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독자님께

나의 독자님

안녕하세요. 독자님.

저는 당신이 읽은 <세벽>을 쓴 저자입니다.

사실 첫 독자님께 드리는 편지를 쓰고 싶었는데,

어차피 첫 독자님이든 중간 독자님이든 마지막 독자님이든.

제 글을 읽어주신 것에 대해서는 변함없는 사실이고,

독자님에 대한 제 마음도 누구에게나 같을거라는 생각이 들어

독자님에게 쓰는 편지로 바꿨습니다.

이래저래 사설이 길었네요.

부끄럽지만 부치지 않을 편지를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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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떻게 <세벽>을 접하게 되었을까요? 그냥 서점에서 문득 발견을 하게 된 것일까요? 아니면 도서관?

아니면 누군가의 추천? 그냥 어쩌다가?

어떤 루트인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세벽>은 유명한 소설이 아니거든요.

이렇게 말하면서도 마음이 조금은 아프지만요.

사실은 사실입니다 ㅎ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건 정말이지 대단한 일입니다.

사실 세벽을 읽다 말았더라도, 다 읽었더라도 제겐 독자님입니다.

다들 각각의 이유가 있을테고요.

그래도 그 책 한 권을 다 읽었다면

정말이지 커피 한 잔 사들고 얘기를 한번쯤 나눠보고 싶을 정도로 기쁜 마음이 듭니다. 왜냐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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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야기를 해볼게요.

저는 책을 읽을 때마다, 소설을 읽을 때마다

작가와 이야기를 나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내적 친밀감이 엄청 쌓이고는 해요.

일방적인 소통이지만 괜시리 뿌듯한 마음도 들고요.

그러다보니 제가 책을 쓰고나서 사람들이 그런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인물에 깊이 공감하고, 나아가길 바라며 나도 모르게 응원하는 마음.

그리고 글을 쓴 저자를 보며 궁금해지는 마음 같은것들이요.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생겼더라구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소설은,

독자의 반응을 알 수 없다는 것을요.

그들이 내 글을 읽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는 전혀 모른다는 것을요.

독자에서 작가가 되니 생기는 자연스러운 역지사지 문제를

저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궁금해졌어요. 오히려 제가 제 독자들을 말이죠.

블로그를 하고 인스타도 해봤지만 유명하지 않아요. 그러니 노출도 안되고 사람들도 유입되지 않습니다.

사실 아무도 읽지 않는건 아닐까.

그래서 아무런 반응이 없는건 아닐까.

그렇게 땅굴을 파고 들어가면 얼마나 깊고 끝이 없게요(ㅋㅋㅋ)

독자님은 <세벽>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을까요?

저는 세상이 어떤 모양인지 항상 궁금했어요.

누군가 말하고 정의 내려주는 게 아니라, 내가 그려가는 세상이요.

이건 내 생각이야, 라고 말하는 확신에 의심을 해보고 정말 그럴까? 생각해보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

나 아닌 다른 사람에 깊이 공감하는 것.

그렇게 나아가다보면 한 사람이 나의 세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런 무수한 마음을 담아 <세벽>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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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제가 썼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소설은 다시금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세상에서 각자의 모양으로요.

그래서 저는 항상 궁금합니다. 독자님들이 만들어내는 모양이.

얘기해주면 좋겠어요. 저도 인정과 공감을 바라는 한 사람일 뿐이거든요.

언젠가 독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언제나 쓰겠습니다.

독자님도 저를 지켜봐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작가가 되는 그날까지.

이만 줄일게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