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책덕후 한국언니 Mar 18. 2023

아메리칸 하이틴 스릴러 점점 기묘해

미드 <리버데일>과 자매드라마들

범죄도시의 기묘한 이야기로 유명한 스토리의 뉴욕 버전이 <고담>이라면 소도시 버전이 바로 <리버데일>이다. 소도시는 대도시와 분리된 작은 교통요충지의 산업지구와 구시가지에서 뻗어나간 택지로 이루어져 있다면 서벌브는 대도시권 연장선에 계획된 신도시다. 따라서 '교외'라고 번역하는 서벌브는 일산 신도시의 단독주택 단지처럼 깔끔하고, 주민들은 교육 수준이 높은 중산층 4인 가족이 대부분이다.


아주 전형적인 서벌브를 구현한 <심즈>와 <위기의 주부들>의 스릴러 요소는 결벽증이 있는 중산층 주부가 자신의 비밀이 드러날까봐 죽고 죽이는 시나리오를 설계하는 모습이다. 뉴욕과 같은 빅 시티의 가장 큰 장점은 익명성. 셀럽이라면 모를까 중산층 주부의 비밀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고교시절 주연인 아치, 베티, 저그헤드, 베로니카


소도시가 배경인 <리버데일>이나 <루머의 루머의 루머>나 <기묘한 이야기>에는 완벽주의가 들어설 틈이 없다. 적당히 평화롭다가 어느 날 갑자기 50년 만에 중학생이 실종되거나, 동네 아이들이 서로를 괴롭히다가 악행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의 서벌브 버전이 <지니 앤 조지아>라고도 할 수 있다. 대체로 서민인데 그중에서 좀 사는 애들이 갑질 하는 마을(루루루의 배경)과 대체로 중산층이라 그중에 형편이 처지는 아이들이 고통받는 마을(지니의 배경)의 분위기는 다르다. 이들은 하이틴 로맨스와 청소년 범죄, 심리 스릴러의 교차로에 존재하는 작품들이다.


<리버데일>과 <기묘한 이야기>는 초능력이 별로 논리적이지 않은 SF와 결합한 세미판타지다. <기묘한 이야기>에는 제이슨 본을 암시하는 음모론이 깔려있는 CIA발 초능력이 등장하고, <리버데일>은 의문사와 연쇄살인범으로 시작하지만 점점 초자연 현상에 물들면서, 또는 이미 물들어있음이 밝혀지면서 기어이 슈퍼 히어로를 재창조한다.


다크 나이트를 잉태하는 <고담>의 슈퍼 빌런이 생각나는 지독한 악당도 등장한다. 화려하게 등장한 뉴요커, 로지 모녀의 가부장 하이람이 한동안 <리버데일>의 대장몬스터였다.


하이람과 헤르미온느의 딸인 베로니카 로지는 <가십걸>의 블레어와 척을 합성한 듯한 캐릭터이면서 외모는 <모던패밀리>의 앨릭스와도 연결된다. 베로니카는 기어이 아버지를 제거하고 이 구역을 접수한다. 남편의 공작으로 허수아비 시장이 되었다가 이혼하고 예능 셀럽이 되는 헤르미온느 로지는 이 작고 이상한 소도시를 온전히 딸에게 넘겨준다.




베로니카의 '그 남자'였던 리버데일의 훈남 아치는 드라마의 멀티캐스팅에 의해 만화원작보다 비중이 줄었다. 대신 드라마의 전반부에서 원작과 달리 커플이 되는 베티+저그헤드=버그헤드가 한동안 시선강탈을 한다. 이웃집 소녀, 라는 클리셰로 설정된 베티는 예일과 FBI를 거쳐 아치에게 돌아오지만 고교시절엔 너무 예쁜 소녀 탐정이면서 방구석 글쟁이인 저그헤드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이다. (원작은 잊어라.) 우리의 저그헤드는 무려 정우성, 원빈, 송중기를 합성한 얼굴이다. 그는 어린이 시절 <프렌즈>의 베이비 보이로도 등장했던 콜 스프라우스다.


버그헤드 커플이 <섀도우 헌터스>의 말렉 커플처럼 전체 스토리를 사로잡고 한동안 놔주지를 않았다. 게다가 이들은 홈스와 왓슨처럼 이 구역의 사건을 분석하고 해결하는 남다른 센스가 있다. 아쉽게도 둘이 헤어지면서 긴장감이 확 떨어지고 저그헤드의 미모도 망가졌지만 (인생이 찌그러졌는데 계속 예뻤어도 이상했을 것이다.) 리버데일의 미스터리는 계속되고, 어쨌든 아치네 집에 살고 있는 베티와 저그헤드는 서로를 떼어낼 수가 없다.



셰릴, 저그헤드, 배티, 아치, 베로니카, 케빈, 조시


리버데일의 포이즌 아이비, 셰릴은 처음부터 사건의 핵심에 존재했다. 해결사 중에서는 다섯 번째 멤버지만 최초의 사망자가 다름 아닌 셰릴의 쌍둥이, 제이슨이다. 이후 빌런 중 하나인 셰릴의 엄마와 대련하는 과정에서 셰릴도 이 지역의 숲과 영혼을 관장하는 마녀로 거듭난다. 자매드라마인 <사브리나의 오싹한 모험>의 주인공 사브리나가 지원사격하러 오는 곳이 바로 셰릴의 저택이다.




베티의 엄마 앨리스를 맡은 매드첸 아믹은 <길모어 걸스>의 로리 동생 GG, 조지아 헤이든을 낳은 아빠의 여친 셰리, <가십걸>의 네이트 비밀 여친이자 블레어 남친의 새엄마 겸 비밀 여친이었던 공작부인, <화이트 칼라>의 블랙 위도우 연쇄살인범이자 피터의 가짜 약혼녀 역할로 시선강탈을 해왔던 베테랑 배우다. <리버데일>에서는 장녀 폴리를 잃고 정신줄을 놓는 엄마이자, 엄빠들의 센터 겸 아빠들의 첫사랑이다. 본캐는 마을의 대표 언론인이며 아이들이 돌아온 후에도 마을 복구 사업을 주도한다.


고교 시절에는 레지를 포함한 근육보이들의 운동부, 베로니카와 셰릴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치어리더 팀, 싱어 조시의 공연과 케빈의 뮤지컬이 볼거리를 제공했다. 성인이 되어 다시 모였을 때는 밀크셰이크 가게 팝스 초클릿샵에 딸린 지하 술집(스픽이지)에서 베로니카와 토니가 나이트클럽 스타일 벌레스크 공연을 한다. 셰릴은 엄마를 물리치기 위해 사이비 교주 퍼포먼스를 하고, 친구들에게 초능력이 생기자 마녀임을 밝히며 옆마을의 사브리나를 초대한다.

(다음편에 계속)

이전 12화 백인 부자 동네 비벌리힐스를 마음껏 비웃어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