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브로드웨이 공원 투어

매디슨, 유니언, 워싱턴 스퀘어 파크

파슨스 디자인 스쿨이 있다는 브로드웨이를 따라 걸어갔다. 어느 곳이던 너무 사람이 많거나 너무 경비가 삼엄하거나 너무 나와는 관련이 없어서 마음 붙일 수 있는 특별한 장소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가 본 반스 앤 노블과 서점투어의 감을 되찾고 윈도우 쇼핑으로 단골이 되어버린 예술서점 리졸리, 비에 젖은 단화를 버리고 새 부츠가 되어주었던 포에버 21과 너무 당연히 그 모양이라 유명한 줄 몰랐던 플랫아이언 빌딩이 있었다.




플랫아이언과 리졸리를 다시 보러갔다. 보다 정확히는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보랏빛 고담의 일몰을 보고 7시반과 8시 사이의 막간을 활용해 리졸리와 회포를 풀기 위해 '잠깐' 방문했다. 그날은 이미 야경이 발목까지 내려왔고, 서점은 너무도 일찍 마감했다. 다시 와야했다.



우측 두번째 건물이 플랫아이언 발딩(공사중)


구겐하임 미술관의 실물을 드디어 찾아내고, 어퍼 이스트 사이드와 약간의 애증을 나누다가 이 곳에 다시 왔을 때는 드디어 노을 직전의 플랫아이언을 아이폰의 화폭에 담을 수 있었다. 마감 직전의 그 날보다는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리졸리에서는 대관 북토크가 있다고 일반 손님을 퇴장시켰다.


내 정성이 부족했다. 서교동 정글이나 합정 교보의 예움에 매일 갈 수 있을 때도 그러지 않았고 그 업보는 맨해튼의 외면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오늘은 최근에 반한 서점에 가서 분노의 (또는 환희의) 헌책 쇼핑을 했다.




리졸리가 실패하자 그제서야 파슨스가 생각났다. 여기 파슨스가 있다는 소문을 들은 것 같았다. 같은 미국이어도 보스턴이나 필라델피아, 중서부에 비해 당연히 가성비가 떨어지는 뉴욕에 유학을 오는 사람들 중에는 상대적으로 그 가성비를 감당해야만 하는 패션 계열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갑자기 생각난 목적지에 오긴 했는데 어느 건물로 가야 패션 피플을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서 새로 생긴 건축물을 앞에 두고 멍을 때렸다.



뉴스쿨의 신축 건물


블로그에 약 120개 정도를 포스팅했던 GRE 단어장의 예문 중에도 파슨스가 나와서 이 사진을 첨부했던 기억이 있다. 미국의 인상주의 화가인 윌리엄 메리트 체이스가 설립한 체이스 스쿨은 뉴욕에서 상징적인 예술학교가 되었고 파슨스 디자인 스쿨로 확장되었으며, 현재는 뉴스쿨이라는 대학교에 소속된 단과대학이다. 이 건물은 뉴스쿨의 여러가지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들어가지는 않았다. 여기서 잠시 고민을 했고, 파슨스가 있는 블록을 한바퀴 돌았지만 패셔너블한 건축물이나 패션 피플이 없어서 미드타운의 애플스토어로 이동했다.




아는 맛이라 당연히 머릿속 지도를 의심 없이 믿었는데, 확인차 관련 건물들의 위치를 표시해보니 내 기억과 달랐다. 모든 사건이 '유니언 스퀘어 파크'에서 일어났었다고 생각했지만 리졸리와 플랫아이언은 '매디슨 스퀘어 파크' 근처였다.


두 공원에는 각자의 추억이 있다. 펜실베니아 스테이션에서 가장 가까운 매디슨 파크는 2016년에 맨해튼에 도착하자마자 신선한 공기를 갈망하면서 처음 방문한 공원이었다. 그리고 유니언 파크는 바로 그 비 오던 날의 휴식과 리프레시의 공간을 제공했던 매장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유니언 파크 주변을 돌아보면 뭔가 하게 된다. 여기서 더 내려가면 5번가가 사라지는 곳에 '워싱턴 스퀘어 파크'가 있다. 도시 안에 조용히 스며들어있는 뉴욕대학교를 상징하는 공원이다.



워싱턴 스퀘어 파크의 워싱턴 아치


뉴욕 드라마 <화이트칼라>의 치명적인 남자 주인공인 닐 카프리가 '뉴욕에서 집 구하기' 꿀팁을 알려주던 곳이자, 내 프로필 사진의 배경이 된 워싱턴 아치가 있는 곳이다. 워싱턴 아치에는 파리의 개선문이나 파리의 오마주이기도 한 워싱턴 DC의 바이브가 있지만 규모나 친밀감의 정도는 오히려 서울의 독립문과 비슷하다.


만약 우연히라도 워싱턴 아치를 보게 된다면 아치의 남쪽에서 북향으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들어오는 장면을 꼭 확인하시길 바란다. 정말 우연히, 그것도 야경으로 본 그 장면은 잊을 수 없다. 뉴욕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덤보에서도 비슷한 프레임으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볼 수 있지만, 덤보는 그냥 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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