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사람

우리가 나눌 수 있는 최대한의 다정함

by 소윤



다정함은 일종의 재능이다. 내게는 재능이 없다.


누군가에게 다정해지고 싶을 때마다 스스로를 연소하는 기분이 든다. 타고나기를 다정한 사람들에겐 늘 따뜻한 기운이 있다. 나는 언제부턴가 내가 다정함에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내가 건넬 수 있는 최대한의 다정함은, 혼자 있고 싶은 누군가를 위해 다정하게 무관심해지는 것 뿐이다.

6년 반을 만난 애인 역시 나와 비슷한 사람이다. 다정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어색해서 결정적인 순간을 재미 없는 농담으로 메꾸어 버리는 두 사람. 말하지 않아도 서로 다 알겠지. 믿고 있지만 사실은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아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또 농담과 실없는 웃음으로 봉합해버리는 두 사람.

나는 두려운 순간에 자꾸 농담을 하고 싶어지는 버릇이 있다.

언젠가, 애인과 보러간 불꽃놀이가 생각난다. 사람이 많은 곳과 시끄러운 곳을 제일 싫어하는 애인이, 노량진 수산시장과 사육신 공원 사이를 뛰어다니며 나를 지상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려놓으려 애를 쓰던 순간. 숨이 차도록 나를 뛰게 만든, 그 무심하고 투박한 다정함. 안 다정한 사람이 있는 힘껏 다정해 지려고 할 때의 이상한 절박함. 나는 그 날 불꽃의 꼬리조차 보지 못 했지만.

헤어지기 전, 같이 담배를 피우면서 '이것도 불꽃이라고' 켜 준 라이터 불꽃. 역시 우리는 재미 없는 농담밖에 할 줄 모르는구나. 미안하다는 말도 고맙다는 말도 우리에게는 낯설고 서툴구나. 근데 이상하지, 나는 그 불꽃을 단 한 번이라도 손으로 쥐어보고 싶었다. 물렁한 사람의 살을 가진 주제에. 다정함 대신에 건넨 농담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쩐지 불꽃을 손에 쥘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때 힘껏 당긴 라이터의 불꽃이, 바람을 막기 위해 불꽃을 동그랗게 감싼 손이, 우리가 나눌 수 있는 최대한의 다정함이었다. 연약하고 서투른 다정함에 다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결국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손에 불꽃을 쥐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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