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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덕후 한국언니 Jun 07. 2023

밤을 거의 지새우는 산책덕후의 탄생

불면증 올빼미의 여행 루틴

호캉스는 중독성이 강하다.


사람은 원래 잘 먹고 잘 자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특히 숙소는 잠을 잘 자는 것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수면주를 챙겨먹지 않아도 숙면을 취하려면...


아직 그 이야기가 나올 차례는 아닌데, 맛집 이야기를 하려다 배가 산으로 갔다. 써브웨이 샐러드를 배달시키려다 산책하려고 가서 먹었다. 최근 가장 즐겨먹는 써브웨이 샐러드를 복기하다 호캉스가 생각났다. 그 호캉스는 샐러드로 끝나지 않았지만 그래봐야 야식은 컵라면이나 뭐 그런거였을 것이다.


잠은 잘 잤었나? 서울에서의 마지막 호캉스는 아직 희망적이던 2020년 초, 코엑스 근처였다. 다음 날 체크아웃하고 <겨울왕국 2>를 보고 <파리 가이드북>을 샀다는 것 외에는 기억이 없다. 야식은 컵라면이나 뭐 그런 것을 먹었을 것이다. 그 무렵 룸서비스 맛을 알아서 룸서비스 없는 호텔에 가면...



컵라면을 먹어야 했다.


원래 여행덕후들은 호텔에서 컵라면을 먹는 것도 일상이다. 멀리 나가면 거의 매일 빵을 먹으니 기회가 있을때 컵라면이라도 먹어야 한다. 마이애미는 의외로 빵보다 밥이 흔했다. 도착하는 날 브런치는 타코였지만 다음날부터 밥을 거의 매일 먹었다. 숙소 제공-아메리칸-조식이나, 카페에서 빵브런치를 먹더라도 저녁은 스시 도시락, 밥이 나오는 남미식, 비 오는 날에는 라멘을 먹었다. 편의점이 없는 호텔에서 의도치 않게 굶기도 했지만...


그러고보니 마이애미 도착하는 날도 타코를 먹고 걷다가 목이 말라 호텔 냉장고를 털고 드럭스토어에서 물을 충분히 사왔지만 그 외에는 모히또 밖에 못 먹었다. 문제는 편의점이 생각보다 찾기 힘들었다. 옛날 뉴욕에서 브루클린 오지에 첫 숙소를 잡고 금요일 저녁에 클럽을 가려다 너무 어두워서 2km 거리의 편의점만 털고 돌아온 적도 있었다. 도심의 비싼 호텔은 이용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모든게 가장 좋았던 숙소인 애틀랜타 하얏트 리젠시에도 호텔바가 있었지, 편의점은 없었다. 한국 호캉스를 생각하고 몸만 가면 룸서비스를 시켜야 하는데 미리 그 생각을 못했다면? 가방 속에 컵라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밤산책을 해도 되는 곳이 아니라면 저녁을 일찍 먹고, 조식을 제때 먹어야 한다. 평상시의 요동치는 루틴을 생각하면, 여행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5월은 불면증 없이 지나가는가 했더니


불면증이 뒷북을 친다. 이렇게 일몰 뒤에 일어나기 시작하면 더 일찍 일어나는 것이 불가능하다. 어쩌다 잠이 깨서 일찍 하루를 시작하면 그날은 횡재했고 그 다음날 수면시계가 다시 돌아온다. 그러다 조금씩 기상 시간이 늦어지면 지금처럼 한동안 새벽기상에 머물러 있는데...


그럴때 열정이 가득하면, 아침보다 심야에 가까운 그 시간에도 모닝루틴을 불태운다. 모닝루틴을 이브닝루틴으로 대체해야 하는 불면기에는 자정까지 빠르게 마무리하고 그때 식사를 하면서 쉬다보면....


점점 기력이 빠진다. 그런데 잠은  온다. 잠이  오지만 일찍 일어나서 산책하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마다  늦게 일어나서 산책은 2 후퇴한다. 잠들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그동안 너무  잤다고 방심했다. 잠이 쉽게   같지는 않다. 커피를  잔만 마셨는데 잠이  와서 오래 멍때렸고, 다음 날은 카페인 무한리필모드가 된다.



불면의 아침이 올테면 오라지.


여행지에 도착한—숙소가 바뀐—첫날은 아무리 피곤해도 거의 못 자는 것 같다. 다음 날 체크아웃 안하고 연박을 하는 날이라고 해도, 첫날 맛있는 것을 먹고 편의점을 털어도. 가장 최근의 호캉스인 부산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둘째날 저녁과 셋째날 점심에 회를 먹었고 첫째날은 피자 한 판을 먹었다.


아, 그 피자 맛있었다! 그 곳에는 꼭 다시 가려고 한다. 피자에 맥주를 먹고 일찍 자려고 했는데, 잠이 올 리가 없다. 아침에 돌덩이같은 배낭을 메고 내려와 남포동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쇼핑을 했어도 여행에 취한 심장이 하루만에 진정되지는 않았다. 자는 곳이 바뀌면 쉽게 못 자기도 하지만, 미국에서 돌아온 후 가장 멀리 떠난 여행이어서 포만감과 식곤증으로도 그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밤새 뒤척이다 결국 블로그 앱을 켜고 마이애미를 회상했다.


미국에 도착한 첫날은 4년 전 추석이었는데, 편의점을 못찾아서 공복이었고 흔들리는 2층 침대에서 밤새 뒤척이다가, 해도 뜨기 전에 산책을 시작했다. 이런 짓을 13살부터 했다. 그게 나만의 산책, 혼자 여행하고 싶은 욕구의 시작이었다. 갑자기 시카고와 여수의 새벽 산책이 오버랩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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