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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덕후 한국언니 Mar 21. 2023

마녀 사냥이 낳은 호쾌한 호러 판타지

만화 원작 미드 <사브리나의 오싹한 모험>

'아치 코믹스'라는 만화 출판사의 센터를 맡은 아치와 그의 친구들을 바탕으로 각색한 <리버데일>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호러 판타지 <사브리나의 오싹한 모험(2018-2020, 이하 사브리나)>은 가상의 지명 리버데일의 이웃마을인 그린데일을 배경으로 인간과 마녀의 공존을 묘사한다.


같은 제작진이 참여한 <리버데일>과 <사브리나>에서 구전으로만 서로의 존재가 언급되다가 코로나 이후에 제작된 2021-2022 시즌에서 <리버데일>의 마녀, 셰릴 블로섬이 해당 작품 속으로 사브리나 스펠먼을 소환한다.




<사브리나>의 오프닝에서 밝히고 시작하는 사브리나 스펠먼의 공식적인(?) 아이덴티티는 천재 마법사인 아빠와 인간인 엄마의 혼혈이다. 반마녀인 그녀는 마녀로 살기를 선택한다면 만 16세에 암흑세례를 받고 어둠의 학교로 전학가야하므로 핼러원인 생일을 앞두고 인간 친구들과의 작별을 준비한다.


<해리 포터>의 해리 포터와 <섀도우 헌터스>의 클레리가 오프닝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해리나 클레리와 비슷한 '고아' 설정인 사브리나는 스펠먼 집안의 저택에서 불멸의 삶을 살고 있는 마녀인 고모들에 의해 마계와 인간계 모두에서 보호를 받고 있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이미 알고 있다. 미드로 발표되는 작품수가 급증하고 있는 이 장르에서 대표적인 여성 원톱 주연 드라마다. 또한 전에도 영상화가 되었으니 만화 등의 초기 발표물 중에서도 인기있었던 작품으로 보인다.



로맨스릴러의 달콤쌉싸름한 그녀

키어넌 십카


사브리나 역을 맡은 1999년생 키어넌 십카는 뉴욕 드라마 <매드맨(2007-2015)>의 센터, 돈 드레이퍼의 장녀인 샐리 드레이퍼를 열연했다. 돈 드레이퍼를 중심으로 주변의 이야기가 교차되지만 실제로는 페기 올슨 역의 엘리자베스 모스(미드 <시녀이야기>의 제작과 주연을 맡았다.)가 시선 강탈을 하는 <매드맨>에서는 출연 에피소드의 순서로 9번째(공동 2위)인 키어넌 십카의 7살부터 15살까지 실시간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브리나> 첫번째 에피소드를 보고 이어서 <매드맨> 마지막 시즌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어느 정도 연결이 되는 듯 하다. 가장 최근의 모습은 <리버데일>에 교차등장한 장면인데, 완전히 성인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어린 시절 모습이 남아있다. 배역에 아쉬움이 있을지라도, 배우의 생기발랄한 에너지만큼은 인정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매니아로는 판타지도 이제 막 입문하는 정도일 뿐이고 호러 계열의 레퍼런스는 극히 드물어서 <사브리나>의 세계관은 <리버데일>의 한쪽 연장선이라고만 이해하고 있다. 물론 <해리 포터>와도 크게 다르진 않다. 이미 2년 전에 리뷰까지 해버린 <섀도우 헌터스>나 <고담>의 경우 어반 판타지 계열의 뉴욕 드라마라서, 뉴욕의 삭막함에 빙의해본 사람이라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반면 <가십걸>과 <루머의 루머의 루머> 등 하이틴 스캔들 계열 알고리즘 추천을 통해 입문한 <리버데일>과 아치들이 살고있는 세계관은 아직도 어리둥절하다. 그 근원이 리버데일의 이웃 동네인 <사브리나>의 배경, 그린데일에 있는 듯 하다.



마녀 이야기에 빠질 수 없는

마녀 재판 이야기


미드 덕후라면 많이 들어봤을 '세일럼 마녀재판'이라는 역사적 사건-1692년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벌어진 대량 학살-을 모티브로 설계된 마녀 집안이 바로 <사브리나>의 스펠먼과 <리버데일>의 블로섬이다. 사브리나를 소환하기 전, 블로섬 마녀 조상의 영혼이 셰릴의 육체를 빌리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마녀 가문의 역사가 드러났다. 현재 셰릴의 친구들인 아치와 베티, 저그헤드의 조상들이 마녀 사냥을 했던 주역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한편 사브리나의 조상들도 그린데일의 마녀 사냥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 미국에서 특히 마녀가 등장하는 판타지 콘텐츠는 이 사건에서 파생된 스토리인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해본다. 사건 당시 미국은 독립하기 전이다. 역사덕후가 아니더라도 미국이 마녀사냥의 원조가 아닌 것은 알 수 있다.




마녀라는 누명을 씌워서 현명한 예언자와 치료사 등을 학살한 사건은 유럽에서 가장 많았을 것이다. 아픈 역사 때문에 마법이 '능력'으로 인정받거나 그 이상의 '권력'도 가질 수 있는 판타지 월드가 대량생산 되었을지도 모른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아쉬울 때 의지하는 무당과 민간요법에 통달한 현명한 할머니, 특히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는 아웃사이더 여성들을 동네 꼬마들이 괴롭히는 장면은 특정한 나라와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근대사를 토대로 쓰여진 한국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과 판타지를 도입한 미국소설 <기억되지 않는 여자, 애디 라뤼>의 설정은 매우 다르지만 주제의식이 아주 크게 겹친다. 이금이 작가의 <알로하, 나의 엄마들>에서 일제강점기 '무당'의 손녀로 살아가느니 국제결혼을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할머니가 손녀를 사진신부로 하와이에 보낸다. 빅토리아 슈와브의 <기억되지 않는 여자, 애디 라뤼>에는 유럽 여성들이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약 300년 전의 프랑스 시골을 배경으로 불멸의 삶을 살게 되기 전의 애디 라뤼가 의지하는, 비혼 여성 예언자가 등장한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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