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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덕후 한국언니 May 10. 2023

아메리칸 초딩 입맛이어도 밥심은 중요해

나의 눈부신 브런치, 를 준비하는 루틴

갓생은 1일 1에세이보다, 1일 1설거지를 할 수 있는 평정심에서 출발한다. 씻기 싫어도, 설거지 하기 싫지 않으면 괜찮다. 오늘처럼.


어제의 화장을 아직 벗지 못했지만 밥을 하고 있다. 설거지를 했기에, 밥을 먹겠다는 의지를  잡고 도구를 재정비했기에  밥을 먹을  있다. 지금 먹어도 되는데, 먹으면 식곤증으로 퍼질  있어서, 아니 퍼져야 쉬기 때문에  글은 '언제 쓸지 모르는' 상태가  것이다. 뜸을 들이며  글을 쓴다.


오늘도 갓생 성공.


이제 5월이 또 조금 지나갔고 삼십대의 마지막 일주일은 갓생으로 채웠다. 다들 그렇겠지만 내게도 삼십대는 좀 중요했다. 지금까지 중에서는 가장 중요했고 그 이유는 나의 예정 도약기가 사십대이기 때문이다. (일단 당분간은 오십대를 보류한다. 당연히 오십대도 중요하고 그 이후도 중요하지만 논점은 그게 아니다.) 사십대에 터뜨릴 포텐을 충전했지만 공부만 하지는 않았던 삼십대, 비슷했지만 덜 이기적이려고 했던 이십대의 포텐이 터져서 내 에너지를 나에게 쓰는 법을 갈고 닦는 기간이었다.


이십대에 쌓아올린 친화력과 뻔뻔함으로, 삼십대에는 말 그대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올랐다. 그렇게 쌓아올린 마일리지로 사십대에는 책을 쓰겠지? 왜 아직 안 쓰냐고 묻는다면, 썼는데 인쇄할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 자세한 내막은 일촌공개다. (작가의 셀프 홍보가 어디까지 가능하고 어떻게 더 잘 할 수 있는지 궁금한 브런치 작가/예비작가/독자 여러분께, 인스타에서 진행중인 '구독 이벤트'를 추천한다. 링크는 작가소개에 있다.)




요즘 갓생 루틴, 트렌드는 나를 돌보기다. 내 눈에는 그리 보였다. 더이상 남들과 비교하며 셀프조리돌림을 하지 말고 나 자신을 잘 먹이고 잘 재우라는 메시지가 이곳저곳에서 볼드체로 떠오른다. 내가 사진보다 글 중심으로 파도타기를 했기 때문일지도. 알고리즘에게 인증하는 게시물 보여주지 말라고 (숨기기 버튼과 추천받지 않음 버튼을 활용해) 교육시켰기 때문일지도. 나도 에세이로 일종의 셀프 인증을 하고 있지만 인증을 위한 글이 아닌, 글 자체로 인증하는 건 좀 장려할만 하다. 인스타에 게시물을 올릴때마다 엄청난 인사이트를 끌어모은 카드뉴스를 발행하려면 주기도 너무 길어지고 에너지 소모가 크다. 그만큼 피드백이 잘 되면 다행이지만 이건 반드시 공식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 방식으로 살아남은 분들이 많지 않다. 팔로워를 어지간하게 확보해둔 기성작가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글쓰기나 예술분야라면 모를까, 마케팅 분야는 정말 찐 아니면 다 언팔했다. 그렇다. 나도 혹했으니 짝사랑하듯 짝팔했다가 언팔했다.




여행자 모드였을때, 여행을 준비하는 기간에는 장기간의 노동과 그걸 유지하기 위한 숙면이 절대적 루틴이었다. 그래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아이템을 수집했다. 고급이지만 감수할 만한 비용의 퀸 침대, 바디필로우, 샤워필터, 무향 천연화장품. 과연 효과가 있는지, 다다음 파트에서 이어진다. '루틴에세이'는 나를 돌보기, 를 포함해 모닝루틴으로 에세이를 쓰고, 다음날 다시 그 루틴을 반복하기 위해 하루를 어떻게 활용하고 매일 똑같지 않은 컨디션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분석해보는 기획이다.


나를 돌보는 과정을 돌아보는 과정.


냅킨에세이(주로 인스타에 초고를 작성하는 2천자 에세이)를 꾸준히 1년 동안 써보니, 이 루틴을 최대한 가볍게 활용하는 것만큼 갓생이라 할만한 것도 없다. 엄청 갈아넣어야 하는 콘텐츠도 있지만, 그런 인사이트가 등장하는 주기는 이제 주 1-2회에서 주 1회 정도로 느슨하게 풀어두었다. 매주 책 한 권, 이번처럼 늘어질 경우 적정선에서 잘라내기. 격주로 미술에세이와 산책, 루틴 등 일상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계속하되 조밀한 인사이트도 발행하기. 드라마 리뷰는 이제 월간으로 발행하고(그런데 브런치에서 달릴 때도 있다!) 새로운 월간 콘텐츠도 시작할 예정이다. 계획에 관한 풀이과정은 아바타에세이에서 마저 진행하기. 지금 쓰는 이건 루틴에세이...다.




모닝루틴을 완성하는 '먹는 브런치'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앞서 언급했지만 내게 중요한 건 쌀이다. 빵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쌀을 먹어야 하는 순간을 미루기 위해서다. 해놓은 밥과 국이 있으면 가볍게 먹고 글을 쓸 수 있지만, 눈뜨자마자 밥을 하고 국을 끓이다보면 모닝에세이는 날아간다.


일단 커피를 마시면서 글을 쓰거나 퇴고를 하고, 한숨 돌리는 시간에 설거지를 한다. 설거지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쌀을 불리기. (설거지감이 많을 땐 밥냄비를 먼저 씻어서 쌀을 불리는 동안 나머지 그릇을 씻어야겠지?) 오늘은 밥을 좀 일찍 먹어야해서 설거지를 먼저 하고 커피를 마셨다. 잠도 더 자야 하지만 물보다 맛있는 마실 것이 필요해서 아아를 연하게 마셨다. 퇴고를 마친 후 밥짓기 시작. 이 글이 끝나는대로 밥을 먹을 수 있다. (밥을 해놓고 보니 반찬이 없어서, 반찬으로 먹을 얼큰 해장 칼국수...를 배달시켰다. 배달시키기 기술은 Coming soon.)


올해 설날까지도 햇반과 배달을 반복했다. 밥짓기는 부차적이고, 당연히 1일 1설거지를 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코로나, 운동부족, 식욕부진 3콤보로 근손실이 심했다. 그 기간에 공연을 했는데도 그모냥. 전자렌지 없는 집으로 이사 후, 어차피 끓여먹을 거니까 햇반 대신 쌀을 끓였다. 볼살이 차올라 팔자주름이 없어졌다. 속병도. 그래서 오늘도 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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