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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토브 Feb 27. 2024

비본성적 행동 선택 실험: 9일차

결국엔 얼마나 본성을 이겨냈는가

먼저 인사하기

 낮선 타인에게 먼저 인사하기는 조금 익숙해졌다. 내가 주로 먼저 인사하는 낮선 타인은 버스 기사, 회사 경비원, 편의점 알바생 들이다. 대부분은 먼저 인사를 하면 응답이 없다. 그런데 인사도 하다보니 요령이 생겼다. 요령이라 함은 인사를 돌려 받는 요령인데, 간단하다. 눈을 처다보고 명확하게 인사를 하면 인사를 돌려준다. 처음 먼저 인사하기를 실천했을 때는 나도 어색한지라 스쳐지나가듯 인사했다. 그러다보니 상대방도 이것이 인사인지 아닌지 몰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명확히 하기로 했다. 눈을 보며 분명한 목소리로 인사하니 상대방도 인사를 종종 해주었다. 더 재밌는 것은 회사 경비원 분들이다. 이분들은 버스 기사나 알바생들과는 다르게 매일마다 본다. 그래서 인사에 대한 응답이 어떻게 변하는가가 눈에 보인다. 처음에는 빤히 처다만 보셨는데 점차 고개를 끄덕 하시더니 이제는 눈을 보며 인사하니 응답해주셨다. 


본성을 얼마나 이기나

 실험을 진행하면서 각자가 본성을 이기는 힘의 크기가 다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누군가는 본성을 쉽게 이겨내고 누군가는 그렇지 못한다. 똑같은 상황 속에서 우리 각자가 절제하는 수준은 다르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이 본성을 이기는 힘이 작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뿐만 아니라 그날의 상태에 따라 본성을 이기는 힘의 수준이 달라진다는 것을 관찰했다. 그리고 내가 본성을 이길 힘은 정해져있고 소모된다는 것 또한 알게되었다. 의지력이 소모된다는 말이 정말 사실이었다. 


 그래서 비본성적인 행동을 더 많이 행동하기 위해서 우선 나의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는게 중요하다. 최근 내가 느낀 한계는 수면시간에 관한 것이다. 최근 6시에 기상을 비본성적 행동으로 정하고 매일 선택해왔다. 그러다보니 하루 수면시간이 5시간대로 떨어졌다. 실험 첫주 즉, 5일차까지는 버텼던 것 같다. 그 다음 날부터 절제하는 힘이 상당이 떨어져 본성에 의한 행동만 선택했다. 이것으로 나는 최소 7시간 이상의 수면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7시간 이하로 수면을 줄일 수는 없다. 이것은 나의 한계이다. 그래서 하루 7시간 30분 이상은 꼭 수면하려 한다.


 또한 나는 무언가를 한번에 많이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여러가지를 다 잘하는 사람이 멋있어 보였지만 내가 못하는 영역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욕심을 버려야 한다. 나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사과 나무에서 사과 10개가 떨어진다고 한다면 나는 1개만 받기위해 노력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것이 내 능력의 한계이자 목표다. 


독백

 그래 못하는구나. 나는 못하는 사람이었구나. 나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구나. 비참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내가 생각하고 꿈꿔온 삶이 나에게는 과분한, 한계 이상의 목표였을 수도 있다. 나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막는 자연본성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크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나만 하자. 그리고 하나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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