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 대학교냐 구겐하임이냐
당분간 마지막, 그리고 기획단계에서 이미 30대의 마지막 미국여행일 운명이었던 2019년 <무한대 미국일주>는 '해변'을 품은 예술여행이었다.
목표는 그동안 수집한 비키니들에게 대서양 해수와 바람을 만나게 해주는 것과 전국의 핫한 미술관, 건축맛집을 경험하고 기록하는 것. 비키니 샷은 완벽한 날씨를 만나지 못했지만 뉴욕 스냅이 있어서 괜찮았다. 어쩌면 비키니 샷이 너무 잘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다. 아직도 미공개 사진이 많은데, 안 예뻐서 안 올리는 게 아니다. 너무 많아서 시도때도 없이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사진을 찍으려고 만 킬로미터 이상을 날아가놓고 정작 너무 핫하거나 추하지도 않은 내 셀카들을 아껴 올리고 있다. 그게 내 성격이다.
관종라고 스스로 밝히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속이 시원하지만, 관종으로만 보이기는 싫다. 깊이 들어가면 네거티브와 포지티브 이야기도 해야겠지만 그 단계는 열린 결말이니 그냥 열어두고 들어가지는 않겠다. 그러고보니 공연복도 비키니라서 내가 올리지 않아도 나의 비키니샷은 끊임없이 올라온다. 왜 마이애미 사진이 썩고 있는지 좀더 확실해진다.
<무한대 미국일주> 건축투어의 결과는 지난 3년 동안 알차게 리싸이클링 했고, 미술관 투어의 사후취재는 진행중이다. 한달만에 귀국한 2019년을 제외하더라도 코로나 4년차인 올해는 귀국 및 본격 여행기록 4년차인데 미술관 사진첩을 제대로 분류한 건 최근이다. 분류한 70명 화가들의 폴더와 미분류 작품 폴더 중에서 최소 50가지 주제를 2023년에 리뷰할 것이다. 이 작업은 네버엔딩이라서, 빨리 해치우기보다 현 수준에서 최선을 다해 제대로 하는 것이 목표. 순수미술과 철학분야에는 '덕후' 근처에도 못갈테니 소박한 내 공부를 하는 마인드로 접근할 것이다.
내 공부 기록이지만 알려지지 않은 미국 화가들에 대한 매력적이고 정확한 포스팅을 해서 검색도 당하려고 한다. 오랜 기간 '잡학다식한 아카이빙'이라는 꿈을 품어왔던 어떤 덕후의 자아실현 과정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에세이를 통해서 서술하겠다.
<무한대 미국일주>를 가능하게 했던 첫번째 미국여행은 아이비리그 투어였다. 캠퍼스 투어 자체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캠퍼스 내부와 주변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두번째 미국여행의 목적지에는 기존에 방문했던 학교들인 하버드, MIT, 하워드, 펜실베니아, NYU, 컬럼비아 등이 제외되었다.
시간이 남으면 가까운 컬럼비아 대학교는 들러도 괜찮았지만 첫 여행에서 시도하지 못한 '예일 또는 프린스턴'이 우선이었다. 결국 뉴헤이븐 가는 기차표 예매는 연습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도시 산책을 너무 많이 한데다 6일 연속으로 물놀이를 해서 속이 뒤집어진 상태로 뉴욕에 오자마자 1일 1칵테일을 했다. 예일에 가려고 한 날은 이미 더 편한 (전에 왔었던) 숙소로 옮긴 다음날이었고 어김없이 늦잠을 잤다. 익숙한 뉴욕의 밤과 칵테일의 조합이 불면증을 날려버렸다.
그래서 컬럼비아에 갈 수도 있었지만, 그대신 아직 보지 못한 구겐하임 미술관을 선택했다. 냉정하게 말하면 구겐하임은 껍데기만 봐도 된다.
그러나 그날 구겐하임 관내 카페의 트로피카나 사과주스와 머핀은 '아메리칸 브런치 in 뮤지엄' 콜렉션의 한 면을 장식했다. 저녁때 지하철을 타고 자연스럽게 남쪽 브로드웨이로 이동해서 플랫아이언 빌딩과 뉴스쿨의 신축 건물을 구경하고 다시 5번가의 쇼핑구역으로 돌아와서 스시를 먹었다.
컬럼비아에 갔다와서 지하철을 탔어도 큰 차이는 없었을 것 같다. 그랬다면 구겐하임을 놓쳤겠지. '만약에' 상상을 할때는 장밋빛으로 하고 싶고-마이애미 비치하우스와 구릿빛 남친 같은-같은 '만약에'라도 가지 않은 길을 후회(?)하는 상상은 빨리 접는다.
예일에 갔더라면? 구겐하임을 놓쳤겠지.
내 선택에 후회가 없다.
다음 여행의 목적지를 남겨두는게 좋다. 이미 너무 많은 곳을 다녀와서 '가고 싶었던' 그 시절의 간절함이 퇴색했다. 예일과 프린스턴과 브라운 대학교, 올랜도와 키웨스트와 칸쿤과 아바나, 미지의 도시들, 애팔래치아 산맥, 샌프란시스코...
아직도 가고 싶은 곳은 많다. 여행이 좌절하고 회상에 과몰입하던 코로나 시즌을 뒤로 하고, 미래지향적 계획덕후로 돌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