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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윤 Aug 19. 2024

서른

미완성 글

책상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서른 살에 쓴 미완성 글을 발견했다


삼 년 전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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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 생기고, 용서받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된다

진은영의 시처럼, 지금부터 저지른 악덕은 죽을 때까지 기억될 것

나는 이제 혼자 울고 싶을 때는, 청결하고 푹신한 침대가 있는 방을 사서

세 시간이고 네 시간이고 엉엉 소리내어 울다 나올 수도 있는데

스무 살, 눈물 범벅으로 찐득찐득해진 얼굴을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아무렇지 않게 콧물을 닦아주던 사람은 없겠지

평생을 함께할 것 같은 사람과 살아서는 다시 못 만날 사이가 되고

살아서는 다시 못 만날 것 같았던 사람과 함께하는 저녁

이십 대의 우리가 가진 건 서로와 사랑밖에 없어서

추운 공기를 가르며 기적처럼 걷던 거리

너는 발이 허공에 붕 떠 있는 사람 같다고, 스물 둘의 내게 말해주었던 언니는 먼저 서른이 되어

그건 나도 모르고 한 소리라며 더는 연락하지 말자고 한다

이제는 모르고 한 말을 정말 모르는 채로 넘길 수도 있겠지

전보다 덜 울고, 약을 조금 더 삼킨다

메신저의 차단 목록이 늘어가는 것

나는 이제 아프지도 않아, 라고 생각하는 것

지금까자 몰랐던 것은 앞으로도 정말 모르게 된 것

모든 이야기가 소진되었다고 느끼는 것

가끔 서글픈 날에는 혼자 단골 초밥집에 가서 연어초밥을 사 먹는 것, 연어의 연한 생살이 입 안에서 어둠처럼 뭉크러질 때

남의 살을 씹어먹으면서 자란지 삼십 년이나 되었군

나는 점점 삶에 능숙해질테지만 정작 삶의 주인은 되지 못하는 감각

나는 자꾸 어디선가 빌려온 나 같고,

진짜 내가 어딘가에 여전히 있을 것만 같은 날들

내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오는 것들이 조금씩 늘어간다

업業으로 짓는 업보가 늘어간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핸들을 꺾을 용기가 없어 직진으로만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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