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책덕후 한국언니 Sep 28. 2023

그러거나 말거나, 너였다고

박상영 <대도시의 사랑법>

작가이기 이전에 치열하게 2000년대를 살아낸 한명의 청춘으로서,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시민으로서 내겐  문제를 쓰고 말하는  몹시 절실했다. -338p, 작가의 




스테레오 타입 헤테로 남성이 이해하지 못하는   하나, 플라토닉한 사랑. 그러니 자기가  받은지도 모르고 열심히 선물포장을 풀었던 프렌드 위드 베네핏은 당연히  안에 유경험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야 굳이 그 친구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당연한 사고과정인데 (무경험자로 보여야 하는 상황과 별개로 굳이 무경험자임을 드러낼 이유도 없지 않은가.) 강산이 1.4번 정도 바뀐 후에 듣고나니 이것이 보편의 정서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 대체 보편이 뭔데?



매번 술에 떡이 되는 나를 떠메고 갔던 선배와 3개월째 옆구리를 공유한 사이였다. 우리의 역사는 유행성 독감처럼   동안 몇몇 사람을 앓게 했다.


사랑을 들키는 순간은 서운함의 폭발.  이기적인 뇌세포는 내가 들킨 순간을 삭제해서 나는 정확히 무엇을 들켰는지 모른다. 기억나는 다음 장면은 취조에 가까운 고해성사-좋아하니? .-였고 그래서 그렇게 됐다. 틈만 나면 옥상 밀회를 가졌고 익숙한 옆구리는 이제  세트가 됐다. 다른  남들이  필요가 없다.  시절 나는 잠깐 완전한 인생을 만났다. 소녀에 가까웠고 지금 보면 소녀였다. 외모는 오히려 그때가 못난이 버전이었다. 단지 외모의 문제였기보다는 아무것도 몰라서 끝없이 불안했다.


 가져서 불안했다.




사랑과 욕구는 다르다. 일치하면 좋은데 일치하기 어렵다. 어렵게 일치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니 쾌락을 선물하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은 상당히 기적적이다. 사랑했던 사람에게 감동하는  오히려 다른 사소함이다. 자신의 쾌락을 위해  순정을 이용하지 않는 , 잠든 순간부터 일어나는 순간까지 움직이지 않고 팔베개를 해주는 , 호텔비를 아끼기 위해 잔머리를 쓰지 않는 .


내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나?


사랑했던 사람들은 쾌락이라는 방식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아마 쾌락으로 기억되는 사람들은 다른 기억 포인트가 허접할 가능성이 크다. 사랑에 감동하는 순간  사람의 쾌락지수는 이미 뷰포인트가 아니다. 마음에 새겨지는 사람은 거시기로 기억되지 않는다. (기억을 못하는  아니다.)


 사람들은 속눈썹이나 함께 먹은 음식, 잠든 모습 같은 것들로 기억된다.




세상은 가난하고 헤픈 스무살의 육체들을 마음껏 이용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14p, 재희


그를 알기 위해, 나아가 그에게 빠져드는 나 자신의 마음을 알기 위해, 그 모순을 해석하기 위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가 하는 모든 것들을 속속들이 관찰했고 기록했다. 천년만년 학위논문을 쓰는 대학원생처럼. 절박하고 가련하게.

-113p, 우럭 한점 우주의 맛


진심으로 사과를 받고 싶어졌다.

 한번이라도, 미안하다는 말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럴 일은 없겠지. -149p, 우럭 한점 우주의 


그래서나 그러나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그러거나 말거나, 너였다고. 나는  말이 좋아서 계속  안에 물을 머금듯이 되뇌었다.

-228p, 대도시의 사랑법


죽은 상태로  사랑의 대상이 되고, 추억의 대상이 되고, 꿈의 대상이 되며 결국 대상으로 남는다.  기억 속의 규호는 언제나 완결된 상태로 차갑게 얼어붙어 있다. -272p, 늦은 우기의 바캉스




<대도시의 사랑법> 연작소설  (같은  다른, 일인다역의) 화자는 아픈 사랑과 본인을 아프게 하는 아픈 엄마를 이겨내고 어쩌면 평생 그리워할 사람을 떠나보낸다.  사랑이 보편과 멀어서 객관적으로   있는/없는가? 나는  안에서 동행이 불가능한 사람을 사랑한 죄로 고통받는 영혼과 사랑하니까 지켜주어야 했던 우리의 시간들을 본다. 아무리 좋게 해석해도 내가 부족하거나 상대방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게다가 이미 지칠대로 만나  사이라면 그럼에도 동행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음, 아니야.

가슴에 묻고 글로 써야겠지. 작중 화자처럼.






이전 06화 이 느낌의 끝에 뭐가 있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