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서칭

그리고 제3의 평판

by 은자루

에고서칭(egosearching)이란 말을 아는가.

자신의 평판을 인터넷에서 반복해서 확인하는 행위다.


좋은 평판. 나쁜 평판.

전자는 기껍겠지만 후자는 독이 될 테다.

그러면 한해 7만 권이 출간되는 책시장에서 단 한 권을 출간한,

등단하지도 공모전에 당선되지도 않은,

인지도 낮은 소설가인 나는?


제3의 평판이 기다리고 있다.

평판이 없는 것이다.



여기, 두 사람이 있다.

A는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다. 수영부터 시작해 미술, 피아노, 태권도, 논술, 바둑 등등 그가 하고 싶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보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하다 보니 그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 기록이 쌓이고 쌓였다.

열심히 쓴 작품을 공모전에 응모했고 몇 달 뒤 소식을 접한다. “대상 받으셨습니다.”

B는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다. 그가 자라나는 데에는 항상 무엇이든 부족했다.

그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친구도 없었다. 그런 그의 유일한 외로움을 달래주는 건, 엄마가 사준 동화책 전집(중고)였다. 그 속에 있는 주인공에게 깊이 공감했다. 나도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내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든 B는 틈틈이 그리고 열심히 글을 쓴다. 공모전에 응모했다. 하지만 떨어졌다.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도전했다.

5년 만에 기대 없이 넣었던 공모전에서 그는 연락을 받는다. “대상 받으셨습니다.”


A와 B의 결과는 같다.

둘 다 ‘열심히’ 글을 썼는데도, B의 성공이 더 극적으로 느껴진다. 우리는 B의 이야기에 더 끌린다.


무수한 실패 뒤에 빛나는 성공.

그야말로 뒤돌아서 보면 그 사람을 더 빛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나 역시 그런 꿈을 꾸었다.

지금의 부족하고 실패하고 넘어지는 나의 모습은

훗날 뒤돌아보기에 반짝이는 요소로 가득할 것이라고.

공모전에서 떨어진 나의 모습.

출판사와 연을 맺지 못하는 나의 모습

그런 모든 내 모습을 과정으로 삼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지난한 시간은 이어지고, 여기까지 왔다.

책을 냈지만 나는 여전히 A도 B도 되지 못하였다.

그리고 이런 못난 모습을 드러낼 용기도 없어서, 숨죽이고 있었다.


내가 쓰고 예쁘게 다듬은 내 글에서,

에고서칭을 하는 나를, 책이 팔리기를 바라는 나를, 여전히 미래가 두려운 나를,

보지 않기를 바랐다.


공감하는 사람의 글을 좋아하면서도, 나의 실패를 드러내서 공감받는 게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에고서칭만 했다. 나를 드러내지 않고, 나를 찾았다.

결과는? 무반응이다.

차라리 욕이라도 올라와라.. 했는데, 조금이라도 안 좋은 글이 올라온 날에는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좋았던 글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누군가 내 책에 대해서 글을 써주기를 바라며 매일 검색했다.


시간이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손에서 놓아졌다.

(아직 완전히 놓치는 못했고 말이다..ㅎ)


회사에서 일하는 내가 표면적인 존재라면

글을 쓰는 나는 정말로 내면적인 존재였다.


글에 대해, 소설에 대해,

글과 관련된 내 이야기를 전달하는 건

나 자신을 뒤집어까서 보여주는 일이었다.


이건 독이 아닌가. 그 진심이 통하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나무 위에 있는 포도를 보고 여우가 ‘저건 신포도일 거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내가 별거 아니라고 넘기면 알량한 존심은 지킨다.

근데 내 진심을 드러냈는데도 안된다면?

그러면 존심도 지키지 못할 거 아닌가.


글을 쓰는 지금도 두렵다.

매일 글을 쓰고, 애쓰고, 힘들어하는 나를 드러내기가 두렵다.

하지만 용기를 내지 않으면, 시작하지도 않는다.

애쓰고 힘들어도 글이 너무 좋으니까.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계속해서 해온 건 글 쓰는 일뿐이니까.


그런 의미로 오늘도 에고서칭 한다.

언젠가 많은 사람들이 내 소설을 읽고 울고 웃는 그날까지.

( 사실 유명해지더라도 에고서칭을 할 테니… 적어주시는 독자분들은 내가 지켜보고 있다고,

무한한 감사를 보내고 있다는 점을 부디 알아주시길… :) )


다음 편에 이이서.



저자의 책 이야기

「세벽」: http://aladin.kr/p/94IF4

「겹쳐진 도서관」: http://aladin.kr/p/5CZb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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