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는 사라지지만 감정은 남는다
달리는 차 안에서
옛 노래가 차창 사이로 흐른다.
내게 그리 친숙하지도 또 익숙하지 않은 가수들
그 시절의 공기를 안고 다가오는 목소리들.
그들의 노래는 단순한 음표와 박자가 아니다.
마치 누군가 내 옆에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말하듯 다정하고, 연기하듯 생생하다.
목소리엔 감정이, 감정엔 삶의 결이 실려 있다.
어떤 노래는 정확한 음정보다,
아름다운 멜로디보다,
그 사람의 체온 같은 목소리로 오래 남는다.
무대 위 대사처럼 말하듯 부르는 노래는,
오히려 더 깊게 스며든다.
노래란 결국 말이다.
마음을 꺼내 전달하는 방식의 또 다른 이름.
무언가 설명하려는 말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을 건네는 속삭임.
그래서 나는 목소리를 좋아하게 되었다.
목소리는 휘발된다.
지나가고, 사라지고, 돌아오지 않는다.
그 공기 중에 섞여 사라진 줄 알았던 음성이
어느 날 문득 내 안에서 되살아난다.
그들이 건넸던 말, 숨소리, 떨림까지.
시간의 구석에 숨어 있다가
내가 슬플 때, 외로울 때, 아주 조용히 돌아온다.
가식의 화려함과 거짓 감정이 넘쳐나는 음악보다,
삶을 몸으로 통과시켜 말하듯 부르는 게 좋다.
감정이 나를 지나갈 수 있을 때,
나의 연극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