런 젊은이들이 일할 만한 좋은 일자리가 얼마나 열리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이 좁은 문을 향해 무조건 돌격 앞으로!를 외치며 주먹을 치켜들 힘이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우리집은 사교육에 대한 동기부여가 낮을 수밖에 없는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고등학생에게 쓰는 사교육비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없어도 꾸역꾸역 쓸 수밖에 없는 돈이었다. 입시라는 현실을 두고 있어서 그렇다. 


초등 중등 시절 동안 평균 사교육비에 못 미치는 돈을 써왔으니 고등학교 3년은 우리나라 평균 사교육비만큼은 눈 감고 대주자고 마음을 정리했지만 마음이 불편한 건 여전하다. 첫째와 둘째 도합 5년을 그런 생활을 하고 나면 가뜩이나 가까워 올 우리 부부의 노후는 언제 준비할 수 있는 건지 아무리 생각을 해도 답이 나오지 않으니 고민을 피하고만 싶어지는 지경이다.


최근 직장 동료의 딸이 재수 끝에 서울대에 들어갔다고 해서 축하를 해줬다. 다들 어떻게 아이를 서울대를 보내냐고 귀를 쫑긋하고 묻자 멋쩍은 대답이 돌아왔다.


"나야 뭐, 월 300만원 재수학원 학원비 내준 것밖에 한 일이 없어."


와... 다시 한번 궁금하다. 다들 그 돈을 어떻게 내지? 돈은 나만 없나?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 게재되었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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