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스펙 세대 짧은 후기
삶의 조건이 복잡해질 수록, 삶의 무게감이 무거워지는 것 같다. 오늘날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살아가야만 하는 삶들의 특징이라면 마치 현대식 공장에서 부품 하나하나가 조립되고, 도색되고 실험도 거쳐 가며 차 하나가 완성되듯, 너무나도 복잡하고 세밀한 과정을 거쳐 완성되어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교육받아야 하고, 훈육 받아야 한다. 또 스스로를 반성해가며 발전시켜야 하고, 때로는 평판 속에서 얻어낸 스스로의 모습이 바래지 않도록 자신을 교정해 가야할 필요도 있다.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어야 한다. 특히나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가 중심이 되는 사회적 위치들 속에서 자기 자리를 잘 지켜내야 만하는 것이다.
무엇이든 소유해야 하고, 소유해 내야 하는 것들의 종류는 대단히 많다. 경험해야 할 것도 많다. 우리는 많은 것을, 너무나 많은 것을 알아야 하고, 보아야 하고, 들어야 하고, 맛보아야 한다. 평범한 인간의 기준이 이렇게나 높아지고 말았다.
우리가 해낸 것들은, 모두 우리가 소유한 경쟁력이 된다. 이를 잘 어필하는 능력도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손을 대어 새로이 만들어서 새로 소유해야만 하는 것들은 점차 우리 주위를 촘촘히 에워싸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낸 것이 점차 많아지고, 점차 우리를 에워쌀수록, 우리는 그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앗아갈 수도 있는 어떠한 변화든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세상이 그릇된 방향으로 치닫는 것이 자명해 보일지라도, 우리는 그저 주저하고만 있게 될지도 모른다. 자신이 파괴당하는 것도, 상대에게 누를 끼치는 것도 너무 잔인한 일이기 때문이다. 변화는 죄의식과 함께 온다. 존재는 이렇게 무거워졌다.
내가 연상하는 이미지는 이런 것이다. 알을 깨고 나온 아프락사스(Abraxas)가 추락이 두려워 날개짓 하지 못하는 그런 이미지. 그 숱한 노력들이 모두 휘발될까 두려워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는 모습.
-201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