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내면의 나

Chapter 1. 거울 앞의 낯선 얼굴

by SYKim

Chapter 1. 거울 앞의 낯선 얼굴


아침이었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나는 이상하게 지쳐 있었다.

밤새 무언가와 싸운 듯한 피로감이 몸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불을 걷어내고 앉아 거울을 마주했다.

그 안에 비친 나는 분명 나였지만, 그 눈동자 속에는 낯선 기척이 서려 있었다.


“또 너야?”


속으로 말했다.

거울 속의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묘하게 입꼬리가 움직였고, 나는 다시 침묵했다.


요즘 부쩍 자주 나타난다.

나와 닮은, 하지만 나와 다른 어떤 존재.

그는 나의 내면에서 오래도록 잠들어 있던 것인데, 어느 순간부터 눈을 떴다.

그리고 나를 지켜보았다.

조용히, 아주 집요하게.


“너는 왜 늘 반대되는 말을 해?”


속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너는 왜 늘 아무 일도 없는데 무너지냐고.’


그런 말들.

위로도, 비판도 아닌 말들.

단지 무채색의 진단처럼, 건조하게 던져지는 말들.

나는 그 말을 듣고도 반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어쩌면 그가 맞는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나다웠다.

느슨하고 유약하고, 때론 의미 없이 분주했다.

커피를 내리고, 하루를 시작하는 이 기계적인 반복에서조차 나는 어떤 회의감에 젖어들었다.

나는 누구였을까?

나의 내면은, 내 마음은, 내 감정은 과연 진짜 나였을까?

아니면 타인의 시선을 통해 만들어진 ‘나의 모양’이었을까?


어제 밤, 나는 작은 다툼을 했다.

친구와의 말싸움, 별것 아닌 감정의 틈.

하지만 그 일은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다시 일깨웠다.

그는 말했다.


“넌 늘 그렇게 회피하지. 상처받기 싫다고 말하면서, 결국 상처를 줘.”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차마 그를 마주하지 못했다.

회피.

그것은 내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방어기제였고, 가장 두려운 단어였다.

나는 늘 착한 사람인 척하려 애썼고, 좋은 사람으로 남기를 원했다.

하지만 내면은 알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이 두려움의 다른 이름이라는 걸.

나는 그를 부정하고 싶었지만, 동시에 그와 닮아 있었다.

그는 나였고, 나는 그였다.

우리는 같은 뿌리에서 자라난 서로 다른 두 가지였다.

한쪽은 빛을 향해 뻗었고, 다른 한쪽은 그림자를 품었다.


커피가 다 내려졌다. 진한 향이 퍼졌다.

이 조용한 아침에, 그 향기조차도 나에게 말을 거는 듯했다.


“살아내는 거야. 지혜로운 답 같은 건 없어.”


그건 내가 그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고, 그가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우리는 늘 충돌하지만, 동시에 공존하는 존재였다.

누구도 이기지 않았고, 누구도 완전히 져본 적 없었다.

이 싸움은 결말이 없었다.


어쩌면 인생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충돌하고, 끝없이 조율하며, 결국은 ‘살아내는’ 시간들.

나는 천천히 일어났다.

오늘도 그는 내 안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

나는 그를 밀어내지 않기로 했다.

대신, 같이 걸어가 보기로 했다.


조금 더 나와 가까워지기 위해, 조금 덜 나를 속이기 위해.


“내 안의 낯선 너여, 오늘 하루도 함께 견디자.”