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피자 빼고 다
원없이 산책하고 원없이 미식을 즐겼던 몇 안되는 여행지 중에서 시카고는 단연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무섭고 때로는 추워서 다소 제한된 시간에 누렸던 자유지만 그럼에도 걸어서 많은 곳을 다녀볼 수 있는 빅시티인데다가 그 안에 접근성이 좋은 맛집도 많으니까요.
여러번 등장했던 맛집을 모아볼 겸, 소외됐던 소소한 식사를 한번 털어보려고 했는데 정작 사진을 고르다보니 순간의 찬란함이 담기지 않아 결국 (매번 자랑하는 그) 단골집 모음이 될 것 같네요. 그럼에도 잊지못할 시카고 브런치 투어를 다시한번 소환해보겠습니다.
리버노스에 있는 The Three Arts Club은 인테리어 매장을 겸하는 인테리어/사진 맛집이자, 브런치 맛집인데요. 시카고 둘째날의 버라이어티한 투어이자 세렌디피티 3종세트인 브런치, 전망대, 재즈클럽 중에서도 일단 사진이라는 결과물과 그 사진이 소환하는 추억의 밀도는 최고였습니다.
재즈클럽은 제 취향이었지만 호불호가 있을테니, 무조건 추천을 할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밥은 어차피 먹을 거 좋은데서 먹어야죠. 다만 이미 한번 다녀온 곳이라 재방문을 한다면 손님 접대용으로 가게 될 듯 하네요. (수시로 혼밥을 하기엔 조금 애매해요.)
시카고에서 가장 핫한 동네인 리버노스에 있는 브런치 카페이면서 레스토랑인 Beatrix는 아침부터 바글바글한 곳입니다. 커피바에서 먹는 브런치도 괜찮았고 일단 위치가 너무 좋아서 <무한대 미국일주> 동선상 한달 뒤 재방문을 하게 됐어요.
두번째 방문은 저녁이었는데 예상대로 웨이팅이 있었지만 매니저님의 입장 안내가 매우 친절했고, 자리도 좋았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듯한 메뉴인 필렛미뇽을 이 곳에서 처음 먹어봤는데 유럽식 안심스테이크라고 해야할까요? 사람이 많아도 편안하고 그윽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곳이라 시카고에 갈 때마다 자주 들르게 될 것 같습니다.
시카고 미술관 Art Institute of Chicago 안에서도 가벼운 디저트로 점심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레스토랑(세렌디피티 3종 세트)에 가기 전 아침산책으로 시작한 시카고 둘째날에는 (아침을 6시에 먹고) 점심을 두 번 먹었던 셈이죠.
심지어 미술관에서 낮술(!)을 하게 될 줄이야.
다양하고 예쁜 디저트와 음료를 구비한 적당히 붐비는 관내 카페는 적어도 미술관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렇게 미술관 관람 중의 점심식사에 입덕하여, 이후로 방문했던 나머지 4개의 미술관(플로리다 노튼, 뉴욕의 메트로폴리탄과 구겐하임, 워싱턴 D.C의 네셔널 갤러리)에서도 아이스크림부터 구운 트라우트(송어)까지 다양한 메뉴를 맛보게 되었습니다.
이 중에서도 시카고 미술관, 메트로폴리탄과 네셔널 갤러리는 갈 때마다 재방문할 의사가 있으므로 커피나 머핀 정도는 먹게 될 것 같네요. 식당 자체만 보자면 노튼과 네셔널 갤러리가 가장 조용하고 넓으면서도 메뉴가 다양합니다.
시카고 먹방을 얘기하면 브런치 카페 체인 Yolk를 빼놓을 수 없죠. 다른 지역은 모르겠지만 시카고에서는 도심에만 여러 곳의 지점을 보유한 브런치 카페입니다. 접근성은 물론 맛과 서비스도 만족스러운 곳입니다. 미국에서는 왠만하면 가지 않으려고 하지만 (혼밥적소가 부족한) 한국에서는 수시로 들락거리는 던킨이나 크리스피크림처럼 랜드마크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옛날 뉴욕에서 이미 단골이 된 건강한 브런치 카페 프레타망제 Pret-a-Manger 또는 자주 등장하는 빠네라 Panera 그리고 이번 2019년에 재방문한 뉴저지 유니언 시티에서 발견하여 또 다른 아지트가 된 푸짐한 브런치 다이너 IHOP(The International House of Pancakes)도 맥락을 같이 하는 곳입니다.
추천할 수 없는 메뉴에는 앤더슨빌의 코피커피에서 실수로 주문한 라틴아메리칸 스타일의 할라피뇨 피자가 있습니다. 제가 할라피뇨는 아예 손도 안 대고 피망도 즐겨먹지 않는데, 재료를 대충 보고 모르는 메뉴를 시켰다가 제대로 실패한 사례입니다. 할라피뇨가 지배하는 요리가 아니었다면 나쁘지 않았을텐데 아쉽게 되었어요.
아침부터 뉴욕스타일의 짜고 바삭한 피자를 먹었다가 너무 느끼해서, 바로 근처에 있는 라멘집으로 달려가 해장을 한 적도 있구요. 아쉽게도 피자리아와 라멘집에서 찍은 사진이 없네요. 시카고 피자를 안 먹었더니 고르는 피자마다 실패했어요.
귀국하던 날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으로 가는 길에 미리 체크인을 하고, 카운터 열리기 전에 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어서 아주 여유롭게 공항 식당가에서 치맥을 할 수 있었습니다. 비주얼은 나초 피망 샐러드지만 주재료가 치킨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어쩐지 애틀랜타 떠나는 날 먹었던 샐러드와 독한 칵테일이 오버랩되는 조합이기도 합니다. 한식인 듯 양식인 듯 한식같은 치맥 외에도, 뉴욕의 시타렐라에서는 Korean BBQ Chicken을 먹었고 시카고 필즈커피(도 체인인데 저는 Division Street 그곳만 가봤어요.)근처에서 발견한 한식카페에서 김치찌개도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