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기억에 남아요?

가슴 큰 북튜버가 싫은 건 아닌데,

by 산책덕후 한국언니

유튜버 지망생은

왜 블로그를 했나



음성언어의 인풋, 특히 외국어 발음을 듣고 말하는 훈련을 하기 좋은 플랫폼은 유튜브다. 지금은 릴스도 있고 훨씬 오래전에는 단순한 형식의 오디오북이 있었으나 이 모든 것이 유튜브에는 다 있다.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되어 지금까지도 크고 작은 영향을 받고 있는 유튜브 채널 '아란 TV'의 김아란 크리에이터는 영어와 미국 현지 적응 이야기는 물론, 성인 영어를 배우고 가르치는 여러 상황에 대한 감각에 큰 도움이 됐다.


그녀를 포함한 나의 유튜브 선생님들이 공통으로 추천하는 영어 루틴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드 보기와 원서 읽기다. 영어를 본격적으로 늘려보려고 유튜브를 훑기 전, 주니어용 영어단어장을 복습하면서 영어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만 7년이 됐다.




그 전에는 유튜브의 얼굴 없는 뮤지션 같은 사람이 되려고 했던 것 같다.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고,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기억을 더듬어봐도 온전히 그 시절의 꿈과 욕망을 소환하기는 어렵다. 얼굴보다 음악 실력이 빨리 늘(?) 거라고 생각했었나? 젊었으나 충분히 젊지 않아서(?) 외모보다 두뇌의 가능성을 더 믿었었나 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음악이야말로 타고나서도 평생을 몰입하고 또 몰입해야 하는 종목이고 외모는 사람에 따라 (경제적인 측면보다 심리적,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안정됐을 때 빛을 발하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모든' 사람에게 '공식'처럼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지금은 음악보다 차라리 얼굴의 발전(?) 가능성을 믿는다.


두 번의 미국여행 후 종목(?)을 바꿔 영화 유튜버 지망생 모드로 콘텐츠 제작을 기획하려고 했는데...바로 팬데믹이 시작됐다.


이 상황이야말로 방구석 어학연수(=최근에 알게 된 다른 유튜브 영어채널 이름)에 최적화시킬 수 있었지만 아직 심리적 여유를 되찾기 전이라 비교적 접근이 쉬운 블로그로 목표를 수정했다. 그렇게 영어블로그(가 자리 잡으면 영화리뷰도 올려야지!) 지망생이 되어 영어책과 단어장을 팠다.




책스타그램이라는 세계



팬데믹, 여행과 유튜브의 불발. 그 핑계로 영어공부에 올인하다 눈트임을 했다. 귀트임은 애기때 했기 때문에 유튜브 족집게 과외로 콜로케이션과 연음 트레이닝만 했다. 인스타그램에 원서 인증을 하면서 습관적으로 외국 북스타그래머를 연구했다.


책 사진을 선호하는 유저로 타깃이 되었는지 출판사 이벤트를 접하기 시작했다.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라는 여행에세이의 서평단에 탈락한 인연으로 권호영 작가를 만났다. 여행콘텐츠와 블로그 세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했다. 지금이야! 지금 해야 돼! 라는 본능이 발동한 것이다.


그때만 해도 1권 작가였던 권호영(Erin) 작가는 블로그 바이블인 <한 달 만에 블로그 일 방문자 1000명 만들기> 개정판과 초판을 포함해 4권의 저서를 보유한 중견 작가가 됐다. 그녀의 댓글을 통해 소통의 중요성 머리로 이해했지만 몸과 마음이 안 따라주어 주로 하트와 선팔을 무기(?)로 인친을 늘려갔다.




국내서 서평이 늘면서 느슨한 책스타그래머가 됐고 가끔 협찬도 받으면서 팬데믹 2년 차를 보냈다. 이때는 '영어블로그'에 상당한 에너지를 쏟고 있었기 때문에 인스타그램에서 괄목할 성취를 하지 못했으나 그 시절에 작성한 블로그 포스팅 중에서 누적 조회수가 1000 이상인 콘텐츠가 상당하다. 한편 국내서/표지를 작정하고 게시한 지 만 1년 만에 책스타그램이 그야말로 떡상했다. 한국나이로 앞자리가 바뀌던 그 순간이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고리즘만 알겠지. 연말 독서결산을 위해 별도로 촬영한 책탑 포스팅이 3만 9천 뷰(국내서)와 2만 7천 뷰(원서)를 기록했다. 이 시점에서 아직 2년이 채 안 되었기 때문에 지금도 이 기록을 볼 수 있다.


작년 내내 책스타그램은 평균 2천 뷰 이상을 기록했고 나름 승승장구했다. 블로그 대신 글자수 제한이 있는 인스타그램에 콤팩트한 서평을 쓰기로 한 것도 성공한 전략이 됐다. 그러다 입이 터져서(?) 장편 여행에세이를 썼다. (그때부터 '다음편에 계속' 모드가 이어지고 있다.) 추석 직후부터 브런치북 공모전을 준비했고 10.29 참사와 번아웃 시기에 급한 이사를 하느라 인스타그램의 우선순위가 살짝 밀렸다.


작년 브런치북 공모전에 미국 여행에세이를 출품하려고 미국 3부작으로 기획한 두 번째 브런치북을 미국드라마 리뷰로 이어갔다. 그때부터 인스타그램에 작은 위기가 찾아왔다. 영상예술을 사랑하는 인친이 소폭 늘어난 것에 비해 알고리즘이 선호하는 책스타그램이 정체되기 시작했다. 갓생 2년 차였다.




그게 올해다. 헤드라잇과 투비컨티뉴드에 이어 브런치에서도 소폭 떡상(?)하면서 자신감을 얻어 꾸준히 발행을 이어갔다. 웹소설 공모전에도 도전했다. 목표를 설정하고 타이트하게 글을 쓰면 그 자체로 필력이 는다. 그러다 갑자기 (의외로) 브런치에서 '스레드'라는 플랫폼이 생겼다는 정보를 얻었고 약 천만 번째 회원이 되었다. (개시 당일 약 3시간 만에 가입했다는 의미임.) 스레드 붐은 완전히(?) 가라앉았지만 첫 1주는 그야말로 폭풍이었다. 이렇게 초기에 선점해 본 플랫폼도 처음이었다. 인스타 출신이지만 인스타와 성향의 차이가 있는 사람들과 다소 허물없는 (때로는 너무 치대는) 관계가 마냥 편하지는 않았다. 각종 사생활 보호 기능을 믹스매치하는 기술을 단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7월의 스레드 이후로 댓글력이 폭발했다. 얼마 후 브런치에서 '도서 분야 크리에이터'로 지정되면서 다시 브런치에 주력했다. 내게는 두 번째인 브런치북 공모전을 대비해 쌓아 둔 에세이와 평론과 실용서를 13권의 브런치북으로 응모했고, 매의 눈으로 콘텐츠 리모델링을 하는 동안 인스타그램도 차츰 부활했다. 어쩌면 '도서' 분야로 인증을 받은 것이 결국 책스타그램을 리부트 하게 된 것일지도.


광복절이 지나고, 갑자기 밀린 산책에 탄력을 받아 인스타용 사진에도 활기가 넘쳤다. 인스타 알고리즘은 바뀌었다. 이전보다 타깃 노출이 정확해졌기 때문에 가장 뷰가 많았던 2022년 상반기보다 훨씬 적은 노출로도 비슷하거나 더 높은 반응을 얻는다. 반응 비율이 작년에는 5~10%였는데(반응이 좋다는 건 그만큼 어마무시하게 노출이 됐기 때문) 현재는 50~60%를 육박한다. 책스타그래머, 즉 인스타 좀 하는 독서가들의 취향저격을 하는 포스팅을 하면 그분들에게 타깃노출을 해서 높은 반응률을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 최소 1천에서 수만의 조회수를 경험했기에 조회수만으로는 크게 감동할 일이 없지만 반응도는 이전에 없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연재 브런치북을 시작한 이후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인스타그램 조회수는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책 사진이 주도하고 있지만 다른 콘텐츠도 시너지를 받는 중이다.



서평가라는 정체성과

셀럽을 향한 욕구



<독서테라피>를 쓰는 이유는 책을 읽는 쾌락에 대한 썰을 푸는 쾌락을 느끼기 위해서다. 도서 크리에이터를 달고 연재 브런치북을 시작하면서 브런치에서도 인증받은 작가가 되었고 네이버에도 '온라인 콘텐츠 창작자'의 카테고리에 인물등록을 했다. 브런치 도서 크리에이터가 정체성이 되었다.


인스타그램 떡상 후에도 2년 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에 조회수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브런치팀이 노출시켜 준다는 것에 의미가 있을 뿐이다. 노출 수에 비하면 소소하지만 구독과 반응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이 분들을 만나려고 그 많은 노출이 필요했구나, 하는 깨달음이 있을 뿐이다. 인스타(혹은 유튜브)에서 떡상을 해보지 않은 분들은 2천이라는 숫자가 거대해 보이겠지만 이미 2년 전에 2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해 봤다. 한동안 2천 뷰는 인센티브가 아닌 최저시급이었다.


어디에서든 일정 숫자 이상의 피드백을 받으려면 그만큼 양질의 포스팅을 유지해야 한다. 인스타그램도 달라졌다. 조회수는 줄었지만 반응도는 (나만) 훨씬 높아졌다. 얼마나 소통하는지가 중요해졌다. 인스타그램의 한계는 계속 테스트하고 있다. (이공계 출신이되) 철저하게 문학중심적 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나의 인스타그램 르포가 브런치 IT분야에 추천되는 것을 보면 이 세계(?) 기술공학 정보가 희박한 것 같다. 교양이라도 좋으니 생명과학, 무엇보다 창작소설 그 자체는 카테고리조차 없다(!)는 것이 더 놀라운 일이다. 문사철에 공들인 흔적이 보이는 인문철학과 역사 분야에서도 내 서평이 추천된다. 자랑을 하려는 게 아닌 건 아니다! (아닌 척하지 않겠다.) 그만큼 이곳에는 경쟁력을 갖춘 작가가 희소하다.


네이버 인플루언서(특히 도서 분야)는 양질의 콘텐츠를 유지하기에는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흥미가 떨어진다. 한편 책스타그램은 선점한 인플루언서들의 좋아요 수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지만 키포인트는 <셀럽의 조건>에서도 여러 번 지적한 그것, '소통'이다. 너무 잘 나갔던 책스타그래머는 물론 시간이 없겠지만(!) 아주 당연한 그 이유로 팔로워들이 일방소통을 하다 지치기 딱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 좀 근본 없는 인플루언서라는 용어에 '광고 채널'이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으므로 나는 이 워딩을 거부하고 '셀럽'이라고 통칭한다. 그들도 나도 '셀럽'을 추구하지만 나는 광고나 '인플루언서'로 인정받(아 광고비를 올리)는 데 관심이 없다.



유튜브를 한다면



인스타를 잘하고 싶은 사람들은 지금도 릴스를 할지 사진을 여러 장 올릴지 고민한다. 인스타를 꾸준히 오래, 게다가 자주 업로드 할 수 있는 비결이라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는 것이다. 어차피 썰 욕구를 못 참고 2천 자를 써야 하는 운명이었다. 그러니 사진은 주로 한 장만 잘 골라서 올리려고 하는 편이다. 대신 사진 배치에 어마무시하게 공들인다. 인스타 초창기에는 일정한 구도와 여백, 자기만의 필터를 계속 쓰는 계정이 예뻐 보였다면 지금은 보정한 티가 안나는 꾸안꾸 사진이 대세다. 보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티 안 나게 잘해야 한다.


릴스나 유튜브 쇼츠도 좋은데 글쓰기에 80% 이상의 에너지를 쓰고 남은 기력으로 사진 고르기와 댓글 소통을 하고 싶다. 영상 편집은 해보면 재미있지만 에러도 감수해야 하고 손에 익히는 동안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릴스가 일취월장하는 재미에 빠져들 뻔했다. 그러나 릴스 한 편을 날리고 나서 바로 후퇴했다.


에세이도 계속 쓰겠지만 이제 글쓰기의 진짜 목표였던 소설을 쓰고 싶다. 서평과 교대하는 에세이 자리에 릴스를 넣으려다 전략을 바꿔 소설을 넣기로 했다. 소설이 안 나오면 에세이로 대체할지라도. 인스타에 단편소설 두 편(브런치에는 총 세 편)을 연속 연재하고 나서 약 10일간의 휴재를 계획했다. 이어지지 않아도 되는 산책에세이가 그 자리에 배치된 상태다. 그동안 미리 단편소설을 써두면 금상첨화.

(한 편 완성했고 미완성작에 1천자를 썼다.)




글쓰기보다 책소개를 말로 하는 것이 적성에 맞는다면 북튜브를 할 수도 있다. 책이란 것이 본디 구전되는 이야기에서 비롯되었고, 깊은 독서는 토론이나 강의와 함께 해야 더욱 깊어지므로 북튜브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문제는 인스타가 그러하듯, 또는 네이버 인플루언서 제도가 그러하듯, 셀럽의 욕구가 있는 사람은 넘쳐나는데 셀럽이 될 수 있는 꽃길은 바늘구멍이다. 되든 안되든 꾸준히 하는 자세는 존경한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인스타와 브런치를 꾸준히 활용해서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고 보니 떡상 그 자체보다 떡상 이후에도 초심을 유지하고 더욱 정진할 필요를 느꼈다. 인스타는 1차 떡상 후 슬럼프를 거쳐 2차 호황을 맞고 있고 브런치는 2차 떡상 후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유튜브는 이제 배경음악을 틀거나 가끔 옛날 공연을 보기 위해서만 접속한다. 메인 모니터 역할을 하는 주거래(?) 폰으로는 글을 쓰거나 미드를 보는데 이 폰에는 아예 유튜브 앱이 없다. 스크린 타임의 대부분은 인스타, 브런치, 투비(주로 임시저장), 스레드에 사용된다. 언젠가 이런 가내수공업 모드를 졸업하고 유튜브를 하게 될 날이 오겠지?




지친 하루를 위로하는

서평테라피



책을 읽고 리뷰할 생각에 짜릿해지는 경험을 하려면 단순 독서기록으로 끝내지 말자. 서평을 잘 쓰는 법을 연구하고 내 서평이 잘 읽히는 법을 연구하고 서평으로 인정받는 방법을 연구하자. 그게 내 셀럽의 조건이다. 좋아하면서 잘할 수 있는 것과 페르소나를 믹스매치해서 대체불가한 아이콘이 되는 것.


그렇게 인정받는 서평가들 사이에서조차 믿고 보는 서평가가 되면 새 글을 쓸 때 본인이 가장 설렌다. 친구가 책을 내면 친구 책을 간접홍보(?)할 생각에 신나서 춤추게 된다. 기대되는 신간은 펀딩하지만 협찬 도서는 기한 때문에 조심스럽다. 나만의 시그니처가 확고해질수록 오히려 협찬 자체가 잘 안 들어온다. 정말 좋아하는 책만 리뷰하면 쓴소리를 하지 않고도 완성도가 높은 글을 쓸 수 있어서 행복하다. 꼭 단점을 표현해야 객관적인 리뷰는 아니다. 굳이 객관적일 필요가 있나?


객관적인 리뷰 같은 건 세상에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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