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호기심

내가 가슴 뛰는 일이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 되길

언제부턴가 이유를 찾곤 한다. 무언가 가볍지 않은 의사결정을 위해 항상 필요한 건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다. 회사 생활에 익숙해져서인지 모든 결정에 근거가 필요하다.


왼쪽을 선택했다면 오른쪽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와 기회비용에 대해 계산해 그 선택이 최선이었음을 기어코 증명해내야 한다. 연속된 커리어를 지키기 위한 자기 증명에서 모든 점들을 근거로 에워싸 어떠한 공격도 막아내는 것이 나름의 생존법이다.


그러나 이따금 그 '왜'를 도저히 모를 때가 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그저 흥미로운 일들이 그렇다. 아침 공기를 마시며 차 없는 도로를 끼고 한적한 길을 걸을 때, 단출한 식사를 무거운 식곤증이 찾아오기도 전에 끝내고 차가운 녹차 한 모금 홀짝일 때, 잠들기 전 주변을 정리하고 정돈된 다음 날 아침을 기대할 때가 그렇다. 소소한 행복이다.


이러한 가벼운 행복은 꼭 일과 무관한 곳에서만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순수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잔잔한 너울 같은 재미나 강한 열망에서 오는 드센 파도 같은 흥분도 종종 업에서 발견하곤 한다. 나에겐 특히 전략이 그런데, 체스나 부루마블을 하면서 상대방보다 한 수, 두 수를 앞서 고민하고 항상 이길 수 있는 전략 같은 걸 세우는 것만큼 재미난 것도 그리 많지 않다. 주말 대하드라마를 보며 매 회차마다 판을 뒤집는 군사 전략에 가슴 뛰던 것이나 대학생 시절 우연히 듣게 된 계량 경제학 수업 이후 퀀트 모델링에 심취해 시장을 이기는 전략을 여전히 꿈꾸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나의 천성의 덫인가 싶다.


이게 왜 좋나 하면 딱히 덧붙일 말은 없다. 겉포장지의 '왜'를 다 덜어내고 남은 건 방정식의 해를 향한 지적 호기심이나 타고난 승부사 기질 정도가 있을 텐데 이걸 또다시 그럴싸한 이유로 포장하고 싶진 않다. 어떤 질문에는 결연한 문장보다 유쾌한 웃음으로도 충분하다.


워런버핏은 'Take a job that you love. You will jump out of bed in the morning"라고 했다. 내가 가슴 뛰는 일이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 되길, 가장 잘하는 일이 최선의 업이 되길, 그리고 그 업으로 사람들과 함께 과실을 맺고 나눌 수 있길 소원한다.




작가의 이전글초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