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동생아.
언니야.
자주 보는 너이지만
오늘은 특별히,
어릴 적 너에게 편지를 써보려 해.
우리는 연년생이라 지금까지는 살아온 만큼 거의 보고 자라왔지.
재작년 네가 결혼을 한 뒤로는, 조금 멀어졌으려나?
앞으로 살아갈 날 너의 인생에 내 몫은 조금씩 줄어들겠지.
그래서일까. 우리가 한 몸처럼 붙어 다니던 옛날이 벌써 그립다.
어쨌든.. 구체적으로 언제의 너에게 편지를 써볼까 생각해 봤어. 그리고 일방적으로 정했어!
바로 중학교초반 네가 나 말고 '다른 언니'를 좋아하게 된 시절의 너에게.
내가 돌이 지나고 이 주 뒤, 네가 태어났어. 그래서 우리는 같은 5월생이고 너와 내 생일은 딱 2주만큼의 차이가 나지.
연년생이어도 어릴 적부터 쌍둥이냐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자란 우리를 기억하니?
어느 날은 그 말을 듣고, '아니요 저희 연년생이에요'라는 말을 하기 귀찮아져서
'네 맞아요'라고 했던 적이 한 번 있었잖아.
아 그렇구나.라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쌍둥이는 처음 본다며 눈을 반짝이던 분이어서 조금 미안해졌던 기억이 나.
그만큼 우리는 닮은 자매였어.
중학교 때 너는 어떤 언니를 좋아하게 되었어.
시간이 한참 지나 그 얘기를 꺼내면, 기억도 잘 안 난다고,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너는 말했지만.
나야말로 그 시절 너에게 묻고 싶어.
왜 그 언니를 좋아했어?
같은 학교인데도 나는 그 아이를 본 적이 없었어.
인기가 많다고 들었는데, 왜 보지 못했을까.
같은 학년이었는지 나보다 한살이 더 많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
언제나 네가 부르는 '언니'는 나였는데. 갑자기 다른 '언니'를 말하는 네 눈이 빛나고 애정이 어렸어.
나는 그게 꽤 충격이었나 봐.
그 언니는 달리기도 잘하고 하는 행동마다 멋지다고 했어.
물론 달리기를 잘하는 건 중요해. 약간의 중성미를 뽐내는 것도. 여중에는 그런 아이들이 종종 있고, 인기가 많아.
지금 말로 표현하면 '걸크러쉬'라고나 할까.
나는 내 동생의 언니라는 것을 빼면 뭐. 그냥 평범한 아이였어.
친한 몇 명의 친구들과 적당히 놀면서 학교를 다니는. 반에서 꼭 한 명씩 선생님에게 말을 걸어 웃기는 애들이 있잖아.
그 아이의 말에 웃는 학생 1 같은 느낌이었달까.....ㅋ
그 언니가 인기가 많은 건 당연한 수순처럼 느껴졌어. 너 말고 다른 아이들도 좋아한다고, 모두의 아이돌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던 것 같아.
그래도 왜 그렇게 서운했을까.
네가 그 언니에게 편지를 쓰고, 작은 과자를 사서 전달해 줬다고 하고. 지나가며 웃는 모습을 봤다고 하는, 그 말을 하며 상기된 너의 얼굴을 보며.
나는 왜 그렇게 마음이 아팠을까.
"00이 언니는 나인데. 00 이는 그 언니만 좋아하고오....!!!"
지금 보면 배꼽 잡고 웃을 일이지만.
나름 언니행세를 한답시고, 네가 없는 방 안에서 엄마를 붙잡고 울던 나를 기억해.
어찌나 서럽게 울었는지 몰라.
엄마는 우리 00 이가 서운했구나~ 하며 나를 안아주었지만 그걸로는 부족했어.
그때는 엄마의 포옹마저 부족했던 거야.
내 동생인 네가 다른 언니를 좋아하는 그 마음 때문에 내 마음이 어찌나 공허하던지.
그 당시 엄마는 속으로 귀엽다 웃었겠지? 지금 생각하면 나도 그 당시 내가 귀엽게 느껴져.
하지만 좀 더 잘 생각하면 기억에 꽤 크게 남아있어. 원래 사람은 강렬한 감정을 느꼈을 때 장기기억에 그 기억을 새긴다고 하더라.
꽤 오래갈 것 같았던 너의 '언니사랑'은 생각보다 금방 사그라들었어.
너도 중학교1학년 꼬맹이에 불과했으니까. 싫증도 빨랐겠지?
나는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네가 더 이상 그 '언니'에 대해 흥미가 없는 걸 알고 기분이 좀 나아졌어.
그렇다고 네가 나를 그 우상인 '언니'처럼 대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저 너한테 '언니'는 다시 나 하나라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했어.
내가 어떤 '동생'을 좋아하게 되었더라면
너도 그렇게 나를 질투했을까?
잘 모르겠다. 은근히 너는 차가운 면이 있잖아.
남들은 네가 항상 밝고 나는 차분하니까, 내가 더 냉랭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은근히 무 심한 건 너인걸. 질척대고 징징거리는 건 나잖아. 애정을 더 바라는 건 나인걸. 그러니 동생의 사랑이 더 필요한 걸 지도. ㅎ
부족한 언니지만, 항상 유일한 '언니'가 될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사랑하는 동생아. 앞으로도 항상 응원하고
언니가 옆에 있을게.
안녕.
-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