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개수대에 쏟아붓는다
빈 병이 된 와인병을 깬다
적당히 끝이 갈린 병 조각을 들고
비스듬해지는 마음을 긋는다
낮에 정육점에서 말하길
선홍빛 색깔을 띠는 게 더 높은 등급이에요
피가 검지 않은 걸 보면 건강한 것 같다
죽지 않을 만큼만 적당히 아파서
갈고리에 걸린 돼지처럼 누워
불안을 어루만진다
아무리 물을 줘도 유칼립투스 잎은
계속 메마른다
화분을 개수대에 끌고 가 물을 퍼붓고
줄줄 새 나오는 물을 방치한다
범람된 방 안에서
입이 마른다
아무것도 젖어들지 않는다
천장을 향해 치켜든 발이
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