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구역의 샐러드 맛집, 알고 있었어?
책을 읽다가 샌드위치나 피자를 주문하게 되는 날이 많았다. 특히 지금 읽고 있는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은 피자를 부르는 책이다. 그것도 나폴리 피자. 다 떠나서 너무도 취향저격한 책이고, 작가라서 당분간 거의 모든 에세이에 소환될 것 같다. 엘레나 페란테 이전에도 나는 피자덕후였고, '나는 피자덕후다'라는 에세이를 쓴 적도 있으며,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3부작'을 읽을때도 냉동피자와 홈메이드 오픈 샌드위치-주로 리스베트 살란데르가 만드는, 빵에 있는 재료 중 한두개만 맥락없이 올리는 실용적인 음식-에 대한 욕구를 다스려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서브웨이 샐러드라는
신세계를 발견했다.
다들 서브웨이는 샌드위치 가게로 알고 있다. 처음 방문했던 서브웨이는 왠지 망원동이었을 것 같지만, 그때 살고 있던 동네는 홍은동이었다. 거의 십년이 되어가니 기억이 확실할 리가 없다. 서브웨이를 두 번 이상 방문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모든 지점의 인테리어가 똑같다. 어느 지점에서 '그래 이 맛이야'를 외쳤는지 알게 모람. 어느 프랜차이저든 처음은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맥도날드는 롯데리아 경험치로 뚫을 수 있는 유사 브랜드-어쩌면 엄마 브랜드지만 지금 아주 흔해진 서브웨이가 십 년 전에는 조금 특이한, 새로운 세대를 위한 가게라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도전하는 정신, 새로움으로 나를 채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위기감은 충동적으로 그 문을 열게 했다.
입장 후 처음 결정해야하는 질문, 그러니까 처음 제시해야 하는 주문은 '주재료/메뉴 이름'과 '샌드위치 길이'였는데, 여기서 다들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샌드위치 풀 사이즈에 들어가는 재료만 빵 없이 주문하는 '샐러드' 메뉴가 있는 것이다. 물론 나처럼 샐러드 위주로 주문하는 사람도 있겠지. 아마 십년 전에는 안 그랬을걸? '빵모닝'이라는 글로 시작한 시리즈임에도 서브웨이 첫 날부터 '빵을 빼고' 주문했다는 고백을 해야겠다. 정확한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 브랜드의 왠지 모를 '신선함'에 이끌려서 들어갔는데, 굳이 '빵'까지 먹지 않아도 되는 '야채 많이' 메뉴가 있다는 발견을 하고 이왕 신선하게 먹을거면 빵 없이 신선함 두배, 라는 결정을 한 것이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주문한 메뉴는 '터키 베이컨 아보카도'에 '양파 피망 할라피뇨'를 뺀 샐러드였다.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이탈리안 소스가 결정적인 한 수였다. 고백하자면 이탈리안 소스가 사라진 이후로 예전만큼 설레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오이나 토마토, 아보카도가 생각날 때면 서브웨이를 찾는다. 다른 샐러드 맛집도 있지만 기본 채소에 토마토 대신 방울토마토가 들어가고 오이는 대부분 안 들어가니까, 서브웨이 특유의 채소향이 그리울때는 서브웨이에 가야한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8월 초에 남대문에 있는 R호텔에서 첫 서울 호캉스를 했다. 물론 호텔 자체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R호텔 정도 되는 호텔은 처음이었고, 미리 계획한 호캉스도 처음이었다. 그리고 혼자 체크인을 하는 어색함은 이십대 중반, 졸업 후에 맞은 첫 여름-진짜 휴가는 아니었고, 당시 빨간 날이었던 제헌절이 화요일이라 샌드위치에 연차(월차)를 더해서 3박 4일을 확보한 사회초년생의 첫 혼여행으로 이미 극복한 상태였다. 비록 이십대의 혼여행은 그걸로 끝이었지만 그때 그 대담함이 나홀로 도쿄 후발대, 나홀로 미국 한달살기로 연결되는 것이다. 도쿄와 미국 사이에, 서울 혼캉스가 있었다. 내내 혼자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이런 것까지 굳이 말하고 싶지 않지만-체크인, 체크아웃은 혼자 했다. 지금의 삼십대 여성들은 이 정도는 기본일 거라고 믿는다? 십 년 전에, 이런 짓을 하는 사람, 그러니까 '젊은 싱글 여성'은 많지 않았다. 이십 년 전에는 스타벅스에 갈 때도 나를 데려가야-나는 어디서든 쫄지 않으니까-마음이 편한 친구들이 있었다니까.
그래서 8년 전 그때, 혼자 체크인을 했고 그 날 시작한 습관이겠지만 체크인 부스가 열리자마자 달려갔다. 집에서 이십 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라 시간 맞춰서 출발했고, 막 청소를 끝낸-그렇다고 하자-새 방에 입실했다. 그런데, 점심은 물론 아침도 안 먹었을 것 같다. 밤새 까먹을 간식도 필요하니 편의점도 털어야 했다. 점심 겸 저녁과 야식을 사냥하러 내려왔는데 호텔 앞 서브웨이를 발견했고, '터키 베이컨 아보카도' 샐러드를 두 번째로 주문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